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포항사람, 고 허대만 1주기를 맞으며…
[박창호 기자(=포항)(phjby@naver.com)]
영원한 포항사람, 허대만 전 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이 떠난지 1주년이다.
95년 스물 다섯의 나이에 당시에는 정당공천이 없던 제1회 동시지방선거에서 3년 임기의 포항시의원 당선으로 정치에 입문 후, 여섯 번이나 민주당 계열의 정당으로 국회의원과 포항시장 선거를 번갈아 가며 지역주의 아성을 깨기 위해 도전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병마에 쓰러져 간 변방의 비주류 정치인!
그러나 그가 쓰러져 끝내 삶을 내려놓고 도전을 멈추었을 때 남긴 아쉬움과 울림은 컸다.
민주당 경북도당과 대구시당 소속 지역위원장들 중심으로 제2의 허대만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게 분출되었고 민주당은 김두관 의원 대표 발의로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일명 허대만법)이 발의되었다.
허대만이 정치권과 국민에게 던진 메시지와 울림은 지역주의 극복이다.
승자독식의 현행 소선거구 중심 선거제도로는 지역주의 극복이 요원한 일이다.
호남에도 국민의 힘 국회의원이 나오고 영남에도 민주당 국회의원이 나올 수 있는 선거제도, 진보정당도 자신의 득표율만큼 당선자를 배출시킬 수 있는 선거제도를 생전의 허대만 위원장은 바라마지 않았다.
그래서 2019년에는 당시 정의당 경북도당 위원장이던 기자의 요청으로 연동형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민주당과 정의당이 경북도당 차원에서 같이 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22대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지금 허대만의 꿈대로 지역주의를 완화시킬 수 있는 선거제도로의 개혁은 아직도 산 너머 산이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현행 이대로가 최선이라는 여의도 셈법이 작용한다.
허대만 위원장은 또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든 것에 대해 소탐대실을 한탄하기도 했다.
허대만 위원장은 국민의 얼굴을 닮은 다양성이 넘치는 여의도 정치를 꿈꾸어 왔고 주류보다는 비주류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와 박지원 후보의 민주당 당 대표 경선 전당대회에서 허대만 위원장은 영남 원외 지역위원장 중에서 박지원 후보의 어깨띠를 매어주었으면 좋겠다는 박지원 후보측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고 박 후보 옆에 섰다.
누구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본인의 소신대로 살아온 허대만다운 행동이었다.
허대만을 잘 아는 민주당 내 지인 한 분은 허대만이 민주당 내에서 친노이었거나 학생운동에서 전대협 출신이었다면 비례대표던 무엇으로든 뺏지를 달았고 청와대 경력도 쌓았을 거라고 얘기한다.
허대만 위원장은 또한 평생을 포항만 바라보고 살아왔다.
고교졸업 후 서울로 유학해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스물다섯의 나이로 전국 최연소로 포항시의원에 당선된 후 줄곧 포항 외에는 한눈을 팔지 않았다.
포항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여야의 입장을 초월했다.
포항지진특별법 재정을 위해서 동분서주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이강덕 포항시장과 공원식 포항지진 범시민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추모사로 그 고마움을 밝혔다.
95년 제1회 전국동시 지방선거때 3년짜리 임기의 포항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것을 시작으로, 허위원장과 기자는 포항에서 가장 많이 선거에 출마했고 또 낙선했다.
허 위원장에게도 그 당선이 유일한 공직선거 당선의 기록이다.
그때 스물다섯과 스물여덟의 젊은 나이, 우리는 선거운동을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몰랐다.
후보등록을 하고 며칠 후에 선거운동이 공식 시작되는 관계로 그전에는 선거운동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오전에 후보등록을 한 고인이 기자의 선거사무소에 놀러와 하루 종일 같이 선거 걱정 수다를 하며 놀았던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다.
국민의 민심을 먹고 사는 정당인에게 소속 정당이 다르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쟁관계이다.
전직 진보정당의 정당인이었던 기자와는 한 번도 같은 정당을 한 적이 없지만 포항을 사랑하고 정치개혁을 위한 길에는 늘 동반자였다고 생각한다.
서로는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끝없는 도전의 고단함, 진보정치의 씨앗을 뿌려 새로운 세상의 밀알이 되겠다는 신념 하나로 늘 동병상련의 애잔함이 있었다.
생물학적 나이로는 기자가 두어 살 많지만 친구와 같았고 늘 배울것이 많은 동료였다.
허대만법이 제정되고 허대만 위원장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변방의 많은 허대만이 그 꿈을 이루기를,또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진보적 세상이 열리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더불어 국회의 모습이 국민의 얼굴을 닮은 다양한 모습으로, 또 대화와 타협으로 모든 갈등을 녹여내는 용광로 국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박창호 기자(=포항)(phjb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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