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에 밀리는 우주청 신설[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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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미국 정부 우주개발 예산은 619억 달러.
중국(119억 달러)부터 한국(7억2000만 달러)까지 2∼10위 국가가 투입한 예산을 다 합쳐도 325억 달러다.
미국 성공 사례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개척하려는 한국에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
저궤도 소형위성을 수만 개씩 우주에 깔고 있는 미국 스타링크와 중국의 궈왕(國網) 프로젝트는 세 가지 측면에서 우리에게 위험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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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미국 정부 우주개발 예산은 619억 달러. 중국(119억 달러)부터 한국(7억2000만 달러)까지 2∼10위 국가가 투입한 예산을 다 합쳐도 325억 달러다. 미국의 절반 정도로, 민간까지 합치면 격차는 훨씬 더 벌어진다. 우주뿐 아니다. 항공, 특히 군용기 기술에서 미국의 경쟁력은 독보적이다. 나사(미 항공우주국)를 중심으로 우주 기술개발에 총력을 쏟아부은 결과다. 미국 성공 사례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개척하려는 한국에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 예산 지원과 나사에 버금가는 전문조직의 중요성이다. 전 세계적으로 우주항공산업은 대격변을 앞두고 있다. 위성통신과 미래항공모빌리티(AAM)는 경제성장을 이끌 시대의 화두다. 지금 당장, 관련 기술 축적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는 우주 국제경쟁력에서 뒤처져 영원히 우주미아 신세가 될 절박한 처지다.
저궤도 소형위성을 수만 개씩 우주에 깔고 있는 미국 스타링크와 중국의 궈왕(國網) 프로젝트는 세 가지 측면에서 우리에게 위험 신호다. 첫째, 이동통신(휴대폰)산업이 타격받을 수 있다. 아직은 위성통신 비용이 기지국을 활용하는 기존 이동통신 요금보다 비싸지만, 소형위성이 늘어나 통신 속도가 더욱 빨라질수록 가입자가 늘어나고 비용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절반 이상이 낮은 이용료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미국이든 중국이든 낮은 요금을 제시하는 해외 위성통신사업자로 갈아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 이동통신 사용자 개인 정보 유출과 재가공으로 경제 전체가 타격받을 수 있다. 개개인의 스마트폰 사용 기록을 분석하면 교우 관계, 가계 경제 규모, 구매 스타일과 정치 성향까지 파악이 가능하다. 해외 위성사업자가 위성 사진과 통신 기록을 대조하면 주요 공장은 물론 방산업체 자재 확보 수준과 생산량, 매출액 정보까지 그대로 넘어간다. 셋째, 안보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저궤도 소형위성으로 군의 이동과 훈련 주기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 전쟁 판도를 바꿀 정도로 막강한 힘을 입증했다.
위성통신 대비책은 우리 스스로 얼마나 위성통신망을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정부와 국책연구소에서 진행해온 대형 발사체와 위성 발사는 그대로 유지하는 동시에 민간이 주도하는 저비용 통신위성을 쏘는 게 최선책이다. 더 많은 위성 없이는 북 핵·미사일을 막을 한국형 킬체인(kill chain) 구축도 어려워진다. 현재 5시간인 인공위성의 한반도 상공 재방문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해 적의 선제공격을 무산시키려면 저비용 통신위성망 외에 답이 없다. 상황이 이처럼 절박하다. 통신위성을 발사하는 주요 국가 간 우주조약이 논의되는 마당에, 한국이 주요 발사국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한 우주조약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위성통신망의 구심점인 우주항공청마저 정파 간 이해 다툼으로 연내 설립이 불투명해 참으로 안타깝다. 여야가 우주전담기관 설립에 동의했으면서도 안건 조정 테이블에도 못 오르고 있다. 정치권이 국익은 뒷전인 채 정쟁으로 우주 도약을 가로막고 있다. 경제와 안보, 두 측면에서 우주는 우리에게 기회이자 위기다. 우리에게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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