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유가족, ‘특별법 제정촉구’ 국회 향해 삼보일배 행진 시작
서울에 산발적으로 비가 내린 22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를 향해 삼보일배 행진을 시작했다.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광장 시민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들의 마지막 보루인 이태원 참사 특별법 통과와 참사 300일 추모를 위한 삼보일배 행진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가 책임 인정하고 대통령은 사과하라” “국회는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4대 종단 관계자들도 기자회견에 함께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참사 300일이 지났음에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게 없다. 폭염 속 아스팔트 위에서 전국을 돌던 유가족들에게 정부는 없었다”며 “피를 토할 정도로 외쳐도 아이들은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다만 남아있는 가족들이 살아가기 위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단식 끝에 특별법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지만 국민의힘 위원들은 법안을 논의조차 하지 않고 방치했다”면서 “국민을 외면하는 정치는 정치일 수 없다”고 했다. 이태원참사 특별법은 지난 6월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신속지정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지만 아직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강현욱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교무는 “정부는 지금까지 경찰 조사와 국정조사 등 진실을 드러낼 중요한 시기를 계속 놓쳐왔다. 특별법은 남겨진 마지막 기회”라며 “국회가 나서 참사의 숨길 수 없는 진실을 밝혀달라”고 했다.
김민아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활동가는 “가족과 친구를 잃은 유가족과 희생자 지인들이 300일간 어떤 나날을 보냈을지 상상하기 힘들다”며 “특별법은 정부가 참사에 책임져야 한다는 메시지이자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한 예방조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오전 10시29분 유가족과 4대 종단 관계자 100여명은 삼보일배 행진을 시작했다. 시민 수십명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뒤를 따랐다. 출발에 앞서 한 유가족은 양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기도 했다.
빗속에서 이들은 굳은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아스팔트 바닥에 이마를 찧었다. 일어나 세 걸음을 걷고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이들은 “참사 300일이 흐른 지금까지 누구도 ‘내 잘못이다’ 말하는 사람이 없다”며 “참사를 둘러싼 수많은 질문에 대한 해답이 필요한 때다. 국회와 시민들이 함께해달라”고 했다.
이들은 이날 애오개역까지 행진한 뒤 참사 300일을 맞는 24일 국회 앞에 도착할 예정이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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