생면부지 연인 묻지마 살상 30대, 항소심서 '징역 20년→25년' 가중

시끄럽게한다는 이유로 범행…심신미약 주장했지만 기각

수원법원종합청사. /뉴스1

(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 = 시끄럽다는 이유로 일면식도 없는 연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남성을 살해하고 여성을 다치게 한 30대가 항소심에서 원심의 형보다 가중된 형을 선고 받았다.

수원고법 제2-1형사부는 22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조모씨(34)에게 선고된 징역 20년의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과거 발병했던 정신질환이 악화됐으나 원심이 이를 고려하지 않는 등 심신장애에 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이미 원심에서도 했던 주장"이라며 "피고인이 행한 범행의 중대성 등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이 무거워서 부당하기 보다, 가벼워서 부당해보인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조씨에 대해 "피고인은 법이 수호하는 가장 중요하고 존엄한 가치인 사람의 생명을 침해한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10년 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양극성 정동 장애, 불면증 등을 앓아 범행 당시 심신미약상태였다고 주장하나, 국립법무병원의 정신감정 결과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심신미약은 아니지만 당시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다른 전과가 없는 점,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같은 1심 판결에 대해 조씨는 법리오해 및 양형부당, 검찰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조씨는 지난해 10월2일 오전 1시10분쯤 안산시 상록구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 거리에서 A씨(30대)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고, 이를 제지하던 A씨의 연인 B씨(30대·여)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조씨는 당시 거리에서 A씨와 B씨가 시끄럽게한다는 이유로, 창밖을 향해 "야"라고 소리질렀고, A씨가 "뭐"라고 응수하자 집안에서 흉기를 들고 달려나와 무차별 공격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2010년께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경제형편이 어려워지자 우울증 등 증세가 발현했고, 2014년 양극성 정동 장애, 비기질성 불면증 진단을 받아 3개월 간 입원치료를 받은 바 있다.

조씨 정신감정을 진행한 국립법무병원 소속 감정의는 그러나 "피고인은 범행 당시 사물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건재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과민함, 불안, 초조, 분노, 우울과 충동성 조절의 어려움이 있으나 현실 판단력을 잃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는 취지의 소견을 제시했다.

조씨 역시 수사기관에서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정신 병력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제가 심한 편은 아닌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것은 누구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진술했다.

sun07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