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넘겨도 살 사람 없다”…‘울며 겨자먹기’ 임차인 ‘셀프 낙찰’ 급증

심윤지 기자 2023. 8. 2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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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순위 임차인 껴있어 낙찰 어려워
인천서는 지난해 대비 517% 증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세입자)이 경매로 넘긴 주택을 ‘셀프 낙찰’받은 경우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선순위 임차인이 껴있는 주택은 경매 낙찰이 잘 되지 않다보니 세입자가 직접 ‘울며 겨자먹기’로 살던 집을 끌어안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깡통주택·전세사기 여파로 해석된다.

정부가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를 유예하기로 한 20일 오전 시민들이 인천지방법원 경매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7월 수도권에서 임차인이 직접 거주주택을 낙찰받은 경우는 총 17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임차인이 거주 주택을 직접 낙찰받은 건수(173건)를 올해 상반기를 지난 시점에 이미 뛰어넘은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88건)과 대비해서는 98%가 증가했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됐던 인천은 지난해 1~7월 임차인 셀프 낙찰이 6건에 불과했으나, 올해 1~7월에는 37건으로 517% 증가했다. 서울은 84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53건)보다 58%, 경기도는 53건으로 지난해(29건)보다 83% 늘었다.

계약 만료 이후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새로운 집주인도 나타나지 않는 경우엔 해당 주택을 경매에 넘길 수 있다. 문제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왕’ 피해사례처럼 은행 근저당권보다 앞서는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 경우다.

이 경우 주택을 낙찰받은 사람이 최종 낙찰가와 상관없이 선순위 임차인 보증금을 전액 변제해줘야 한다. 끝내 주택을 낙찰받으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임차인 입장에서는 직접 해당 주택을 매수해 피해를 줄이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는다.

실제로 임차인 A씨는 보증금 1억9000만원을 회수하기 위해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다세대주택을 경매에 넘겼으나, 4회 연속 유찰됐다. 결국 A씨는 이달 17일 열린 5회차 경매에서 해당 주택을 직접 낙찰받았다. A씨가 최종 낙찰받은 가격은 1억3560만원(감정가 2억5500만원)으로, 각종 경매·낙찰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최소 보증금 5000만원 이상의 손해를 본 셈이다.

지지옥션 분석 결과 A씨처럼 수도권에서 임차인이 살던 집을 경매에 넘겼다가 자신이 직접 낙찰받는 경우는 2020년 99건, 2021년 112건, 2022년 173건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는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가 어쩔 수 없이 살던 주택을 경매에서 낙찰받는 경우 국세와 지방세보다 전세보증금을 먼저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했다. 피해 주택을 낙찰받은 임차인을 ‘무주택자’로 간주해 청약 당첨이나 생애최초 등 대출에서도 불이익이 없도록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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