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증시 조정은 예정 수순?…PER 2년여來 최고, ‘삼천피’ 때보다 높다 [투자360]
상반기 상장사 순익 전년比 ‘반 토막’ 이하
하반기 영업익 기대치 ↑…“선행 PER·PBR 하락, 경기 개선 암시”
“반도체·車·기계·IT 강세 전환, 코스피 반전 선행 가능성 높아”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코스피 지수에 대한 주가수익비율(PER)이 2년여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올 들어 코스피 지수가 빠른 속도로 상승한 가운데서도 코스피 시장 상장사들의 순이익은 사상 최대 폭으로 감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현재 2,500 선 초반에 머물러 있는 코스피 지수가 ‘고평가’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과 함께 ‘조정’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株)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올 하반기를 넘어 내년까지 영업이익 증가세가 이어지며 코스피 지수에 대한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부담을 덜 것이란 분석도 증권 전문가들 사이에 이어지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 PER은 이번 달 1일 16.33배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1년 9월 8일 기록했던 18.02배 이후 23개월 만에 최고치다.
올해 첫 거래일(1월 2일) 기록했던 코스피 PER 10.70배와 비교하면 불과 212일 만에 5.63배나 늘어난 셈이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2,225.67포인트에서 2,667.07포인트로 19.83%(441.40포인트)나 급등했다. 지난 1일 기록한 코스피 지수 종가는 올해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
주목할 사항은 이달 들어 15배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현재 시점의 일간 PER은 ‘동학개미운동’이 한창 진행되면서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 고지에 올랐던 2021년보다 더 높다는 점이다.
코스피 지수가 3,019.18~3,153.40포인트에 달했던 지난 2021년 9월 9일~10월 1일 코스피 PER은 최저 14.48배에서 최고 15.03배였다. 반면, 코스피 지수가 2,504.50~2,616.47포인트에 불과했던 지난 2~18일 코스피 PER은 최저 15.33배에서 최고 15.96배에 달했다.
PER은 현재 시장에서 매매되는 특정 회사의 주식 가격을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코스피 PER은 12배가 넘으면 고평가된 것으로 본다. 코스피 PER은 지난 4월 7일 12.04배를 기록하며 지난해 4월 29일(12.30배) 이후 1년 만에 12배를 넘었다.
올해 코스피 PER의 급등은 코스피 지수 자체가 빠른 속도로 오른 것도 요인이지만, 코스피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이 결정타를 날렸다는 평가가 증권가에선 나온다.
한국거래소·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내놓은 12월 결산법인 ‘2023년 상반기 결산실적(개별 704개사, 연결 615개사)’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들의 연결 순이익은 37조6886억원으로 전년 동기(89조6113억원) 대비 57.49%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 역시 53조1083억원으로 1년 전(111조6807억원)과 비교했을 때 52.45% 줄었다. ‘반 토막’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이 기간 매출액은 1359조5847억원에서 1390조5477억원으로 2.28%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 심각한 셈이다.
순이익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감소 폭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최대치였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올 들어 이어진 주가 상승세는 ‘바닥’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최악의 시기를 지났던 주요 대형주의 영업이익 실적 등과 관련 없이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 실적에 대한 기대감과 투자자들의 수급에 의해 오른 경향이 크다”며 “중국 부동산발(發) 리스크와 미국 경기의 침체 가능성 등이 부각되는 현시점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에 머물거나 소폭 하락하며 조정세를 거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재의 코스피 수준이 향후 주가가 더 높이 오를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높은 주가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점의 밸류에이션이 다소 과도한 수준이라 할지라도 12개월 선행 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고려한다면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위기 등의 악영향은 이미 대형 섹터 등엔 선반영된데다, 중국향(向) 수출 비중이 과거보다 줄어든 상황 탓에 무역수지 감소에 따른 리스크가 과거에 비해 낮아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코스피 12개월 선행 PBR은 0.91배 수준으로 낮아진 현재 시점은 경기 침체 수준 근방까지 하락한 것으로, 경기·기업 이익 개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지난 3월 13배 수준까지 상승했던 12개월 선행 PER이 최근 11배 이하로 낮아진 것 역시 이익 상승을 지지하는 경기 사이클 개선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에 대한 기대치는 당초에 비해 하향 조정된 상황”이라면서도 “내년도 영업이익 개선에 대한 기대치는 여전히 유효한 상황인 만큼 강한 이익 개선 모멘텀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현재 이후의 주가 수준에 대해 ‘고평가’됐다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주가 흐름을 볼 때는 지난 6월 고점 이후 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전통적 증시 주도 섹터별 장세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반도체·자동차·기계·IT 등 업종은 6월 이후 상대적 가격 메리트가 높아진 상황이며, 12개월 선행 EPS도 상향 조정되며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강해졌다”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차별적 매수가 유입되는 가운데, 반도체·자동차·기계·IT 섹터의 강세 전환 여부가 코스피 지수의 반전에 선행할 가능성이 높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거 포함된 섹터란 점에서 코스피 지수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힘을 실어줄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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