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전세 가격 양극화 심화

2023. 8. 2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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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단지서 신고가·반토막 매매
전세 신규-갱신간 이중가격 여전
집값 회복세 속 향방 가늠 어려워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연합]

수도권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보이던 집값과 전셋값의 회복세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입지별·단지별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주거 선호도가 높고 가격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빠른 신축 아파트가 옆 단지인 구축 아파트 대비 절반 수준 면적에 가격은 두 배 가까이 되는 거래도 이뤄졌다. 뿐만 아니라, 같은 단지 내에서도 면적에 따라 신고가 거래, 반토막 거래가 비슷한 시기에 체결되며 집값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성동마을LG빌리지1차(1164가구 규모) 전용 219㎡는 지난달 26일 7억4000만원에 중개거래됐다. 올해 들어 최저 거래가로 2021년 3월 기록한 최고가 15억원과 비교하면 50% 이상 가격이 하락했다.

반면 성동마을LG빌리지1차에서 불과 500~600m가량 떨어져 있는 성복역롯데캐슬파크나인(534가구 규모) 전용 116㎡는 지난 1일 13억원에 팔려 신고가를 경신했다. 성동마을LG빌리지1차 거래보다 전용면적은 100㎡ 이상 작지만 가격은 5억 넘게 비싼 것이다. 성복역롯데캐슬파크나인은 2020년 입주한 4년차 아파트이고, 성동마을LG빌리지1차는 2001년 입주했는데 수요자들의 높은 신축 선호도에 이 같은 가격 격차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성동마을LG빌리지1차 7억4000만원 거래는 이미 지난 9일 소유권이전등기가 완료됐지만 시세 대비 수억원 저렴하게 팔려 가족간 거래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용 219㎡는 지난달 말 거래를 포함해 올해 총 3건이 거래됐는데 각각의 거래가는 10억7500만원(1월), 13억원(4월)이었다.

인천 송도에서도 단지별로 들쭉날쭉한 아파트값 추이가 나타나는 양상이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e편한세상송도 전용 84㎡는 지난 14일 5억100만원에 중개거래됐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팔린 같은 타입 거래사례 중에서 가장 낮은 가격에 팔렸다. 최고가 10억7500만원(2021년 8월) 대비 절반 수준의 가격이다. e편한세상송도 건너편에 있는 랜드마크시티센트럴더샵 전용 84㎡가 지난 5일 7억원에, 더샵송도마리나베이 전용 84㎡가 지난 4일 7억3500만원에 팔린 것과 대비된다.

단지별 아파트값 추이가 엇갈리는 것을 넘어 같은 단지 내에서도 면적에 따라 가격 추세가 달라지는 사례도 다수다.

일례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래미안에스티움 전용 59㎡는 지난 1일 7억7000만원에 중개거래됐다. 직전 거래가인 11억원(지난달 17일)과 비교하면 약 2주 만에 3억원 넘게 떨어진 것이고, 최고가 13억8500만원(2021년 11월)보다 6억원 이상 하락했다. 그러나 이러한 거래가 이뤄지고 이틀 후인 지난 3일에는 같은 단지 전용 49㎡가 8억5500만원에 팔려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용 59㎡는 현재 시장에 10억5000만원~11억원대에 매물이 나와있다.

매매 가격 뿐 아니라 전셋값도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간 가격 차이가 크게 나는 ‘이중 가격’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전용 163㎡는 지난 11일 16억원(7층)에 새로운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앞서 지난달 5일에는 같은 면적이 10억원(9층)에 신규 전세 계약을 맺었는데 약 한 달 새 6억원이 뛴 셈이다. 해당 면적 전세 최고가는 지난해 5월 기록한 19억8000만원(9층)이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갱신 계약은 주로 12억~13억원대 사이에서 체결됐다.

또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는 이달 10일엔 12억원(23층), 12일엔 5억원(12층)에 각각 신규 세입자를 들였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84㎡는 지난달 28일 7억5000만원(2층)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달 5일에는 4억원(10층)에 계약했다.

신규 전세 계약과 갱신 계약 간 가격 차이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장지동 ‘송파와이즈더샵’ 전용 97㎡는 지난 6월 23일 2억5000만원(9층)에 전세 계약을 하고, 약 한 달 뒤인 7월 24일엔 7억9000만원(16층)에 세입자를 들였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110㎡는 지난달 22일 9억9225만원(7층)에 전세 갱신 계약이 체결됐다. 불과 이틀 뒤 같은 면적은 14억원(7층)에 신규 세입자를 들였다. 압구정 ‘현대’ 1차 전용 196㎡도 지난달 29일에는 13억1250만원(7층)에 전세 갱신 계약을, 이달 11일에는 21억원(14층)에 신규 계약을 맺었다. 이 같은 이중가격은 전월세 상한제가 포함된 임대차법 시행 이후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셋값이 주춤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포착되는 양상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위원은 “지인, 가족 간 전세를 준 계약이 아닌 이상 지나치게 편차가 큰 거래는 선순위 담보 대출이 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은결·신혜원 기자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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