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에 이미 ‘10억 대회’···골프대회의 신세계

양준호 기자 사진=한화 클래식 조직위 2023. 8. 2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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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투어 한화 클래식 24일 춘천서 개막
3억600만원 쟁탈전···김아림·티띠꾼도 출격
지난해 한화 클래식 중 제이드팰리스GC 18번 홀 페어웨이에서.
[서울경제]

한화 클래식은 여름의 화려한 마무리를 책임지는 대회다. 가을을 향한 문턱에서 다양한 명승부를 연출하며 메이저 대회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해왔다. 올해 대회는 8월 24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 대회 코스는 변함없이 강원 춘천의 제이드팰리스GC. 지난해 14억 원이던 총상금을 17억 원까지 올리면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역대 최대 상금 기록을 다시 한 번 갈아치웠다.

양박(朴)과 슈퍼 루키 3인방, 그리고 홍지원

‘양강’ 박지영과 박민지의 상금왕·대상(MVP) 타이틀 경쟁은 한화 클래식에서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자그마치 3억 600만 원. 둘 중 우승자가 나온다면 그 주인공의 시즌 타이틀 독식에 베팅하는 게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둘 다 제이드팰리스의 코스에 자신감이 있어 더 흥미롭다. 지난해 대회에서 박지영은 공동 6위, 박민지는 단독 2위에 올랐다. 둘의 타수 차는 단 3타였다.

상금 1위로 올라선 이예원은 신인이던 지난해 이 대회에서 컷 탈락했던 아픔을 깨끗이 씻으려 한다. ‘양박’과 이예원, 그리고 임진희는 시즌 3승 경쟁을 벌인다.

가공할 장타를 기본으로 갖춘 무서운 신인 삼총사 황유민, 김민별, 방신실도 우승 후보에 넣어야 한다. 드라이버 샷을 평균 260~270야드 치는 이들이다. 제이드팰리스는 장타자에게 절대 유리한 코스는 아니지만 장타가 강력한 무기인 건 분명하다.

홍지원은 2년 차였던 지난해 데뷔 첫 우승을 이 대회에서 해냈다. 평균 드라이버 샷이 220~230야드에 불과한데도 정확성과 전략적인 플레이를 앞세워 신데렐라 스토리를 썼다. 신인이던 2021년에도 공동 3위에 올랐을 만큼 이 코스, 이 대회와 궁합이 좋다.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올해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수확하며 ‘메이저 체질’임을 증명한 홍지원은 1997년 박세리 이후 26년 만의 한화 클래식 연속 우승 기록에 도전한다.

김아림, 티띠꾼도 출사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대표 장타자인 한화큐셀 소속 김아림과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를 지낸 태국의 아타야 티띠꾼도 이번 한화 클래식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20년 US 여자오픈에서 5타 차를 뒤집는 대역전 우승으로 LPGA 투어 진출 자격과 US 여자오픈 10년 출전권을 따냈던 김아림은 어느덧 LPGA 투어 3년 차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5월 KLPGA 챔피언십 우승 뒤 1년여 만에 국내 대회 제패를 두드린다. 한화큐셀 골프단의 또 다른 해외 선수인 지은희, 김인경, 신지은, 이민영도 출격한다.

티띠꾼은 올해 LPGA 투어 평균타수 1위를 다투는 태국의 간판이다. 데뷔 시즌인 지난해에만 2승을 올려 신인상 타이틀을 따내고 세계 1위 고지도 밟아봤다.

구옥희로 시작해 박세리로 정점 찍은 한화컵

한화 클래식의 시작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故) 구옥희가 LPGA 투어 스탠더드 레지스터에서 우승한 해다. LPGA 투어 한국인 첫 우승이었다. 이를 기념해 1990년 탄생한 대회가 한화 클래식 전신인 서울여자오픈골프선수권(한화컵 서울여자오픈)이다. 한화컵은 일찌감치 ‘글로벌’을 지향했다. 초대 대회부터 해외 유명 선수를 초청했다. 1회 대회부터 미국, 대만, 호주, 일본 등에서 외국 선수 약 40명을 초청해 총상금 30만 달러 규모로 열었다. 전년도 LPGA 투어 상금 랭킹 7위 콜린 워커, 당시 통산 70승으로 여자골프 세계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했던 히구치 히사코 등이 참가했다. 첫 4년 간 우승자가 모두 외국 선수였다. 한화컵은 1997년까지 8년 동안 이어지면서 KLPGA 투어의 국제화에 공헌했다.

한화컵의 최고 스타는 구옥희 이후 LPGA 투어 한국인 두 번째 우승의 주인공이자 한국인 최초의 LPGA 투어 메이저 우승자인 박세리다. 1995년부터 1997년까지 대회 3연패 기록을 남겼다. 당시 세계 1위 로라 데이비스가 참가했던 1995년 대회 때 우승자 박세리는 공주금성여고 학생이었다.

3연패와 세 차례 우승 모두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이 대회 기록이다. 박세리는 1997년 이 대회 우승 뒤 미국으로 건너가 LPGA 투어 테스트 본선을 1위로 통과했고 이듬해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에서 한국 선수 최초의 메이저 우승 기록을 썼다.

한화 클래식 프리미엄 라운지.

12년 전에 이미 총상금 10억 대회

한화는 새 대회명과 파격적인 상금 규모로 업그레이드돼 골프 팬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한화금융 클래식으로 이름을 바꾸고 2011년 국내 여자 골프에 총상금 10억 원 시대를 열었다. 10억 원은 요즘 기준으로도 큰 상금. KLPGA 투어와 국내 골프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한화그룹의 의지였다. 당시 LPGA 투어 ‘코리안 시스터스’의 간판인 박세리, 신지애, 최나연도 참가한 가운데 최나연이 우승 상금 2억 원을 가져갔다. 2012년에는 한화금융네트워크와 광고 모델 계약을 한 배우 김태희가 대회장인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 골프앤리조트를 찾아 시상식에서 우승자 유소연에게 꽃다발을 건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금의 한화 클래식으로 이름이 또 한 번 바뀐 것은 2017년이다. KLPGA 투어 5대 메이저 대회로 승격한 해이기도 하다. 12억 원이던 총상금이 14억 원으로 올라갔고 LPGA 투어 자매 선수인 제시카·넬리 코다(미국)가 출전해 제이드팰리스GC로 코스를 옮긴 첫해 대회를 빛냈다.

10주년 장식한 역대급 버디 파티

한화 클래식 10주년으로 열린 2021년 대회는 ‘작은 거인’ 이다연을 위한 무대였다. 157㎝의 크지 않은 키로도 장타를 날리는 이다연은 나흘 합계 19언더파 269타라는 놀라운 스코어로 난코스를 정복하며 629일 간의 우승 가뭄을 깨끗이 해갈했다.

2위와 격차는 무려 7타. 대회 최소타 기록도 6타나 경신했다. 2라운드 후반 첫 홀부터 4라운드 마지막 홀까지 45홀 노 보기 행진을 곁들였다. 3라운드에 코스 레코드 타이 기록인 7언더파 65타를 치더니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로 6타를 더 줄이는 신들린 플레이를 이어갔다. 이전까지 다섯 차례 출전해 톱 10 진입도 없고 컷 통과도 두 번뿐일 정도로 이 대회와는 인연이 없는 듯했지만 2018년 이정은6이 세웠던 대회 최소타 기록 13언더파 275타를 가볍게 뛰어넘으며 제이드팰리스의 전설이 됐다.

탁월함 그 너머를 향해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했던 2020년을 빼면 지난해가 11주년이었다. 주최사 한화큐셀은 한화그룹의 브랜드 비전인 ‘지속가능한 내일’의 연장선상에서 '비욘드 엑설런스(Beyond Excellence)’라는 한화 클래식 공식 브랜드 슬로건을 발표했다. 프리미엄 라운지 도입 및 서비스 개선으로 새로운 10년을 열어젖힌 것이다.

ESG 경영의 실천도 눈에 띄었다. ‘그린키퍼(GREEN KEEPER)’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입장권 등 주요 인쇄물을 디지털화하거나 재활용했으며 생분해 비닐 쓰레기봉투 배포, 재생 가능한 종이팩 생수 사용 등을 실천했다. 우승자 이름으로 ‘한화 100년의 숲’ 내 식수 기부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이러한 운영 성과를 높이 평가 받아 한화 클래식 조직위원회는 국내 정규 스포츠 대회 최초로 국제 표준화기구인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인증을 획득, 글로벌 톱 티어 수준의 지속가능 경영 활동을 실천하는 골프대회로 인정받았다.

르망부터 연금보험 상품까지

KLPGA 투어 대회에 자동차가 홀인원 상품으로 등장한 것도 한화가 처음이다. 1990년 경기 고양의 뉴코리아CC에서 열렸던 서울여자오픈골프선수권에서 이상순이 에이스를 작성해 대우자동차 르망스페샬의 주인이 됐다.

한화 클래식에선 총 7차례 홀인원이 나왔는데 여섯 번이 상품이 걸린 홀에서 터진 것이다. 이상순 이후 2011년 임사랑(덕시아나 침대), 2013년 김세영(벤츠 G바겐), 2014년 허윤경(오메가 시계), 2018년 이정민(레인지로버 벨라)이 짜릿한 행운을 누렸고 지난해 유서연은 홀인원 상품으로 2000만 원 상당의 한화생명 연금보험 가입자가 됐다.


백상어의 야심작 제이드 팰리스

제이드팰리스GC 10번 홀.
티잉 구역에서 본 10번 홀.

춘천의 제이드팰리스는 호주 출신의 골프 레전드인 ‘백상어’ 그레그 노먼이 직접 설계하고 시공 과정까지 참여한 국내 최초 골프장으로 유명하다. 7년 간 공을 들여 2004년 문을 열었다. 철저한 회원제로서 정회원 60명 미만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연간 방문객 3만 명 미만으로 여유로운 라운드를 할 수 있다. 주중에는 회원 추천을 받은 비회원 고객도 즐길 수 있지만 라운드 매너나 클럽에서 정한 룰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타이거 우즈와 넬리 코다의 홀

자연림과 바위산 등 자연 경관을 그대로 살리고 억새와 야생화초로 조경과 장애물의 기능을 겸하게 해 자연미를 극대화한 코스다. 홀마다 특색이 뚜렷하고 노먼 작품의 특징인 야성적이면서도 도전적인 면모가 느껴진다. 총 71개의 벙커는 깊고 가파르다. 상어의 벌린 입을 상징하는 노먼 설계의 특징이다. 6개의 크고 작은 폰드도 짜릿한 승부에 묘미를 더한다.

이스트 코스 9번 홀(파5)은 타이거 우즈 홀이다. 2011년 나이키골프의 우즈 초청 행사가 이곳에서 열렸다. 넬리 코다가 2018년 한화 클래식 2라운드에서 267야드짜리 앨버트로스(기준 타수보다 3타 적게 홀아웃)를 터뜨린 홀이기도 하다.

변별력 끝판왕

제이드팰리스는 성공적 대회 개최와 혹서기 코스 관리를 위해 8월에는 문을 닫는 날이 더 많다. 중순까지 주중 열흘 간은 오전만 운영했고 16일부터는 휴장이다. 이렇게 준비한 코스는 ‘변별력 끝판왕’으로 변신한다. 지난해 한화 클래식 때 파4와 파5 홀의 페어웨이 폭은 15m 안팎으로 그야말로 개미 허리였다. 러프의 잔디 길이는 최대 100㎜나 됐다. 앞서 4년 간의 코스 세팅이 상대적으로 쉬웠다는 판단에 메이저답게 좁은 페어웨이, 길고 질긴 러프, 빠르고 단단한 그린으로 작정하고 무장한 것이다. 그 결과 2라운드 뒤 컷 통과 기준이 무려 9오버파까지 내려갔고 나흘 합계 최종 스코어에서 언더파 기록자가 사라졌다. 지난해 홍지원의 우승 스코어는 1오버파였다.

1온의 로망을 현실로

무턱대고 어렵기만 한 코스는 아니다. 이스트 코스 1번 홀(파4)은 대회 때 10번으로 운영되는 곳으로 1온 도전에 불을 붙이는 홀이다. 페어웨이는 왼쪽이고 그린은 오른쪽이다. 그린 앞은 벙커 3개가 모여서 지키고 있다. 핀까지 330야드로 표시되지만 내리막 홀이어서 250야드 안팎을 정확하게 치면 이글 퍼트를 노릴 수 있다. 물론 조금만 계획에 어긋나면 무시무시한 벙커나 질긴 러프로 빨려 들어간다.

문정민은 지난해 대회 2라운드 이 홀에서 핀 2m 안쪽에 바짝 붙이는 환상적인 티샷을 앞세워 간단히 이글을 잡았다. 하지만 최종 라운드에서는 그린을 벗어난 왼쪽 러프로 티샷을 보내는 바람에 보기를 적어야 했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양준호 기자 사진=한화 클래식 조직위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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