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美 증시 향하는 몸값 94조원 반도체 설계 강자 ARM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 대어로 꼽히는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의 기업공개(IPO)가 임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이 21일(현지 시각) ARM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나스닥에서 거래가 시작될 전망이다. 아직 신주 발행 규모와 공모가액은 결정되지 않았다.
ARM이 SEC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ARM은 80억~100억달러(약 10조7312억~13조4140억원) 조달을 목표로 한다. IPO에 성공하면 ARM의 기업가치는 최대 700억 달러(약 93조78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소프트뱅크가 ARM의 소수 지분(약 10%)을 상장할 계획”이라며 “나머지는 소프트뱅크가 보유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ARM은 IPO로 조달한 금액을 소프트뱅크에 전달할 계획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애플 아이폰 등 전 세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의 95%, 태블릿의 85%가 ARM 설계도를 사용한다. 삼성전자, 퀄컴, 애플 등이 ARM의 고객사다. 인공지능 개발에 필요한 AI 반도체와 서버용 반도체 설계도 세계 상위권이다. 전 세계에서 6000명, 영국에 3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ARM은 ‘영국 기술 산업의 보석’으로 불린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7월, ARM을 320억달러(약 42조9248억원)에 인수했다. 일본 기업의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소프트뱅크는 2020년 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에 400억달러(약 53조6560억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지만,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지난해 초 결국 무산됐다.
앞서 소프트뱅크가 ARM의 뉴욕증시 상장에 관심을 보이자 영국 정부 관계자들은 소프트뱅크에 “ARM을 런던 증시 상장해달라”고 설득했다. 보리스 전 총리는 지난해 5월 소프트뱅크 경영진에 서한까지 보냈다. 하지만 보리스 전 총리가 사임하면서 소프트뱅크와 런던 증시 상장을 논의하던 장관들이 내각을 떠났고, 양측의 대화가 멈췄다. 이후 44일 동안 영국 총리로 일한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지난해 9월 회담 재개를 시도했다.
이후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지난 1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ARM 최고경영자(CEO) 르네 하스, ARM 최고법률책임자 스펜서 콜린스, 앤드루 그리피스 재무부 장관이 다우닝가에서 만났다. 손 회장은 화상으로 참석했고 이날 수낙 총리는 ARM이 미국 뉴욕 증시는 물론 런던 증시에 동시 상장할 것을 설득했으나, 손 회장은 일관되게 미국 증시의 투자자 기반이 탄탄하며 평가가치를 높게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미국 단독 상장을 주장했다.
ARM은 2021년 11월 이후 약 2년 만에 IPO 시장 최대 대어가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2014년 상장한 알리바바(250억달러), 2012년 상장한 메타(160억달러)에 이어 미국 증시 역사상 세 번째로 큰 규모의 기술기업 IPO가 될 것”이라고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전기차 제조업체 리비안의 공모 규모와 비슷하거나 조금 작을 것”이라고 전망이다. 리비안은 2021년 10월 IPO를 하면서 137억달러를 조달했다.
하지만 ARM의 가치가 예전 같지 못하다는 의견도 많 다. 엔비디아에 매각이 무산된 후 회사가 휘청하는 사이 ARM에 맞서는 초전력 반도체 설계기술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오픈소스인 ‘리스크 파이브(RISC-V)’ 기술이다.
삼성전자 등 팹리스들이 고가의 로열티(특허료)를 주고 ARM의 설계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반면, 리스크 파이브 기술은 사실상 무료다. ARM과 달리 설계자산(IP)를 마음껏 변용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스마트폰 시대가 저물고 있는 데다 ARM이 AI와 직접적인 연관관계도 적다는 평가도 있다. 저전력 설계구조에 핵심기술을 갖고 있기에 AI칩 개발에 더욱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현재 AI에 최적화된 핵심칩 기술을 내놓은 바가 없다.
이와 관련해 투자자문사인 아스트리스 어드바이저리 재팬의 커크 부드리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오픈AI가 대형 언어 모델(LLM)을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도구를 내놓으면서 시장이 달아올랐고, 이는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이 주도했다”면서 “ARM은 사실 이것(AI)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ARM의 IPO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ARM은 1998년 뉴욕과 런던에 상장. 2016년 소프트뱅크에 인수되면서 상장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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