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국가 경쟁력은 창업 시스템에서 나온다
매년 '스타트업 블링크'에서 발간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리포터(22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창업 인프라와 생태계가 잘 갖춰진 나라' 순위에서 3년 연속 3위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은 21위로 전년 대비 2단계가 하락했고, 도시 순위에서도 서울은 25위, 부산은 207위를 차지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블링크는 제조업이 많은 한국은 모험적인 창업보다는 안정적인 직장 근무를 더 선호하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이스라엘의 인구 수는 서울보다 훨씬 적은 900만명 수준이나 1인당 창업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기업 수도 100개가 넘는다. 이러한 수치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 대부분이 중동의 작은 나라 이스라엘 기업이라는 사실은 놀랍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다양한 창업 관련 정부 사업들이 발굴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글로벌 인재들이 안정적으로 창업을 할 수 환경인지는 의문이 든다.
이에 비해 미국,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의 스타트업 강대국 들은 에코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 에코 시스템이란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키우는 제반 환경을 의미한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에 비해 자본, 사람, 기술 등 경영자원이 부족한 측면이 많아서 국가가 책임지고 관련 제반 환경을 뒷받침 해줘야 한다.
결국 창업은 국가가 나서서 법제도, 투자환경, 제도개선 등을 주도적으로 지원해주고 자발적 참여를 하는 시스템을 구현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필자는 글로벌 창업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스타트업 에코시스템 구축에 대하여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창업에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실패는 창업을 성공으로 만드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 존멕스웰(John Maxwell)은 창업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3.8번의 실패를 선행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창업 경쟁력을 갖춘 나라들은 대부분 실패를 교훈으로 삼고 재도전을 통해서 더 높이 성장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창업에 실패하게 되면 세상에서 영원한 낙오자가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실패자에게 기회를 주는 시스템이야말로 글로벌 창업으로 나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둘째, 창업 엑시트(EXIT)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국내 스타트업의 창업지원 제도는 다양하지만 투자사들에게 충족될 만큼의 엑시트 전략은 부족하다. 국내는 글로벌 창업 선진국들처럼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민간 자본이 쉽게 투자금으로 유입되기가 어려운 구조다.
M&A가 활성화 되려면 대기업과 소기업(스타트업 및 벤처기업 등)간에 잘하는 영역에서 상생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는 대기업이 잘하는 영역과 소기업이 잘하는 영역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서로 잘하는 영역에 대하여 보완적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가령, 대기업은 생산과 유통에 강점이 있고 스타트업은 시장을 발굴하여 제품서비스를 창출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창업 전에 수요기업의 핵심 분야에 창업을 하고 그에 맞는 성과가 창출될 경우 후속 투자와 M&A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매칭 창업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예비 창업자들에게는 전문적인 멘토 시스템이 필요하다. 성공 경험이 많은 우수한 멘토는 언제든지 쉽고 빠르게 예비창업자와 접촉이 가능해야 한다. 특히 창업자가 어려운 난관에 봉착되었을 때 멘토들의 통찰력으로 문제가 빠르게 해결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주변에 코칭이나 멘토링을 해주는 분들이 적지 않게 있지만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멘토들은 부족한 수준이다. 사업 분야에 경험이 많고 통찰력이 있는 멘토를 쉽게 찾고 만날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과 풀(POOL) 구성이 필요하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각계 각층의 경험 많은 노련한 멘토들과 예비창업가들간에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들이 무척이나 많다. 그만큼 글로벌 창업 환경은 전세계 사람들간에 네트워크망을 통해 풍부한 아이디어들을 기반으로 창업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국내에도 각 분야별 다양한 경험을 가진 멘토들과 이제 시작하는 예비창업자간에 서로 상생을 이룰 수 있는 협업 시스템이 긴밀히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 유수의 다국적 기업들은 에코시스템이 잘 구축된 나라에 몰려들고 있다. 그만큼 국가 경쟁력은 창업 시스템에서 나온다는 것을 방증한다. 앞으로 우리도 미국과 이스라엘처럼 혁신을 촉진하고 스타트업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해서, 누구나 창업하고 싶어하는 나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실패를 하더라도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게 케어시스템도 함께 갖춰나가고, 스타트업 성장을 전방위로 지원하는 육성 모델이 체계적으로 이뤄진다면, 우리나라 곳곳에서 스타트업 요람이 탄생할 것으로 확신한다.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에서도 글로벌 창업 경쟁력이 구축될 수 있도록 다양한 유관기관, 민간기업, 연구기관 등과 협력을 통해 세계에서 인정받는 창업 시스템 구축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 김봉수 원장 kbs@compa.re.kr
김봉수 원장은 민간기업에서 기술개발 연구원 등으로 일하다 다소 늦은 나이에 공직에 도전해 임용됐다. 28회 기술고시 출신인 그는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기술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과기정통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 국제원자력기구 원자력발전국 선임원자력전문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시니어 엑스퍼트,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지식재산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1월부터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장을 맡고 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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