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했던 '서울다움'의 아쉬움, 안익수 감독의 중도 사퇴
'넷플익수', '오직익수'라는 별명이 붙으며 서울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안익수 감독이 서울과 씁쓸한 작별을 알렸다.
FC서울 구단은 22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안익수 감독의 사퇴 사실을 알렸다. 지난 19일 대구FC와의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사퇴의 변이라는 입장문을 통해 감독직 사퇴를 선언한 안익수 감독은 이후 구단과의 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감독자리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21년 9월 부임 이후 채 2년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는 감독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안익수 감독은 지난 2021년 최하위로 처져있던 FC서울에 부임했다. 당시 전임자였던 박진섭 감독이 물러나면서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일순간 올렸고, 11경기 6승 4무 1패를 기록하며 팀의 잔류를 이끌었다.
전술 또한 신선했다. 유럽축구의 주류로 자리잡은 인버티드 풀백을 윤종규와 이태석을 통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활력있는 공격을 이끌었고, 이것이 자리를 잡으며 팬들은 안익수 감독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보냈다. 2022년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안익수 감독과 서울의 허니문은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2022년 여름을 지나며 안익수 감독의 전술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미끄러지며 승점을 잃는 일이 계속되었고, 결국 라이벌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함께 강등권에 놓이며 승강 플레이오프 추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다행히 리그 최종전에서 수원FC를 잡으며 자력잔류에 성공했고, 올 시즌을 앞둔 이적 시장에서는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를 단기 임대로 영입하며 방점을 찍었다. 덕분에 전반기에서 승점을 차곡차곡 쌓으며 울산-포항에 이은 3위로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황의조와의 이별 전부터 마련했어야 할 플랜B를 만들지 못했고, 지난해 불거졌던 문제점이 황의조 이적 이후 본격적으로 수면 밖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6월 이후 지금까지 서울은 12경기에서 단 2승을 거두는데 그쳤다. 경기력 역시 지난해 추락했을 당시의 경기력과 비슷하게 전개되었다. 팬들은 폭발했고,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물론 안익수 감독이 현재 4위로 팀을 잘 이끌고 있었던 점, 그랬기 때문에 팬들의 과도한 등쌀에 떠밀리듯 사퇴한 것이 아니냐, 감독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것이 아니냐는 여론도 이따금씩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서울팬들의 입장도 무시할 수는 없다.
안익수 감독은 기자회견 인터뷰에서 '서울다움'을 강조했지만, 그 서울다움이 어떤 축구인지에 대한 해답을 명쾌하게 내리지 못했다. 플랜 A는 어느정도 있었지만, 플랜 A가 파훼되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플랜 B는 부족했다. 결국 방향성없이 두루뭉술했던 그 서울다움은 서울과 안익수 감독의 허니문이 끝난 후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지난해부터 팬들은 안익수 감독의 축구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가져왔다. 그리고 안 감독에게 해명을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고, 결국 팬들의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키기에 이르고 말았다. 그리고 2023년 그 의구심은 불신으로 커졌고 결국 지난 대구전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축구는 감독의 방향성이 중요한 가장 대표적인 스포츠이다. 특히 K리그에선 더욱 그렇다. 아무리 선수가 좋아도 감독 전술의 방향성이 없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 고액 연봉자가 거의 없이 유망주들로 팀을 만든 포항과 광주가 경기마다 변화무쌍한 변화를 주는 감독의 존재로 리그에 파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5월 초까지 어떤 축구를 하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던 수원 삼성이 감독을 바꾼 이후 전술에 대한 방향성이 생겼다는 것이 그 예일 수 있다.
결국 애매모호했던 '서울다움'으로 구체적인 전술의 방향성을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었고, 결국 파국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서울은 팀의 빠른 안정을 위해 김진규 수석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선임해 27일 울산전부터 지휘봉을 맡길 예정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Copyright © 몬스터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