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감독, 女 코치 가슴에 '나쁜손 논란'...월드컵 우승→감독 퇴진 시위까지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스페인 여자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우승에도 불구하고 불명예스러운 이슈가 불거졌다.
호르헤 빌다 감독이 이끄는 스페인 여자대표팀은 지난 20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의 아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여부를 떠나 빌다 감독을 향한 자국 여론은 나쁜 편이다. 빌다 감독은 결승전에서 ‘나쁜손 해프닝’에 휘말렸다. 빌다 감독은 코치진과 포옹할 때 여성 코치의 가슴에 왼손을 갖다 댔다. 중계화면에 생생히 포착됐다. 의도성은 알 수 없으나 그간 빌다 감독의 언행이 모범적이지 않았던 탓에 비판이 줄을 잇는다.
빌다 감독은 지난해 9월 선수단과 크게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스페인 여자대표팀 선수 15명이 스페인 왕립축구연맹에 “빌다 감독을 해임해달라”는 메일을 보낸 것이다. 이들은 “빌다 감독이 선수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다. 지도 방식에 문제가 많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스페인 축구연맹은 “선수들이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연속성에 의문을 제기해서는 안 된다. 이런 행동은 축구가 추구하는 가치에 어긋난다. 선수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선수단 항명을 무시하고 빌다 감독을 신뢰했다. 결국 빌다 감독 체제로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이다.
스페인 축구팬들은 마드리드의 푸엔테 델 레이 광장에서 여자월드컵 길거리 응원을 펼쳤다. 이 자리에 나온 많은 팬들은 우승을 기뻐하는 한편, ‘VILDA OUT(빌다 감독 나가라)’이 적힌 피켓을 들고 감독 퇴진을 요구했다. 빌다 감독 이름이 호명되자 "우~~" 야유하는 소리가 쏟아졌다.
문제는 또 있었다. 결승전 직후 우승 시상식이 열렸다. 루이스 알바레스 스페인 축구연맹 회장이 시상대에 올라 스페인 선수단을 한 명씩 안아줬다. 알바레스 회장은 헤니페르 에르모소와 포옹한 뒤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해당 장면은 중계 카메라를 통해 전 세계에 송출됐다. 월드컵에서 우승했다고 한들 회장이 여자 선수에게 입을 맞추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에르모소는 라커룸에서 SNS 라이브 방송을 하던 중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며 자신의 동의 없이 이뤄진 스킨십이라고 밝혔다.
알바레스 회장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SNS에는 알바레스의 입맞춤 시상식을 비꼬는 패러디물이 다수 등장했다. “당장 해임해야 한다”, “스페인 축구의 망신”, “성추행으로 고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하루 뒤 알바레스 회장이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한 기관의 회장으로서 더욱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새겼다. 많은 분들이 불쾌함을 느꼈다. 죄송하다”면서 “월드컵 우승에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겹쳐 미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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