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에이스 대결 전승···KT에 온 ‘승리요정’ 쿠에바스, 점점 강해진다
윌리엄 쿠에바스(33·KT)는 얼마 전 승리 뒤 “패전이 한 번도 없다”는 이야기에 기겁을 했다. 그런 얘기 하지도 말라는 듯이 “노노노” 하면서 “(이런 게) 징크스지?”라고 웃으며 취재진의 입을 가로막았다.
2019년 KT에 입단해 4년차였던 지난해 부상으로 떠났지만 다시 돌아온 쿠에바스는 KT의 지금 ‘승리요정’이다.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지만 기록이 말해주고 있다.
지난 6월17일 첫 등판에 나선 이후로 총 11경기에 나가 7승 무패를 달리고 있다. 개인 승률 100%다. 이 11경기에서 KT는 9승2패를 거뒀다. KT가 두 번 졌지만 쿠에바스는 패전을 하지 않았고, 쿠에바스가 이기지 못한 4경기 중에서도 2경기에서 KT는 승리를 했다.
KT가 올라서기 시작한 것도 쿠에바스가 합류하면서부터다. 6월, 최하위를 막 벗어나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할 때 쿠에바스가 합류해 더 가파르게 만들었다.
KT가 올라선 원동력은 선발진이다. 소형준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고영표만 중심을 잡던 전반기와 달리 6월 이후로 국내 선발인 엄상백과 배제성이 모두 자리를 잡고 무엇보다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이 안정감을 찾으면서 지난해까지처럼 강한 선발진으로 돌아섰다. 쿠에바스가 외국인 에이스로서 기운을 발산한 효과다.
벤자민은 지난해 쿠에바스가 부상으로 방출되면서 KT에 입단한 투수다. 올해 KBO리그에 처음 입성한 보 슐서와 함께 KT와 계약한 뒤 개막하기도 전부터 에이스 역할을 맡았다. 개막 직후에는 빼어난 피칭을 했지만 줄부상이 쏟아져 팀이 무너져가면서 부담을 느낀 듯 벤자민도 위태로워졌다. KT에서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았지만 아슬아슬한 투구를 이어갈 때 과거 에이스였던 쿠에바스가 합류했다. 쿠에바스가 그 부담을 가져가면서 벤자민도 일어설 수 있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쿠에바스와 계약한 뒤 과거 투수코치였던 KIA에서 경험했던 ‘김상현 효과’를 언급한 적이 있다. KIA는 2009년 5월에 트레이드를 통해 김상현을 영입했다. 장타력이 2% 부족해 장타자지만 A급은 아니었던 타자를 보강했는데 홈런왕에 오를 정도로 역대급 기량을 폭발시키면서 최희섭까지 타선 전체가 동반 상승 효과를 얻어 KIA는 12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쿠에바스 영입을 통해 그 정도의 분위기 반전 효과도 가능하다 기대했던 이강철 감독의 바람대로 쿠에바스와 함께 KT는 직진해 2위까지 찍었다. 최하위까지 떨어지자 한 템포 서둘러 외국인 투수를 교체했고 그렇게 온 투수가 기대한대로 응답해주고 있다.
쿠에바스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7월21일 삼성전에서 8이닝 10탈삼진 1실점의 역투를 펼치더니 8월 들어 4경기에서는 전부 7이닝을 소화하며 총 1실점, 월간 평균자책 0.32로 4전 전승을 거뒀다.
KT는 지난주 고영표를 휴식차 제외하고 쿠에바스를 주2회 기용하기 위해 등판 순서를 바꾸기도 했다. 15일 두산전에서 알칸타라와 붙어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한 쿠에바스는 나흘 쉬고 나간 20일 한화전에서도 페냐와 대결하며 7이닝 11탈삼진 무실점으로 완승했다. 8월 들어 김광현(SSG), 산체스(한화) 등 강한 상대하고만 줄줄이 맞붙으며 더 강한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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