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설계업체들, 334억 수의계약
전문가 “공사 독점력이 문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표한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중 ‘설계 미흡’이 드러난 10개 단지의 설계 업체가 지난 1년 반 동안 LH 설계용역 수의계약을 300억원 넘게 수의계약을 통해 수주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이들 업체는 유명한 ‘LH 전관업체’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특히 공개 경쟁 입찰 방식이 아닌 LH측이 임의로 정하는 수의계약 형태로 사업을 따낸 것으로 드러나 짬짜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기사 18면
LH의 2022년~2023년 상반기 수의계약 체결 현황을 확인한 결과, ‘설계 미흡’ 철근 누락 단지 10곳을 설계한 업체 5곳(에스아이그룹·범도시건축·케이디엔지니어링·이어담건축·다인그룹엔지니어링)은 최근 1년 반 동안에도 333억6949만8000원 규모로 수의계약 일감을 가져갔다.
에스아이그룹은 총 128억9057만6000원 규모의 LH 발주 용역 5건을 따냈다. 에스아이그룹은 파주운정 A34 설계에 참여한 건축사무소다. 해당 단지는 무량판 기둥 331개소 중 12개소가 철근이 누락됐다.
에스아이그룹은 대표적으로 지난해 7월 고양창릉 S-1BL 공동주택 설계용역(계약액 25억9843만1000원), 11월 하남교산 B-5BL 공동주택 설계용역(계약액 26억9519만5000원), 올해 6월 남양주양정역세권 S-1BL 공동주택 설계용역(37억1593만1000원) 등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범도시건축은 총 55억1620만1000원 상당의 LH 발주 용역 2건을 따냈다. 이 업체는 지난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충남도청이전신도시 RH11를 설계한 업체다. 해당 단지는 무량판 기둥 336개소 중 13개소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도시건축은 지난해 9월 인천계양 A10BL 공동주택 설계용역(22억6009만4000원), 10월 대전둔곡 A4BL 공동주택 설계용역(32억5610만7000원)을 수주했다. 이어 담건축은 총 36억8986만5000원 상당의 LH 발주 용역 2건을 수주했다. 수원당수 A3을 설계한 업체로, 해당 단지는 무량판 기둥 325개소 중 9개소의 철근이 누락됐다. 이어담건축은 지난해 1월 인천계양 A-1BL 공동주택 설계용역(18억8779만2000원), 올해 6월 서울 쌍문역동측 도심 공공주택 복합지구 기본 설계용역(18억207만3000원)을 수주했다.
케이디엔지니어링은 총 50억1165만2000원 상당의 LH 발주 용역 2건을 수주했다. 케이디엔지니어링은 인천가정2 A-1BL을 공동 설계한 업체로, 해당 단지는 무량판 109개소 중 무려 37개소의 철근이 누락됐다. 케이디는 지난해 7월 남양주왕숙 S-12BL 공동주택 설계용역(계약액 22억714만9000원), 지난해 11월 고양탄현 A3BL 공동주택 설계용역(28억450만3000원)을 수주했다.
다인그룹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다인)는 총 62억6120만4000원 규모의 LH 발주 용역 2건을 따냈다. 다인은 LH가 발표한 철근 누락 단지 중 파주운정3 A23블록을 설계한 사무소다. 다인은 지난해 12월 양주회천 A-26블록 공동주택 설계용역(계약액 38억7556만3000원)과 올해 4월 남양주왕숙 S-17블록 공동주택 설계용역(계약액 23억8564만1000원)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설계공모는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에 따라 기술심사(디자인 공모)를 거쳐 경쟁을 통해 최종 당선업체를 결정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수의계약과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LH 전관예우 문제는 기본적으로는 공사가 갖고 있는 독점력 때문”이라며 “독점적 개발사업이나 정책 과제를 하다보니 관련된 사업에 연결된 외주들을 공사 측에서 좌지우지하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신혜원·고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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