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흉기난동男 석방해달라" 순식간에 1015명 탄원…이유가

김미루 기자 2023. 8. 2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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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20㎝ 흉기를 들고 배회한 60대 남성이 특수협박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그의 불구속 수사를 요청하는 1015명의 탄원서가 제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탄원인은 이번 사건을 두고 "분명 발생하지 않아야 하고 공포스러운 행위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발달장애로 인해 나타난 과잉행동"이라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3시간 동안에만 1015명의 탄원인이 박씨의 선처를 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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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서울 혜화경찰서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20㎝ 흉기를 들고 배회한 60대 남성이 특수협박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그의 불구속 수사를 요청하는 1015명의 탄원서가 제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탄원인은 이번 사건을 두고 "분명 발생하지 않아야 하고 공포스러운 행위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발달장애로 인해 나타난 과잉행동"이라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앞서 지난 19일 서울 혜화경찰서는 특수협박 혐의를 받는 박모씨(60대)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법원은 "도망의 염려와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했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박씨는 17일 밤 9시25분쯤 길이 20㎝에 달하는 흉기를 들고 대학로 인근에서 괴성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집에서 영상을 보는데 밖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며 "홧김에 다 죽이려고 칼을 가지고 나갔다"고 진술했다.

당일 그는 흉기를 휘두르거나 남을 다치게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웃 주민들은 그가 평소 괴성을 질러 불안하다고 했다. 경찰은 보복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그를 긴급체포했다. 특수협박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도 신청했다.

홈리스행동이 지난 19일 공개한 박모씨(60대) 사진. /사진=SNS 갈무리

그러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3시간 동안에만 1015명의 탄원인이 박씨의 선처를 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 '홈리스행동'은 당일 오전 10시40분쯤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받을 수 있도록 탄원서 연명을 부탁드린다"며 박씨의 사연을 전했다.

탄원서에 따르면 박씨는 2002년 길거리에서 노숙하다 이 단체를 만났다. 단체에 따르면 그는 부산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감됐던 피해자다. 지난해 진실화해위원회로부터 국가폭력의 피해자임을 공식 인정받았다. 그곳에서 강제노동과 폭행 피해를 당하다가 겨우 탈출했다고 한다.

또 장애등급제 폐지 이전 2급 지적장애 판정을 받은 중증 발달장애인이다. 상황이나 감정을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워해 도움 요청의 신호로 '괴성'을 지른다는 게 이 단체의 설명이다. 단체는 "칼을 들고 나가 소리치는 행위는 분명 위협적인 장면"이라면서도 "현상에 대한 불완전한 해석에 따른 과잉행동이었을 뿐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고자 하는 의도적 행동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체는 "박씨는 누군가를 가해할 정도의 물리력도 갖고 있지 못하다"며 "몇 달 전까지 보행기에 의지해 이동한 만큼 신체 기능이 취약하다. 만약 그가 칼을 휘둘렀다면 바로 균형을 잃고 쓰러졌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박씨 곁에는 홈리스 동료, 홈리스 야학 학생들, 홈리스행동과 반빈곤 단체 활동가들이 항상 있었고, 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 그 이후로도 그러할 것"이라며 "박씨가 석방될 수 있도록 판사님의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홈리스행동이 주도한 탄원서 제출에는 장애, 인권, 반빈곤 단체와 개인 등 1015명이 동참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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