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는게 뭐야? 공·수·주 미쳤다! 김하성, 2루타+그랜드슬램 '원맨쇼'…亞 '최초' 20홈런-30도루도 가능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전날(21일)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시즌 2승째를 손에 넣은데 이어 '어썸킴'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데뷔 첫 만루홈런을 작렬시켰다. 코리안 빅리거들의 승승장구가 이어지고 있다.
김하성은 2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 홈 맞대결에 2루수,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지난 20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더블헤더 맞대결은 기쁨과 아쉬움이 명확하게 공존했었다. 김하성은 더블헤더 1차전 첫 타석에서 메이저리그 통산 5번째 리드오프 홈런을 쏘아올리며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더블헤더 2차전이 끝날 때까지 단 한 개의 안타도 생산하지 못하면서 8타수 1안타로 경기를 마쳤다.
그러나 전날(20일) 하루 휴식을 취하고 돌아온 김하성은 달랐다. 빅리그 데뷔 후 첫 번째 그랜드슬램을 메이저리그 통산 300번째 안타로 연결시켰다. 이로써 김하성은 아시아 메이저리거 내야수 '최초'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 초읽기에 들어섰다. 22일 경기 종료 시점으로 김하성의 홈런 페이스는 21.9개, 지금의 흐름만 유지하면 기록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 더블헤더의 부진 첫 타석부터 제대로 씻었다
방망이는 1회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0-0으로 맞선 1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김하성은 마이애미 선발 라이언 웨더스와 맞대결에서 4구째 96.5마일(약 155.3km)의 포심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리자 이를 놓치지 않았다. 김하성이 밀어친 타구는 우익수 오른쪽으로 떨어지는 2루타로 연결됐고, 7타석 연속 무안타 흐름을 끊어내는데 성공했다. 출루에 성공한 김하성은 2루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기쁨을 만끽했다.
안타 이후 빠른 발도 빛났다. 김하성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1, 2루 찬스에서 매니 마차도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더블스틸'을 통해 3루 베이스를 훔쳐내며 시즌 28번째 도루를 기록했다. 김하성은 '발'로 확실한 득점권 찬스를 만들었고, 마차도의 희생플라이에 홈을 파고들면서 샌디에이고에 선취점을 안겼다.
올해 추신수가 보유하고 있던 한국인 메이저리거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을 깬 김하성은 30도루까지 단 2개만 남겨두게 됐다. 이날 경기 종료 시점으로 김하성의 도루 페이스는 36개. 하루에 3개의 도루도 성공했던 것을 고려한다면, 40도루까지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 메이저리그 첫 그랜드슬램 폭발! 20홈런-20도루는 물론 20-30도 보인다
압권의 장면은 2회였다. 김하성은 루이스 캄푸사노-가렛 쿠퍼-트렌트 그리샴이 3연속 볼넷을 얻어낸 1사 만루의 대량득점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서 다시 한번 웨더스와 맞붙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웨더스의 포심을 제대로 공략했다. 김하성은 웨더스의 3구째 몸쪽 96.6마일(약 155.5km) 포심을 힘껏 잡아당겼고, 이 타구는 방망이를 떠남과 동시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마애미 좌익수 브라이언 데 라 크루즈는 김하성의 타구를 잡아내기 위해 부단히 움직였다. 하지만 그의 발은 담장 앞에서 멈춰섰다. 잡아낼 수 없는 타구였던 까닭. 김하성이 친 타구는 95마일(약 152.9km)의 속도로 뻗어나갔고, 359피트(약 109.4m)를 날아간 뒤 좌측 담장을 살짝 넘어갔고, 빅리그 통산 300번째 안타를 데뷔 첫 그랜드슬램으로 연결시켰다. 김하성의 홈런에 펫코파크는 그야말로 들썩였다.
이 홈런으로 김하성은 20홈런-20도루에 홈런 3개만을 남겨두게 됐다. 지금까지 아시아 출신으로 20-20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추신수(現 SSG 랜더스)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밖에 없는데, 김하성이 20-20을 달성하게 된다면 내야수로서는 '최초'다. 게다가 현재 페이스라면 추신수와 오타니조차 하지 못했던 20홈런-30도루도 가능한 상황이다.
# 세 타석에서 발생한 석연치 않은 판정
김하성은 1회 첫 타석에서 2루타를 뽑아냈으나, 2B-0S에서 마이애미 선발 웨더스가 던진 3구째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몸쪽으로 향했다. 'MLB.com'의 게임데이를 통해 본 결과 명백한 볼이었는데, 이때 주심의 손이 올라가면서 김하성은 한차례 억울한 판정을 겪었다. 문제는 이런 판정이 한 번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통산 첫 번째 만루홈런을 터뜨린 타석에서도 웨더스가 던진 초구 97.2마일(약 156.4km)의 포심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 높게 형성됐다. 이 또한 틀림없는 볼. 하지만 주심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고, 김하성은 0B-2S의 매우 불리한 카운트에서 그랜드슬램을 작렬시켰다.
아쉬운 판정은 또 나왔다. 세 번째 타석에서 루킹 삼진을 당하며 물러난 김하성은 6-2로 앞선 6회말 2사 1루에서 마이애미의 바뀐 투수 브라이언 호잉과 맞대결을 가졌다. 그리고 호잉이 던진 2구째 94.5마일(약 152km) 싱커가 매우 낮게 형성됐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 주심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펫코파크에서는 탄식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날만 총 세 차례 석연치 않은 판정 속에서 김하성은 네 번째 타석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김하성은 주심의 판정에 어필은 하지 않았지만, 네 번째 타석에서 아웃이 된 후 표정에서 감정을 숨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김하성은 아쉬운 판정을 딛고 8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루이스 아라에즈가 친 타구를 백핸드로 잡아낸 뒤 러닝스로우로 깔끔하게 잡아내는 호수비를 펼쳤고, 공수주 맹활약을 선보이며 경기를 마쳤다.
# 2루타→그랜드슬램, 김하성이 끊어낸 연패
지난 20일 애리조나와 더블헤더에서 모두 무릎을 꿇었던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의 활약에 힘입어 연패에서 벗어났다. 선취점은 샌디에이고의 몫. 샌디에이고는 1회 김하성의 2루타와 타티스 주니어의 볼넷, 더블스틸로 만들어진 2, 3루 찬스에서 마차도가 자신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꾸며 1-0으로 앞서 나갔다. 이어지는 찬스에서는 타티스 주니어가 무리하게 홈을 파고들다 아웃되면서 추가점을 뽑아내지 못했다.
1회 김하성이 홈을 밟은 후 추가득점에 실패했던 샌디에이고는 2회 곧바로 달아났다. 바로 김하성의 방망이가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샌디에이고는 마이애미 선발 웨더스가 크게 흐들리는 틈에 캄푸사노를 시작으로 쿠퍼와 그리샴이 3연속 볼넷을 얻어내며 1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여기서 김하성이 메이저리그 데뷔 첫 만루홈런을 쏘아올리며 5-0까지 간격을 벌리며 초반부터 승기를 잡았다.
샌디에이고의 득점은 계속됐다. 3~4회 점수를 뽑아내지 못하던 샌디에이고는 5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차도가 시즌 24번째 홈런을 쏘아올리며 6-0까지 달아나는데 성공했다. 그러자 마이애미는 6회초 선두타자 조시 벨이 솔로포를 작렬, 제이크 버거의 2루타로 만들어진 찬스에서 헤수스 산체스가 한 점을 더 뽑아내면서 간격은 4점차로 좁혀졌다.
마이애미도 뒤늦게 추격에 나섰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를 뒤집는 것은 쉽지 않았다. 샌디에이고는 선발 마이클 와카가 5⅓이닝 1실점(1자책)으로 역투한 뒤 본격 불펜을 가동했고, 페드로 아빌라(⅔이닝 1실점)-스티븐 윌슨(1이닝)-로버트 수아레즈(1이닝)-톰 코스그로브(1이닝)가 차례로 등판해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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