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투자 ‘마이너스 손’ 우리은행, 펀드 부실로 1000억원 손실 보상

송기영 기자 2023. 8. 2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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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사모펀드 부실로 투자자 보상
손실 확정 전 선제적 보상안 마련
발빠른 보상에 금융권 ‘이례적’
당국 “불완전 판매 여부는 확인할 필요”
조병규 우리은행장. /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이 판매했던 홍콩 투자 관련 사모펀드 상품이 환매(중도해지·반환) 중단 사태를 맞아 1000억원에 달하는 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게 됐다. 우리은행은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선제적 보상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지만, 금융 당국은 적법한 절차를 거친 보상인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홍콩에 투자한 펀드 ‘시몬느대체투자전문사모투자신탁제12호’와 ‘더플랫폼 아시아무역금융펀드’가 환매 중단되면서 원금 보상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말 이사회를 열고 두 펀드 상품의 손실 보전을 의결하고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

더플랫폼 아시아무역금융펀드는 홍콩 자산운용사 트랜스아시아(TA)의 무역금융 펀드에 투자한 재간접 펀드다. 우리은행은 2019년 4월부터 고객 184명에게 850억원 상당의 펀드를 판매했다. 이 가운데 개인 고객이 73%에 달한다.

펀드 투자금 회수 시기는 2021년 5월이었으나 글로벌 무역 실적 부진으로 상환에 실패했다. 우리은행은 같은 해 11월 투자원금의 50%를 투자자들에게 선지급하고 상환 시기를 2023년 5월로 한 차례 조정했다. 그러나 올해 5월까지 회수 금액이 149억원에 그치자 다시 만기 시점을 2025년 5월로 추가 연장했다.

우리은행은 펀드 만기 연장을 결정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최대 80%(기존 50% 선지급 포함)까지 원금을 보전해 주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앞서 2021년 선지급한 피해 보상금 239억원을 포함해 총 491억원을 가입자들에게 돌려주게 됐다.

우리은행은 홍콩 오피스빌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시몬느대체투자전문사모투자신탁제12호에 대해서도 자율조정을 통해 투자금의 40~80%를 보상해 주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2019년 6월부터 765억원 규모의 펀드를 판매했다.

펀드는 미래에셋증권이 해당 빌딩에 당시 환율 기준 2800억원을 중순위로 대출하면서 조성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 중 2500억원을 펀드로 조성해 우리은행 등 여러 금융기관에 매각했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등으로 홍콩 오피스빌딩 공실이 대거 발생하자 해당 빌딩 가격이 급락했다. 선순위 투자자들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해당 빌딩을 저가에 매각했고, 중순위였던 국내 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해당 펀드 자산 약 90%를 상각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상각 처리는 해당 자산의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간주해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는 행위다. 미래에셋증권이 펀드 자산 상각을 결정하자, 우리은행은 곧바로 투자자 손실 보상 방안을 마련했다.

펀드 가입자 수는 30여명으로 개인당 최소 10억원 이상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이 펀드에 대한 충당금으로 540억원을 쌓았다. 펀드 판매 금액의 약 70%에 해당하는 액수다.

홍콩 중심가 전경. /조선DB

충당금을 모두 피해 보상금으로 지급한다고 가정할 경우 우리은행은 두 사모펀드 환매 중단으로 1031억원을 투자자에게 돌려주게 된다.

우리은행의 선제적 사모펀드 손실 보상에 대해 금융권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 상 금융사가 투자상품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불완전판매’ 등 위법행위의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은행은 손실이 확정되기 전 미리 보상 방안을 마련해 투자자들과 합의에 나섰다. 금융권에서는 두 펀드 투자자들이 대부분 고액 자산가이고,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금융 당국 징계를 받은 경험도 있어 우리은행이 선제적 보상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융감독 당국은 우리은행의 이런 선제적 보상 방안이 적법한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펀드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등 위법 행위가 있었는데, 금융 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피해 보상에 나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불완전판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모펀드 상품에 대해 먼저 투자금을 보상해 주는 자율보상안을 마련한 것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선제적 보상안 자체는 법적인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판매 과정에 대해서는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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