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역전세난에 세입자 ‘셀프 낙찰’ 급증
빌라 세입자 박모씨는 지난 17일 자신이 경매에 넘긴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전용면적 29㎡ 빌라를 ‘셀프 낙찰’ 받았다. 박씨는 집주인이 보증금 1억9000만원을 돌려주지 않자 빌라를 경매에 넘겼으나 4차례 유찰되자 결국 직접 낙찰받은 것이다. 박씨의 낙찰가는 감정가 2억5500만원의 반값인 1억3057만원(51%)이었다. 집주인으로부터 5000만원이 넘는 나머지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없어 결국 자신의 보증금으로 해당 주택을 사들인 셈이 됐다.
올 들어 역전세난과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늘면서 박씨처럼 경매로 넘긴 주택을 직접 낙찰받은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22일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수도권에서 임차인이 직접 거주 주택을 낙찰받은 경우는 총 17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88건) 대비 98% 증가한 것으로, 작년 1년간 임차인이 직접 거주 주택을 낙찰받은 건수(168건)보다도 많다.
강서구 화곡동 전세사기 사건처럼 은행 근저당권에 앞서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있는 경우 경매 낙찰자가 낙찰금액 외에 임차인의 보증금까지 모두 변제해줘야 한다. 이 때문에 경매에서 유찰되는 경우가 많아 임차인이 울며 겨자 먹기로 해당 주택을 매수하는 것이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됐던 인천의 증가세가 가팔랐다. 지난해 1~7월 인천에서 임차인이 셀프 낙찰받은 사례는 6건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7월까지 총 37건으로 5배 넘게 늘었다. 경기도는 올해 53건으로 작년 동기(29건)보다 83%, 서울은 84건으로 작년(53건)보다 58% 각각 증가했다.
지지옥션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최근 일부 아파트는 전셋값이 오르며 역전세난 부담이 줄어드는 분위기지만 경매 신청부터 입찰까지 약 6개월간의 시차가 있어서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를 위한 주택 경매 신청과 셀프 낙찰 건수는 당분간 증가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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