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P 랭킹제도 도입 50년. 28명만 1위 경험
[백승원 객원기자] 1973년 8월 23일, ATP 랭킹이 전 세계에 공표되었다. 그리고 2023년 8월 21일 랭킹 발표와 함께 ATP 랭킹은 50돌을 맞이하였다. 만 50년의 세월동안 단 28명의 선수만이 ATP 랭킹 1위를 경험할 정도로 1위라는 타이틀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기록에 따르면 1800년대 중반, 현재 테니스라고 불리는 운동이 본격적으로 역사에 기록되었을 무렵(그랜드슬램 중 가장 오래된 윔블던이 1877년 시작)부터 제법 오랜 기간 동안 특별한 랭킹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1950년대 들어서야 영국의 유명 신문들이 각자 자신들이 만든 ‘랭킹 시스템’을 발표하기 시작하며 ‘랭킹’에 대한 개념이 갖추어지기 시작하였다. 당시, 테니스 저널리스트의 전설로 불리는 랜스 팅게이(Lance Tingay)는 잡지에 연중 톱10 선수들을 선정해서 실었었다. ATP랭킹이 탄생하기 전, 사람들은 이 랭킹을 가장 신뢰했다.
1968년 프랑스오픈부터,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들의 참여의 벽이 허물어지며 시작된 오픈 시대(Open Era)에 들어서면서 선수들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에 대한 필요성은 자연스레 더 커졌다. 앞서 말했듯, 랜스 팅게이를 시작으로 1950년대부터 세계랭킹의 개념이 있긴 했다. 하지만 이 랭킹은 각 국 테니스협회와 서킷, 그리고 당시 이름있는 테니스 저널리스트 몇 명이 모여 자신들만의 리스트를 엮어 발표했다. 당연히 객관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협회마다 자국 선수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려 했고, 흔히 ‘스타성 있는’ 선수들에게는 저널리스트의 평가가 후할 수 밖에 없었다.
ATP 랭킹의 탄생
오픈시대가 시작되고 얼마되지 않았던 1972년 8월, US오픈 첫 주, 당시 스타 선수들이 선수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프로 협회(Association of Tennis Professionals)를 조직, 지금의 ATP가 탄생하게 된다. 투표를 통해 선출된 초대 전무이사(Executive Director)는 잭 크래머(Jack Kramer)이며, 회장(President)은 클리프 드라이스데일(Cliff Dyrsdale)이었다. 그중에서도 객관적인 랭킹 도입의 필요성은 ‘잭 크래머’가 주도했다. 그는 대회 상금이 ‘해당 대회의 성적’으로만 사용되길 바랐다. 당시 10여년간 지속된, ‘shamateur’라고 불리는, 대회에 참가한다는 흔히 ‘초청료’ 명목으로 돈을 받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존재했는데, 대회의 비용 일부가 그렇게 경기 결과에 따른 보상이 아닌 ‘초청료’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개편하고자 한 것이다.
ATP는 랭킹이 객관성을 확보하되, 자신들만이 이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당시 선수들의 의견과 함께 엔지니어이자 물리학자이자 작가이기도 했던 사이먼 라모(Simon Ramo)의 도움을 받아 컴퓨터 랭킹을 만들기에 돌입한다. 그후 ATP가 탄생지 1년 만인 1973년 8월 23일, ATP는 마침내 세계 랭킹을 처음으로 공표한다.
ATP 랭킹의 골자는 ‘평균’이었다. 52주(1년) 동안 누적된 포인트를 선수가 참가한 대회 수(이 때, 대회수의 최솟값은 12)로 나눈 값이었다. 이러한 ATP 랭킹 최초 1위의 영광은 일리에 나스타세(루마니아)에게 돌아간다. 최초 랭킹 산정은 한 달에 한 번씩 이뤄졌는데, 이를 위한 데이터 산정 및 결과도출은 처음부터 컴퓨터로 진행했다. 이는, 랭킹 만들기에 도움을 주었던 사이먼 라모가 사업가이기도 했는데 당시 하던 사업 중 우주항공 및 전기관련 된 사업에서 컴퓨터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 사용한 컴퓨터를 이용한 것이다. 참고로 ATP 복식랭킹은 1976년 3월 1일부터 도입되었다.
ATP 랭킹 시스템의 변화
I. 1983 ~ 1989, ‘보너스 포인트’ 도입
1983년, ATP는 기존 52주간의 ‘평균’이라는 시스템의 골자는 유지한 채 ‘보너스 포인트’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당시 ATP 유럽 디렉터로 있던 5명(Richard Evans, Fred McNair, Sherwood Stewart, Owen Davidson, Raymond Moore)이 만들어 낸 아이디어였는데 추가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대회에서 시드 선수를 꺾은 자들에게는, 대회 라운드에 상관없이 보너스 포인트를 지급한다.” 최초 Top 75인 선수를 꺾은 선수들에게 지급했던 이 개념은 후에 Top 150까지 확대된다. Top 150을 꺾었을 때 주어지는 보너스 포인트는 아래와 같다. 그리고 ATP는 이러한 시스템을 1989년까지 유지한다.
II. 1990 ~ 1999년, 14개 대회의 최고 성적의 누적으로 랭킹포인트 변화
1990년 랭킹부터 ATP는 그동안 ‘평균’의 개념에서 ‘누적’의 개념으로 랭킹포인트를 변화시킨다. 그리고 52주라는 기간은 유지한 채, 그 중 선수가 최고 성적을 올린 14개의 대회라는 규정을 두어, ‘랭킹포인트’를 벌기 위한 선수의 마구잡이식 대회 출전을 원천 봉쇄한다. 이 때, ATP는 현재 마스터스 1000 시리즈라고 불리는 연간 9개의 대회에 대해 ATP 챔피언십 시리즈(ATP Championship Series)를 탄생, 투어를 개편한다. ATP 챔피언십 시리즈는 해당 9개 대회에 대해 그랜드슬램과 ATP 연말 최강자전 보다는 적지만, 다른 대회보다는 높은 랭킹 포인트를 보장한, 5세트 경기를 유지함으로써 투어에서 대회의 고급화를 포지셔닝 했다(2008년부터 마스터스 역시 3세트 경기로 전환). 한편 연말 최강자전은 별도 규정을 두어 연간 14개 대회 외에도 추가로 연말 최강자전에서 획득한 포인트가 그대로 랭킹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 연말 최강자전의 이러한 예외 규정은 오늘날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III. 2000 ~ 2008년, 최고 성적 대회 숫자를 14개에서 18개로 확대
2000년 ATP는 최고 성적 누적 대회 숫자를 4개 추가한다. 사실 14개의 대회 내에는 그랜드슬램도 포함이 되었고, 그랜드슬램의 경우 1988년 호주오픈이 128드로를 실시하며 모든 그랜드슬램이 한 대회에 2주 전체를 사용하는 상황이었다. 개편에는 누적 숫자 대회 확대와 함께 랭킹 산정에 있어 그랜드슬램 4개 대회 및 마스터스 9개 대회를 필수로 삽입시켰다.(이 13개 대회 중 선수가 참여하지 못하는 대회가 생기면 해당 대회의 랭킹포인트는 0으로 처리) 결국 이 13개 대회를 제외하면 선수가 랭킹 산정에 있어 추가할 수 있는 대회는 단 5개에 불과했다. 직전에는 그랜드슬램 4개 대회만을 필수로 삽입시켰기에 총 14개 대회 중 성적이 가장 좋은 10개의 대회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투어가 개편되면서 ‘마스터즈 시리즈’가 정비되었고, 랭킹이 가능한 선수들은 이 대회가 ‘필참’이 되면서 오히려 랭킹이 높은 선수들이 다른 대회 출전이 줄어드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IV. 2009 ~ 2019년, 대회별 랭킹 포인트 범주 변화, 마스터스 1000 ‘필참 규정 변화’
2009년, ATP는 다시 한 번 투어대회 랭킹포인트를 개편한다. “마스터스 1000”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 역시 이때부터이다. ATP는 투어대회 랭킹포인트 개편과 함께, 상금에 따른 투어 대회 명칭 역시 개편한다. 그리고 9개의 마스터스 시리즈의 ‘필참’규정을 8개 마스터스 시리즈 ‘필참’으로 완화시킨다. 이로 인해 최고 성적 누적 대회 18개에 있어 선수들은 그랜드슬램 4개, 마스터스 시리즈 8개에 이어 투어 6개 대회의 최고 성적을 집계하게 된다.
* 단, ATP는 2019년부터 월드* 라는 단어를 대회 공식명칭에서 제외, “ATP 투어 랭킹포인트”로 명칭 변경. ATP 투어 마스터스 1000, ATP 투어 500, ATP 투어 250
V. 2020 ~ 2021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랭킹 산정 기간 일시변경
2020년 3월 16일부터 8월 24일까지(23주) 코로나로 인해 투어가 중단되었다. ATP는 해당 기간의 랭킹을 동결(Frozen)한다고 발표한다. 투어의 중단이 언제까지 될 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해 초 여름, ATP는 종전 12개월(약 52주)의 랭킹 산정 기간을 22개월로 일시 연장을 발표한다. 이후 8월 말 코로나 속에 투어가 재개되었다. 그리고 2020년 10월, ATP는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랭킹 산정의 기간을 24개월(발표 기준 2021년 3월 1일 주까지 적용)로 확대하고, 이 기간 동안 대회에 대한 ‘필참’ 규정 역시 완화한다. 투어가 재개되었으나 국가별 출입국 규정이 달랐기에, 선수들의 대회 참여가 코로나 전처럼 자유롭지는 못했다. 특히 투어에서 백신 접종을 거부한 선수들은 출입국이 불가능한 나라들도 있었다. 이후 2021년 1월, ATP는 최고 성적 대회(best of)의 산정 기간을 2주 연장, 2021년 3월 15일까지로 연장한다.
2021년 3월 ATP는 다시 이 ‘best of’, 최고 성적 대회의 산정기간을 2021년 8월 9일 주까지(2021년 토론토 마스터스 1000 대회 포함)로 변경한다. 이로 인해 코로나로 중단된 2020년 대회기간에 2019년 3월 4일 ~ 8월 5일의 대회 성적이 집계 기간에 포함되는데, 이 기간의 랭킹포인트 배점을 50%로 줄이며 랭킹을 산정한다.
코로나로 투어가 중단되기 전 세계 1위는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였다. 24개월로 랭킹산정을 일시 변경하게 된 21년 8월 9일 주 직후에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는 세계 랭킹 1위를 지켰다.
VI. 2022년 ~ 현재까지, 최고 성적 대회 숫자를 19개로 확대
2021년 8월로 과거 52주간 코로나로 인한 투어 중단 기간이 완전히 제외, 코로나 전의 시스템으로 회귀가 가능해졌다. 2022년 랭킹부터 ATP는 코로나 전 유지했던 최고 성적 누적 대회 숫자를 18개에서 19개로 하나 더 늘렸다. 2022년 8월 15일 자 ATP 랭킹은 완벽히 코로나 전이었던 직전 52주간의 최고 성적 누적대회 숫자로 가능해졌다. 단, 2022년 윔블던의 경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러시아 선수들의 참가를 막아 대회의 랭킹포인트를 없앴기 때문에 랭킹 산정에 포함되지 않았다(2023년 윔블던이 종료된 후 이 부분도 사라짐). 코로나로 인해 2020년 이후 열리지 못한 중국 상하이 마스터스의 상황을 감안, 마스터스 필참 개수 8개를 일시적으로 7개로 줄이며 이외 9개의 대회의 최고 성적 누적 포인트로 계산하고 있다. 2023년 상하이 마스터스 1000은 10월 4일 ~ 15일로 예정되어 있으며, 상하이 마스터스 1000이 예정대로 열린다면 마스터스 1000 필참 개수 역시 이전처럼 8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ATP 랭킹 1위 관련 각종 기록들
2023년 8월 21일 기준, 역대 1위 기간 및 기록
*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 3월 16일 주부터 2020년 8월 24일까지(23주) 랭킹이 동결되었음(2020년 인디언웰스가 3월 11일 ~ 22일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연기 발표 후 결국 취소); 랭킹 산정 제외기간은 2020년 3월 23일부터 8월 23일까지 22주간으로 결정, 해당 기간(22주)은 집계 미포함
최고령 1위
로저 페더러(스위스, 만 36세 10개월 10일, 2018년 6월 18일)
최연소 1위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 만 19년 4개월 7일, 2022년 9월 12일)
최장기간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389주, 세르비아, 2011년 7월 4일~)
최단기간 1위
패트릭 래프터(1주, 호주, 1999년 7월 26일)
글= 김홍주 기자(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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