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부르키나파소 역사상 첫 세계육상선수권 금메달

위그 파브리스 장고가 22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3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세단뛰기 결선에서 금메달을 딴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부다페스트 | AFP연합뉴스

부르키나파소의 육상 영웅 위그 파브리스 장고(30)가 조국에 사상 첫 세계육상선수권 금메달을 안겼다.

장고는 22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3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세단뛰기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세단뛰기 결선은 6차 시기까지 벌어지는데 장고는 5차 시기에서 17m64를 뛰어 쿠바의 세단뛰기 간판 선수들인 라자로 마르티네스(17m41), 크리스티안 나폴레스(17m40)를 모두 제쳤다.

부르키나파소는 아프리카 서부 내륙에 위치한 국가다. 경제적으로 윤택한 것도, 그렇다고 국토가 넓은 것도 아니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축구가 가장 유명한 스포츠인데, 다른 종목은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장고는 육상 불모지나 다름 없던 부르키나파소에 육상의 꿈을 안긴 주인공이다. 2019년 도하 세계선수권 남자 세단뛰기에서 3위에 올라 부르키나파소 역사상 첫 세계선수권 메달을 따냈다. 이후 2021년에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도 3위에 올라 올림픽 첫 메달 또한 안겼고, 지난해 유진 세계선수권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최정상의 위치로 올라섰다. 장고는 “국민들에게 새 역사를 쓰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오늘 약속을 지켰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한편 마리화나 복용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셔캐리 리처드슨(미국)은 여자 100m 결선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준결승에서 10초84로 2조 3위를 차지해 결선에 오른 뒤, 결선에서 10초65의 대회 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셰리카 잭슨이 10초72로 2위를 차지했고, 종전 대회 기록 보유자(10초67)이자 5번이나 세계선수권 100ｍ에서 우승한 셸리 앤 프레이저-프라이스(이상 자메이카)가 10초77로 3위에 올랐다. 미국 선수가 세계선수권 여자 100m에서 우승한 것은 2017년 런던 대회 때 토리 보위 이후 6년 만이다.

리처드슨은 2021년 도쿄 올림픽 미국 육상 대표 선발전 여자 100ｍ 결선에서 10초86으로 우승한 뒤 약물 검사에서 마리화나 성분이 검출돼 논란을 일으켰던 선수다. 당시 리처드슨은 “선발전을 앞두고 (오래 떨어져 지낸) 어머니의 부고를 받았다.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어 그런 선택을 했다”고 고백했지만, 결국 올림픽 직전에 선수 자격 1개월 정지 징계를 받아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 당시 이를 두고 리처드슨을 옹호하는 쪽도 있었지만, “규칙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처럼 반대의 목소리 또한 컸다.

평소 미디어를 향해 적대적인 반응을 드러내는 것으로 잘 알려진 리처드슨은 경기 후 AP통신의 영상 서비스 APTN과의 인터뷰에서 “모두에게 포기하지 말고, 미디어에 농락당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흔들리지 말라‘고 조언한다”며 “나를 지켜줄 사람과 그렇지 않을 사람도 구분할 줄 안다. 미디어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도 내게 도움이 된다”고 감정 섞인 반응을 보였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