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려먹은 것들” 농경지 168만평 침수에 김정은 격노… 내각 ‘피바람’ 예고

김예진 2023. 8. 2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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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안남도 안석간석지 제방이 무너져 농경지가 침수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격노해 집중 검열을 예고했다. 김덕훈 내각 총리 교체는 물론, 대규모 처벌도 예상된다.

노동신문은 22일 보도에서 김 위원장이 전날 평안남도 간석지 건설종합기업소를 찾아 안석간석지 피해복구 현장을 현지지도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평안남도 간석지 건설 종합기업소에서 남포시 온천군 석치리 지역에 위치한 안석 간석지 제방에 배수 구조물 설치 공사를 질적으로 진행하지 못한 데로부터 바다물의 영향으로 제방이 파괴되면서 논벼를 심은 270여 정보를 포함, 총 560여 정보의 간석지구역이 침수되는 엄중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270여 정보는 약 81만평, 560여 정보는 약 168만평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김정은 총비서가 전날인 21일 평안남도간석지 건설종합기업소 안석간석지 피해복구 현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제방 붕괴 사고 현장 찾아 격노

신문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은 하체가 다 잠기는 침수 현장에 간부들을 끌고 들어가 비를 맞으며 관계자들을 질타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피해 발생 원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일꾼들의 매우 무책임한 직무태만 행위를 심각히 지적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며칠 전 침수 보고를 받고 당 중앙위 비서를 파견해 복구사업 지휘를 지시하고 군대까지 동원했는데 어떻게 내각과 성, 중앙기관의 책임일꾼(간부)들은 현장에 얼굴도 내밀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복구현장 난맥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내각 총리는 관조적 태도로 현장을 한두번 돌아보고 부총리를 대신 보냈으며, 부총리는 현장에 나와 연유(기름)공급원 노릇이나 했으며, 간석지건설국장은 자기는 크게 할 일이 없기 때문에 돌아가겠다고 했다며 잘못을 일일이 나열했다. 이어 “이 국장에 대해 기업소사무실에서 맴돌며 허송세월한 것마저 배수문 공사용으로 국가로부터 공급받은 많은 연유를 떼내여 몰래 은닉해놓은 행위까지 했다는데”라며 비리행위를 적발했음을 시사했다. 

신문은 또 이 기업소에 대해 “올해 6월부터 농경지 침수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배수 구조물 설치 공사를 한다고 하면서 국가 건설 허가도 받지 않고 건설 감독기관의 감독 통제도 없이 날림식으로 거칠게 진행한 것마저 수문제방으로 물이 새는 것을 사전에 발견하고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한다”고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안석간석지 피해복구 현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이곳은 간석지 제방 배수 구조물 설치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바닷물에 제방이 파괴되면서 간석지 구역이 침수됐다고 한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틀려먹은 것들…다 말아먹어”

이번 보도는 김 위원장의 간부들에 대한 기강잡기 사례 중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의 초고강도 질책이다. 

김 위원장은 잘못을 따져 열거한 이들에 대해 “엄중한 피해를 발생시킨 당사자들로서 자그마한 가책이나 책무수행에 대한 사소한 의지조차 결여”, “군대가 전적으로 달라붙어 해달라는 자세이며 또 응당 그래야 한다는 식의 뻔뻔스럽고 불손하기 그지없는 태도”, “정말 틀려먹은 것들”이라고 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최고 책임자인 김덕훈 내각 총리는 집중 타깃이 됐다. “내각의 모든 행정경제사업들이 제가다리로 움직이고 있다”, “간석지건설국이 이러한 건설을 자의대로 승인하고 망탕 할 때까지 내각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행정경제규율이 얼마나 문란한가를 보여준다”, “최근 몇년간에 김덕훈내각의 행정경제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고 그 결과 건달뱅이들이 무책임한 일본새로 국가경제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 “내각은 내리지령밖에 할줄 모르는 지령부서, 통보부서처럼 됐다”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당중앙의 호소에 호흡을 맞출줄 모르는 정치적 미숙아들, 경종을 경종으로 받아들일줄 모르는 지적저능아들, 인민의 생명재산안전을 외면하는 관료배들, 당과 혁명앞에 지닌 책무에 불성실한 자들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당과 정부의 지휘와 지시에 불복하거나 무관심한 현상, 나라에 재난이 닥치든 말든 자기 소관이 아니면 외면해버리는 준비되지 못한 일부 일군들의 안온하고 게으른 일본새에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린다”고 했다.

그는 “환원복구가 가능한 논면적을 최대한 확보하고 염기 피해 방지와 영양관리대책을 비롯하여 논벼생육을 개선하기 위한 결정적인 대책들을 강구함으로써 논벼 수확고 감소를 최소화하고 초기 예상 수준의 알곡 소출을 거둘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라”고 강조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내각 수장 김덕훈 비롯 ‘특단조치’ 따를 듯 

북한은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와 대북제재로 김정은 집권 이후 최악의 식량난을 겪었다. 올 가을 농작물을 성공적으로 추수하는 것이 식량난을 모면할 유일한 돌파구다. 김 위원장은 식량난에 따른 민심이반을 막기 위해 농업 부문 현지지도에 집중해왔다. 그런 만큼 이번 제방 붕괴와 농경지 침수 사고 책임을 가능한 엄격한 수준으로 처벌할 것으로 예상된다. 처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와 규율조사부, 국가검열위원회와 중앙검찰소가 책임있는 기관과 당사자들을 색출하여 당적, 법적으로 단단히 문책하고 엄격히 처벌할 데 대하여 명령했다”며 “직무태만행위를 한 간석지건설국장은 당규률심의위원회에서 출당문제를 심의할데 대하여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명령에 따라 간석지건설국, 국가건설감독성, 평안남도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남포시국토환경보호관리국, 남포시건설감독국에 대한 집중검열사업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안석간석지 피해복구 현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흰색 상의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팔을 걷어붙인 채 허벅지까지 이르는 물에 잠긴 논에 직접 들어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워낙 비난 강도 높아서 어떤 형태로든 인사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인사 동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당국자는 이번 보도에 대해 “구체적인 태풍피해 상황 언급하면서 태풍피해를 김덕훈 내각 무책임에 따른 인재로 규정하고 있다”며 “핵 개발로 인한 대북제재와 국경봉쇄 등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인해 초래된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한 책임을 내각에 전가한 측면이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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