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카르텔은 진행형?...업계, 금감원 출신 연이어 영입
"금융당국과 유착" Vs "공정 경쟁 결과" 의견 엇갈려
금감원 "윤리위 심사 강화돼…내부교육 성실히 하고 있어"
[서울=뉴시스] 남정현 한재혁 기자 = 윤석열 정부와 금융당국이 '이권카르텔' 혁파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까지도 금융감독원 출신이 보험업계에 감사 등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보험업계와 금융당국간 오랜 유착 관계가 오히려 강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이를 의식한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 금감원 출신이 금융기관으로 이직하는 관행이 개선될지 주목된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지난 5월 김철영 전 금감원 보험소비자보호국장을 신임 감사총괄로 선임했다. 김 신임 감사총괄은 금감원 보험총괄팀장, 인력개발실장, 보험소비자보호국장 등을 거쳐 대구·인천지원장을 역임했다.
KB손보는 당초 이종환 전 금감원 국장을 감사총괄로 선임할 계획이었지만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에서 취업 불승인 판단을 받아 최종 무산됐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의 일반직 공무원은 퇴직일로부터 3년간은 공무원 시절 마지막 5년 동안의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는 취업할 수 없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을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해당 분야 취업이 가능하다.
앞서 KB라이프는 김학문 전 금감원 특수은행검사국장을 감사본부장으로 선임했다.
NH농협생명은 6월 신임 상근감사로 이종욱 전 금감원 대구지원장을 선임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출신들은 금융사의 감사 자리뿐만 아니라 고위 임원직으로도 빈번하게 자리를 옮겨 왔다. 특히 최근 이와 관련한 메리츠금융의 움직임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메리츠금융은 4월 최대현 전 금감원 금융시장안정국 팀장을 경영관리담당(상무)으로 선임했다. 최 상무는 금감원에서 일반은행검사국 수석검사역, 기획조정국 수석조사역, 전북지원 팀장 등을 역임했다. 당시 금감원 국장급 이상이 아닌 팀장급이 금융사 임원 자리로 직행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에 앞서 1월에는 박흥찬 전 금감원 복합금융감독국장을 관리총괄 부사장으로 발탁했다. 박 부사장은 보험영업감독팀장, 보험조사국장, 광주지원장 등을 역임했다. 퇴임 후에는 캐롯손해보험에서 감사로 재직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말 신설된 ESG경영실장(전무)으로 선욱 전 금융위원회 부이사관을 선임했다. 그는 행정고시 44기로 금융위에서 비서관, 산업금융과장, 행정인사과장 등을 역임했다.
2021년 메리츠화재에 영입돼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한 서수동 부사장은 금융감독원 출신이다. 서 부사장은 금감원 재직 당시 생명보험검사국, 기획조정국, 보험감독국 등을 거쳤다.
금융사들이 금융당국 출신을 꾸준히 모셔오는 이유는 정책적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특히 보험산업은 규제산업으로 금융당국의 개입이 잦은 만큼,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이 당국과의 가교 역할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먼저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업계가 금융당국 출신을 원하는 경우도 많다"며 "규제가 많은 보험산업의 특성상 금융당국간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 무엇보다도 이해충돌 가능성이 큰 문제로 제기된다. 금융당국 출신 감사 선임의 목적인 전문성이 외려 '방패막이' 역할로 전락해 내부통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치권과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공무원의 퇴직 후 업무관련성이 있는 분야로의 취업제한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7개 정부 부처 공직자의 퇴직 뒤 재취업 심사 통과율이 84%에 달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3월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경실련은 "기업 방패막이 등 관피아의 부정적 영향이 심각하다"며 "국회와 정부는 허점투성이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통해 관피아 근절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4일 '2023년 반부패·청렴 워크숍'에서 공직자의 도덕성을 강조하며 "금감원 출신 금융사 임직원들과의 사적 접촉 및 금융회사 취업에서도 국민의 시각에서 한 치의 오해도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윤리위원회에서 심사가 더 엄격해지고 강화됐다"며 "법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내부 교육을 성실히하고 그 외에 다양한 수단, 감찰 연계할 수 있는 것을 활용해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국민 눈높이에서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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