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 철근 이때!" 입주 환영 현수막 알고 보니 LH 아파트

22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기 어때? 철근 이때(있대)!" "철근 있는 아파트 입주를 환영합니다" 등의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내건 한 신축 아파트 사진이 공개됐다. 이 아파트는 다음달 경기 평택에 입주 예정인 '고덕국제신도시 헤스티블'로, 최근 철근 누락 사태로 논란이 일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아파트로 확인됐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시공 과정에 잇따라 철근 누락 사고가 확인된 가운데 LH가 신규 공급한 아파트에서 '철근 있는 아파트' 등의 문구를 사용해 부실시공을 조롱한 현수막을 내걸어 누리꾼들이 갑론을박을 펼쳤다.

22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요즘 신축 아파트 입주 환영 현수막 근황'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한 신축 아파트 현수막 사진이 올라왔다. 현수막에는 "여기 어때? 철근 이때(있대)!" "철근 있는 아파트 입주를 환영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혔다. 한 현수막의 하단에는 "뼈있는 아파트" "철근 있어요"와 같은 해시태그가 작은 글씨로 쓰여 있다.

해당 현수막이 걸린 아파트는 오는 9월 입주 예정인 경기 평택 고덕동 '고덕국제신도시 헤스티블'로 LH가 지은 신혼희망타운 단지다. 전국 임대주택 총 20개 단지에서 철근을 누락해 논란을 일으킨 LH가 지은 신혼희망타운이다. 신혼희망타운은 신혼부부의 선호를 반영한 평면과 커뮤니티 시설을 적용하고 육아·교육 등 특화서비스를 제공하는 신혼부부 특화형 공공주택으로 정부가 LH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공공분양주택과 장기임대주택이 혼합된 형태다.

해당 단지에선 철근 누락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LH 철근 누락 사태가 터지며 입주 예정자들의 우려가 커지자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가 최근 부실시공 아파트를 조롱하기 위해 사용된 '순살 아파트'라는 단어를 이용해 이같은 현수막을 내건 것으로 보인다.

누리꾼들은 "철근 있는 게 자랑인 나라가 정상이냐" "당연한 것을 대단한 사실마냥 알려야 할 이유가 뭐냐"며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선 "안전 이슈를 유머처럼 쓰는 것도 문제"라며 해당 문구가 실제 철근 누락 아파트에 거주하거나 입주 예정이던 이들에게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철근 누락 사태는 지난 4월 LH가 발주한 인천광역시 검단의 한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지하주차장 지붕이 붕괴되며 불거졌다. GS건설이 시공한 이 단지는 보 없이 기둥으로 지붕을 받치는 무량판 공법에 의해 철근(전단보강근)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무량판 구조는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철근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는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에서 무량판 구조를 적용해 발주한 아파트 91개 단지를 전수 조사한 결과 남양주 공공분양 주택을 포함해 LH가 발주한 15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책임 있는 과실을 저지른 설계·감리 업체 다수에 LH 전관이 재직 중이며, LH가 철근 누락 단지의 설계·감리에 참여한 전관 업체와 최근 3년간 맺은 수의계약 규모가 2335억원에 이른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대됐다.

LH는 국토부의 '전관 카르텔 혁파' 주문에 따라 지난달 31일 이후 체결된 전관업체와의 계약 11건(약 648억원)을 모두 해지하고, 이달 22일 이후 입찰 공고와 심사 절차를 진행한 설계·감리용역 23건의 후속 절차도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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