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화나 논쟁 부른' 리처드슨, 세계선수권 100m 우승…10초 65
'제2의 그리피스-조이너'라는 찬사와 '겉만 화려한 선수'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는 셔캐리 리처드슨(23·미국)이 마침내 첫 메이저 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리처드슨은 22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3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여자 100m 결선에서 10초 65의 대회 신기록으로 우승했습니다.
준결선에서 공동 8위가 나와 8명이 아닌 9명이 결선에 진출했고, 준결선에서 10초 84로 2조 3위를 한 리처드슨은 9레인에 배정됐습니다.
결선에서 출발이 다소 더뎠던 리처드슨은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로 결승점에는 가장 먼저 도착했습니다.
셰리카 잭슨(29)이 10초 72로 2위에 올랐고, 종전 대회 기록 보유자(10초 67)이자 5번이나 세계선수권 100m에서 우승한 '마미 로켓' 셸리 앤 프레이저-프라이스 (36·이상 자메이카)가 10초 77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한동안 놀란 표정을 짓던 리처드슨은 곧 아이처럼 펄쩍 뛰며 트랙을 뛰었습니다.
미국 선수가 세계선수권 여자 100m에서 우승한 건, 최근 세상을 떠난 토리 보위(2017년 런던 대회) 이후 6년 만입니다.
리처드슨은 논쟁을 부르는 스프린터로 그를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팬도 있지만, 안티팬도 많습니다.
리처드슨의 실력과 외모를 보면 여자 100m 세계기록(10초 49)을 보유한 고 플로렌스 그리피스 주니어(미국)를 떠올리게 합니다.
영국 가디언은 '볼트 이후 가장 매력적인 육상 선수'로 리처드슨을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리처드슨은 2021년 6월 도쿄 올림픽 미국 육상 대표 선발전 여자 100m 결선에서 10초 86으로 우승했지만 약물 검사에서 마리화나 성분이 검출됐고, 결국, 도쿄 올림픽 개막 직전에 선수 자격이 1개월 박탈됐습니다.
당시 리처드슨은 "도쿄 올림픽 미국 육상 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오래 떨어져 산) 어머니의 부고를 받았다"며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었고, 그런 선택(마리화나 복용)을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리처드슨은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와 떨어져 살았고, 가정불화도 겪었습니다.
고교 시절부터 '독립'에 가까운 삶을 살며 우울증도 앓았습니다.
리처드슨의 마리화나 복용 문제는 미국 육상계를 넘어 사회적인 토론까지 불렀습니다.
스포츠 스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마리화나는 경기력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라며 "리처드슨은 도쿄 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리처드슨의 올림픽 출전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컸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규칙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리처드슨이 어려운 일을 겪었고, (도핑 테스트 적발 후) 잘 대처했지만, 규칙은 규칙"이라고 리처드슨의 대표팀 발탁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습니다.
리처드슨도 마리화나 복용을 시인한 뒤, "내가 어떤 일을 벌였는지 잘 안다. 책임을 회피할 생각도 없다"며 도쿄 올림픽 출전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이후에도 리처드슨을 향한 미국 팬들과 세계 육상 팬들의 관심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리처드슨은 지난해 미국 유진 세계선수권 대표 선발전에서 예선 탈락하며 충격을 안겼습니다.
당시 미국 언론이 리처드슨의 100m 예선 탈락을 '속보'로 전할 정도였습니다.
리처드슨은 올해 다시 반등했고, 처음으로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습니다.
이날 결선에서 리처드슨은 인조 손톱도 달지 않고 평소보다는 차분한 모습으로 출발선에 섰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질주'로 정상에 올랐습니다.
미디어에 적대적인 감정을 자주 드러낸 리처드슨은 우승을 차지한 뒤에도 AP통신 영상 서비스 APTN과의 인터뷰에서 "모두에게 포기하지 말고, 미디어에 농락당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흔들리지 말라'고 조언한다"며 "나는 어떤 역경과도 싸워왔고, 다른 사람들에게 같은 조언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부진'에 관한 질문에도 "굳이 그 이야기를 꺼낼 필요는 없을 텐데"라고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며 "나는 지금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나를 믿었고,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나를 지켜줄 사람과 그렇지 않을 사람도 구분할 줄 안다. 미디어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도 내게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리처드슨은 자메이카가 주도하던 여자 단거리 판도를 바꿔놨습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우리 선수들을 경쟁 구도에 몰아넣지만, 나는 프레이저-프라이스, 잭슨 등과 함께 뛰어 영광이었다. 그들과 함께 뛴 경기에서 우승해 더 기쁘다"며 "내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또 다른 질주를 예고했습니다.
지난해 유진 세계선수권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2회 연속 2위를 차지한 잭슨은 "메달을 따게 돼 기쁘다. 금메달을 놓쳤지만, 오늘 내 레이스에 만족한다"고 밝혔습니다.
개인 통산 15번째 세계선수권 메달(금 10개, 은 4개, 동 1개)을 따낸 프레이저-프라이스는 "리처드슨과 잭슨에게 축하 인사를 전한다. 정말 환상적인 경기였다"며 "나는 늘 우승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과도 받아들인다. 오늘 동메달을 목에 걸어서 기쁘다. 아직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또 한 번 느꼈다"고 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AP, 연합뉴스)
김형열 기자 henry13@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이열음, 21세 연상 한재림 감독과 열애 중?…소속사 "배우의 사생활"
- (여자)아이들 소연, '솔로지옥' 문세훈과 백화점 데이트?…"친한 사이일 뿐"
- [뉴스딱] '문콕' 수준 아닌 '쿵쿵', 봉변 당한 차량…처리는 어떻게?
- 흉기 들고 대학로 배회한 남성…1,015명 선처 탄원 이유
- 부검 결과 사인은 '질식'…살해 고의성 입증할 근거될 듯
- 햇빛 쨍쨍한 날 수상한 '우산'…어슬렁거리다 곧 벌인 짓
- 몸 일으키면 또다시 무차별 폭행…도로 한복판 아찔 순간
- 주문 받아도 "제발 쿠폰 아니길"…자영업자들 한숨, 왜
- "1건에 사례비 800만 원"…여행객인 척 몸속에 마약 숨겨
- '투명인간 취급' 호소에도…"서울과고 시스템에 맞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