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한국에도 ‘물·식량 부족’ 닥친다… 물 6억t 부족 전망

김경필 기자 2023. 8. 2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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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생산성 2060년까지 20% 감소
어획량 2100년이면 ‘반토막’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충남 보령댐 상류 지역./한국수자원공사

기후 변화로 인해 한국이 장차 물 부족과 쌀 생산성 하락, 어획량 감소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도 가까운 미래에 물 부족과 식량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대책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22일 공개한 ‘기후 위기 적응 및 대응 실태(물·식량 분야)’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해 물 부족이 점차 심해져, 2100년까지 연간 최대 6억2630만t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측됐다. 유엔 관련 기관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내놓은 미래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농어촌공사, 서울대학교, 한경대학교가 미래 한국의 물 수급을 다시 예측한 결과다.

환경부는 2021년 세운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 2030년에 물이 연간 1억420만~2억5690만t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새 예측에 따르면 2030년대 물 부족량은 당초 예측치의 2.4배에 달하는 연간 2억8460만~3억9700만t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2080년대와 2090년대에는 연간 물 부족량이 적게는 연간 4억5530만t에서 많게는 5억1320만t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2031~2100년에 걸쳐 연간 최대 물 부족량은 5억8010만~6억2630만t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기존 물관리계획이 기후 변화를 감안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물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업용수 수요가 앞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잘못 예측했기 때문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예를 들어, 국내 경지 면적이 10% 감소한다고 해도 농업용수 수요가 10%까지 감소하는 것은 아닌데, 환경부가 이를 단순 비례로 계산해 농업용수 수요 감소를 과다 예측했다는 것이다.

또 미래 물 부족 정도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160개 시·군(특별시·광역시는 구의 구분 없이 1개로 계산) 가운데 충남 중·서부와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99개 시·군에서 농업용수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충남 당진시는 2042년에 최대 3695만t, 충남 보령시는 2054년에 최대 3513만t이 부족해진다. 40개 시·군은 생활·공업용수까지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2043년에 충남 서산시는 최대 77만t, 충남 홍성군은 최대 54만t이 부족해진다.

한편 미래의 물 부족량은 세계 각국이 온실 가스 배출을 얼마나 줄이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전 세계가 온실 가스 배출을 당장 적극적으로 감축하면 물 부족이 덜해지고,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으면 물 부족이 심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감사원이 농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농촌진흥청, 농촌경제연구원, 한국농수산대학교, 국립수산과학원, 서울대 등에게 미래의 식량 수급을 예측해보게 한 결과에서도 식량 부족이 예측됐다.

먼저 1000㎡당 쌀 생산량은 2020년 457㎏에서 2060년 366㎏으로 19.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쌀 재배 면적과 쌀 소비량이 함께 줄어들고 있어서, 이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빠르게 줄어들지에 따라 쌀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달라질 것이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밀·콩·옥수수 등 다른 작물들의 경우,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감소해, 2035~2036년 기준으로 한국이 수입할 수 있는 양도 밀은 33.8%, 콩은 63.1%, 옥수수는 25.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감사원은 “우리나라가 북미 등 일부 국가에 대한 식량 수입 의존도를 유지하고, 기후 변화로 인해 북미 등 특정 지역에서 급격한 생산 위기가 발생하면, 식량 공급에 위기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반도 주변 바다의 표층 온도가 미래에 최대 4~5도 상승하면서, 차가운 물에 사는 물고기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고, 따뜻한 물에 사는 물고기가 주종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면서 2100년까지 꽃게의 수가 130.7% 증가하는 등 일부 어종의 수가 증가하지만, 고등어·멸치는 각각 81.6%, 55.4% 감소하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연·근해 어획량도 2020년 93만t에서 2100년 52만t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환경부의 국가물관리기본계획과 해수 담수화 사업, 나눔 지하수 사업, 농식품부의 농촌 용수 개발 사업 및 식량 안보 정책, 국토교통부의 산업단지 지정 계획 등 물·식량 수급과 관련된 정부 정책 어디에도 미래 기후 변화의 영향이 반영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정부 계획들이 과거 기후나 농업 생산성, 해양 환경 등이 미래에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가정하고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래에 가뭄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인데도 가뭄 대비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고, 공업용수 부족이 우려되는 21개 지역에 산업단지 44곳이 조성되고 있는 등 미래 위험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비가 부족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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