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철권통치 캄보디아 독재자 훈센, 장남에 권력 승계 작업 마무리
정적 제거·후계자 수업 등 수년간 준비
외신 “사임 후에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38년째 캄보디아를 철권통치하고 있는 독재자 훈센 총리(71)가 22일(현지시간) 장남에게 권력 승계 작업을 마무리했다. 반정부 인사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야권과 시민단체를 절멸해 ‘훈센 왕조’를 완성한 훈센 총리 부자를 향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캄보디아 의회는 이날 훈센 총리의 후계자이자 장남인 훈마넷(45)을 새로운 총리로 선출했다. 의원 125명 가운데 123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훈마넷은 “오늘은 캄보디아 왕국에 매우 중요하고 기념비적인 날”이라고 자축했다.
훈센 총리가 이끄는 캄보디아인민당(CPP)은 지난달 23일 진행된 총선에서 125석 중 120석을 얻어 의회 권력을 장악했다. 이어 훈센 총리는 사흘 뒤 총리직 사퇴를 선언하며 훈마넷이 자신의 뒤를 이을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신임 총리에 오른 훈마넷은 캄보디아군 부사령관(대장)과 CPP 중앙위원회 상임위원을 맡고 있다. 이번 총선에선 수도 프놈펜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훈센 총리는 2021년 12월 일찌감치 훈마넷을 후계자로 지명하고 권력 대물림 작업을 펼쳐왔다. 훈마넷은 지난해 9월엔 태국을 방문해 쁘라윳 짠오차 총리와 만나 군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등 사실상 총리 역할을 소화했다.
훈센 총리는 ‘장남 총리 만들기’ 프로젝트에 방해가 될 만한 세력들을 일찌감치 정리했다. 2017년 11월 당시 55석을 보유했던 유력 야당 캄보디아구국당(CNRP)을 반역 혐의로 강제 해산했고,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CNRP 출신들이 만든 캄보디아촛불당(CP)의 입후보 자격을 박탈했다.
또 올해 초 훈센 총리 부자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독립 언론 ‘민주주의의 소리’를 폐간했다. 국내외 인권단체들이 훈센 총리를 향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지만 소용없었다.
일각에선 1999년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뒤 뉴욕대와 영국 브리스톨대 등 서방에서 수학한 훈마넷이 훈센 총리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영국에서 교육을 받은 훈마넷이 서방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고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훈센 총리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캄보디아 민주주의 암흑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훈센 총리는 사임 기자회견에서 “집권당 대표와 국회의원직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며 “퇴임 후 국왕 최고 자문위원장을 맡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은 “1600만명 인구의 캄보디아에서 훈마넷이 어떤 목표를 지녔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그는 아버지 훈센 총리 이외의 사람과 교류한 적도 없다”고 꼬집었다. 알자지라도 “북한 왕조의 동남아시아 버전”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해외로 망명한 캄보디아 야당 지도자 삼 랑시는 “훈마넷이 총리에 올라도 캄보디아 정치 지형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적으론 친 중국 행보 강화가 예상된다. 훈센 총리는 재임 기간 자신의 철권통치를 비판하는 미국과 거리를 둔 채 중국과 가깝게 지냈다. 가디언은 “훈센 총리 치하에서 캄보디아는 중국 정부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받았다”며 “공정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는 총선이 끝난 뒤 축하 메시지를 남긴 인물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라고 설명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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