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초대형 화공플랜트 준공 ‘눈앞’ … 유럽서 ‘K-건설’ 위상 강화[Build Up Korea]
1조5400억원대 최대규모 사업
토목·차 공장 건설 중심서 탈피
한국 플랜트 건설 역사에 한 획
민·관 협력으로 최종 수주 성공
2년전 폴란드 최대 정유기업에
4조1000억대 사업 추가수주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로부터 북서쪽으로 약 460㎞ 떨어진 폴리체(Police) 지역. 현대엔지니어링이 수행 중인 ‘폴리머리 폴리체 탈수소화공정·폴리프로필렌(PDH·PP) 플랜트 프로젝트’(이하 ‘폴리머리 프로젝트’)가 준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폴리머리 프로젝트는 한국 기업이 유럽연합(EU)에서 따낸 첫 대형 화공플랜트 사업이다.
그동안 국내 건설업체들은 유럽에서 교량, 터널 등의 토목 분야와 자동차, 타이어, 전자 기업들의 공장이나 업무용 건물의 건설 프로젝트를 맡았다. 플랜트 선진 기업이 즐비한 유럽에서 대형 화공 플랜트 프로젝트를 따낸 것은 한국의 해외 건설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6월 폴리머리 플랜트 현장에는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와 발주처인 그루파 아조티(Grupa Azoty)의 토마스 힌츠 회장 등 폴란드 측 핵심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PP 초도 생산 기념행사가 진행됐다.
◇2019년 유럽 화공플랜트 시장 첫 진출 =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19년 폴리머리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연간 40만t의 PP 생산시설과 부대 인프라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만 총 1조5400억 원에 달하고, 총면적이 축구장 약 55개를 합친 크기인 약 39만6694㎡(12만 평)에 이르는 폴란드 최대 석유화학플랜트 건설 프로젝트다. PDH/PP 플랜트는 프로판가스에서 PDH 공정을 통해 프로필렌을 생성하고, 생성된 프로필렌을 에틸렌과 결합해 PP를 생산하는 설비다. PP는 자동차 내·외장재, 인공 섬유, 각종 생필품 등 산업 분야에서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 사용되는 기초 소재다. 폴리머리 플랜트에서 생산된 PP는 향후 내수 판매와 수출을 통해 폴란드 경제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건설 팀 코리아’ 민·관 협력을 통한 시너지 발휘 = 폴리머리 프로젝트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공사(KIND)가 2018년 출범한 후 선정한 제1호 투자사업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플랜트 설계·시공 기술력과 해외건설 팀 코리아 역량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최종 수주에 성공했다. 폴란드는 2004년 EU에 가입한 이후 꾸준한 경제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2018년에는 EU 국가 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폴리머리 프로젝트 수주를 계기로 한국 건설·엔지니어링 업체의 기술력과 수행능력이 입증됨에 따라 진입장벽이 높았던 유럽 지역 진출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폴리머리 프로젝트는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인력수급에 큰 애로가 생기고 자재 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지 외교부에 협력을 요청했다. 현장이 속한 지역 커뮤니티와도 적극 소통했다. 코로나 방역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에 발주처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공사 진행 상황에 맞춰 계약서를 두 차례 수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폴란드 정부 및 주요 발주처와 현대엔지니어링 간의 긴밀한 파트너십이 빛을 발했다. 그 결과 현대엔지니어링은 극한의 어려움 속에서도 공기 지연 없이 적기에 고품질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PKN 올레핀 확장공사 프로젝트 추가 수주 성공 = 2021년 6월 현대엔지니어링은 폴란드 최대 규모의 국영 정유기업 ‘PKN 올렌(PKN Orlen)’으로부터 총 사업규모 4조1000억 원가량의 ‘PKN 올레핀 확장공사 프로젝트’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을 수주했다. 이는 현대엔지니어링이 2019년 수주한 폴리머리 플랜트 규모를 뛰어넘는다. 올레핀 프로젝트 현장은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북서쪽으로 약 120㎞ 떨어진 중부 마조프셰(Mazovia)주 푸오츠크(Plock) 지역에 위치해 있다. 푸오츠크 지역 석유화학 단지 내에서 생산된 나프타를 분해, ‘석유화학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에틸렌을 연간 74만t 규모로 생산하는 대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지속적으로 추진한 ‘기본설계 연계 EPC 수주 전략’의 결실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유럽 및 미국의 선진 엔지니어링 기업들의 강점으로 부각된 기본설계(FEED, Front-End Engineering Design) 역량을 적극적으로 강화해 유럽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20년 현대엔지니어링·테크니카스 레우니다스(TR, 스페인) 컨소시엄은 듀얼피드(Dual FEED) 계약자로 선정되어 FEED를 수행했다. 이후 EPC 입찰 경쟁을 거쳐 발주처로부터 FEED 및 사업수행 역량을 인정받아 ‘Dual FEED & EPC 입찰’ 사업에서 경쟁 컨소시엄사를 제치고 수주하는 쾌거를 이뤘다. 듀얼피드사의 EPC 입찰은 가장 적합한 라이센서를 선정하는 FEED 노하우와 프로젝트 수행 역량, 고도의 설계 역량을 요구하는 사업방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술사인 미국 KBR사와 오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축적한 FEED 기술력 및 다양한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총동원해 유럽 지역에서 다시 한 번 초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다.
■ 초소형모듈원전·우크라 재건 등 폴란드와 MOU 2건 연이어 체결
현대엔지니어링이 폴란드에서 초소형모듈원전(MMR),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등과 관련한 양해각서(MOU) 2건을 연이어 체결했다. 유럽연합(EU) 건설시장 입지 굳히기에 나선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1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진행된 ‘한-폴란드 비즈니스 포럼’에서 ‘현대엔지니어링-미국 USNC-그루파 아조티 폴리체 3자 간 MMR 사업협력 MOU’ ‘현대엔지니어링-PGZ사 폴란드 건설사업 및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위한 상호 협력 MOU’ 등 2건의 MOU를 체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달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이어진 폴란드 경제사절단 일정에 현대엔지니어링 홍현성 대표이사가 동행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MMR,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등과 관련된 MOU 2건 체결에 성공함으로써 한국 건설업계의 높은 경쟁력과 첨단 기술력을 대외적으로 입증했다.
◇폴란드 MMR 사업기회 발굴 = 현대엔지니어링은 일찍이 차세대 원전이라 불리는 MMR을 주목하고 미국 USNC사와 글로벌 MMR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현재 캐나다에서 초크리버 MMR 실증플랜트 건설에 나서고 있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폴란드 경제사절단 방문에서 체결한 3자 간 MMR 협력 MOU는 현대엔지니어링이 MMR 사업을 추진하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미국 USNC사와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이 준공을 목전에 두고 있는 폴리머리 프로젝트의 대주주인 그루파 아조티 폴리체 3자가 협력해 그루파 아조티 폴리체 사업장 내 MMR 도입을 논의하는 것이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월 8일에도 폴란드 레그니차 경제특별구역(Legnica Special Economic Zone), 미국 USNC사와 함께 MMR 사업 개발에 대한 3자 MOU를 체결했다.
◇모듈러 주택사업 등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는 인도주의적 차원과 군사적인 차원 모두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 선봉에 서있는 국가 중 하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PGZ사와의 MOU를 통해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에 유리한 고지를 선제적으로 점유한다는 전략이다. PGZ사가 보유한 폭넓은 폴란드 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모듈러 작전 기지, 캠프 공급과 관련된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향후 모듈러 주택 사업 협력까지도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6월, 1조5400억 원 규모의 폴리머리 플랜트 초도 생산 기념행사를 진행하며 성공적 준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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