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방해 학생’ 물리적 제지하고 휴대전화 압수… 내달부터 즉각 시행[10문10답]
교원 교육활동 침해 매년 증가
상해·폭행비율 3년새 2배로
가해학생-피해교사 즉시분리
학생 교실 밖으로 내쫓기 가능
교원배상보험 표준 개발하고
학부모의 학교민원창구 일원화
‘교권침해, 학생부 기재’ 논란
여야 이견에 입법 쉽지않을 듯
서울 서이초에서 발생한 새내기 교사의 사망 사건은 그간 교육현장에 누적돼 온 교권 침해 논의에 본격적인 방아쇠를 당겼다. 숨진 교사가 그간 일부 학생의 문제행동에 속수무책이었고, 학부모 민원에도 시달려 왔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동료 교사 사망에 분노한 전국 교사들이 주말마다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자, 교육부도 교실 현장을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교육부는 지난 14일 열린 국회 공청회에서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의 시안을 공개하고, 현장 의견 수렴 뒤 이달 최종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시안은 크게 △교권-학생 인권의 균형 △교권 및 교육활동 보호 강화 △교원-학부모 소통 관계 개선을 골자로 해 이에 따른 세부 추진 과제를 담았다.
1. 교권 회복 대책 왜 마련됐나
정부가 교권 보호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은 학교 현장의 교육활동 침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교사 사망 사건으로까지 이어지며 사회적 파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를 심의하는 교권보호위원회 심의 건수는 2019년 2662건에서 2022년 3035건으로 늘었다. 코로나19로 원격 수업이 시행되면서 2020∼2021년 잠시 주춤했다가 등교가 전면 재개되면서 다시 큰 폭 증가한 것이다. 교권보호위까지 가지 않아 숨겨진 침해 행위는 더욱 많다는 교육현장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상해·폭행 등 상대적으로 강도가 높은 침해 행위의 비중이 지속 늘고 있어 문제다. 학부모 등에 의한 교권 침해 중 모욕·명예훼손 비중은 2019학년도 49.3%에서 2022학년도에는 37.1%로 줄었는데 상해·폭행의 비율은 3.5%에서 6.9%로, 협박의 경우 9.3%에서 11.9%로 늘었다. ‘정당한 교육활동을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도 18.5%에서 22.3%로 늘었는데 학부모의 지속적인 악성 민원 등이 이 유형에 해당한다.
2. 9월부터 달라지는 것도 있다는데
교육부는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17일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을 발표했다. 이는 교사가 학생에게 취할 수 있는 생활지도의 범위와 방식 등을 규정한 것으로, 앞서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교사의 생활지도 권한이 법제화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고시안에 따르면 교사는 주의·훈육·훈계 등의 방식으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학생이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할 경우 교사가 휴대전화를 압수해 보관할 수 있다. 또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내거나 긴급한 경우에는 교사가 학생의 행위를 물리적으로 제지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학생 지도에 전문가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교원이 보호자에게 검사·상담·치료를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는 고시안에 대해 오는 28일까지 행정예고를 거쳐 의견을 수렴한 뒤 9월 1일 공포·시행할 예정이다.
3. 학생인권조례는 어떻게 되나
정부는 최근 교권 침해의 한 원인으로 학생인권조례를 꼽으면서 지방자치단체의 개정을 지원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학생인권조례는 현재 서울, 경기 등 전국 7개 시도교육청에서 시행 중인데, ‘사생활의 자유’ ‘휴식권’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일부 학생들이 권리 조항만 내세워 학생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교사의 지도력을 약화시켜 왔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조례를 손봐 학생의 권리 못지않게 의무를 강조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세웠던 경기도교육청이 먼저 전면 개정하겠다고 나섰고, 서울시교육청도 학생의 책무성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제정된 교원 생활지도 고시안의 일부 조항도 학생인권조례와 상충된다는 지적이 나와 교육부는 “고시가 확정되면 교육감과 협의해 고시와 상충하는 부분을 개정하도록 권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4.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논란은
실제 학교 현장에서 가장 요구가 큰 것은 무분별하게 제기되는 아동학대 신고로 교원의 정상적 지도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교원이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면 당국의 수사 개시와 함께 직위 해제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혐의가 확정되기 전에 이미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호소도 잇달았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해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은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아동학대법 개정안 등이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지자체나 수사기관에서 교원의 생활지도에 대한 아동학대를 조사·수사할 경우 사전에 교육청 의견을 청취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 통과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뿐 아니라 국회와 시도교육청도 ‘여·야·정·시도교육감 4자 협의체’ 등을 통해 정부의 교권 보호 구상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로 했다.
5. 개선 요구 높았던 교원배상책임은 어떻게 달라지나
현재 교원배상책임 보험은 시도교육청별로 보장 범위가 다르다. 앞으로 교원배상책임 보험은 상향 평준화를 목표로 표준 모델을 개발해 다음 달 중에 각 교육청에 안내한다는 방침이다. 개선안 ‘표준 모델안’에 따르면 지원 범위는 분쟁 발생 단계와 경찰·검찰 수사, 재판 단계에 따라 구성된다. 우선 사안과 분쟁이 발생한 단계에는 분쟁 컨설팅 및 합의 조정을 받을 수 있다. 교원은 위협 대처 보호 서비스도 지원받을 수 있다. 지자체 조사와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분쟁 및 합의 조정 △민·형사 변호사 선임 비용 보상 △위협 대처 보호 서비스 지원 △상해치료비 및 상담비 지원 △심리 상담 지원 △교육활동 손해(물품) 비용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검찰 수사와 법원 송치 단계에서는 변호사 선임 비용 등 형사방어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고, 심리 상담도 지원받을 수 있다. 법원 재판과 판결 단계에서는 형사방어 비용과 심리 상담 지원을 비롯해 무죄판결 시에는 보상 및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유죄로 판결 날 때에는 과실치사상 관련 소송 비용 보상 및 배상이 이뤄진다.
6. 교육활동 침해 대응 조치도 강화한다는데
교권 침해 행동을 한 학생을 피해 교사와 즉각 분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지금은 학교 교권보호위 심의 전엔 교권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를 내릴 수 없고, 피해 교원과 가해 학생을 분리할 근거도 없는 상태다. 교육부는 출석 정지 이상 조치를 받은 학생과 학생 보호자에게 특별교육·심리치료를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참여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교육활동 침해 조치 사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대한 침해 조치 사항에 대해서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교권 침해 학생에 대해서는 수위에 따라 학교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심리치료, 출석 정지, 학급 교체, 전학, 퇴학 등 1∼7호 조처가 내려지는데, 교육부는 이 가운데 전학·퇴학 이상의 조치는 기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단 국회에서 학생부 기재에 대해 합의하면 기재 범위는 사회적 상황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할 계획이다.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를 심의하는 학교 교권보호위는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해 운영의 신뢰성을 높인다.
7. 학부모 민원 대응 시스템 어떻게 꾸려지나
현재 교원 개인이 학부모 민원에 대응하는 교원·학부모 소통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학교장 직속에 ‘민원대응팀’을 꾸려 학교 민원 창구도 일원화한다. 민원대응팀은 교감, 행정실장, 교육공무직 등 5명 규모로 구성한다. 당국 차원에서 ‘민원 응대 매뉴얼’을 마련하고 불합리한 민원을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기준과 대응 지침을 담을 방침이다. 단순 요청은 민원대응팀에서 직접 처리하고, 교사나 관리자(교장·교감) 개입이 필요한 경우 협조를 얻어 처리하는 식이다. 학교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민원으로 판단될 경우 교육지원청이나 교육청 등 상급 기관으로 이관한다.
학부모가 교원에게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하거나 SNS로 민원을 제기하면 교원이 응대를 거부할 권리, 교육활동과 무관한 민원에 대해 교원이 답변을 거부할 권리도 부여하기로 했다. 교내에는 개방형 민원인 면담실을 마련하고 학교 홈페이지를 활용한 온라인 민원 접수·처리, 민간 앱 등을 활용한 학교 방문·유선 상담 사전 신청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8. 입법과제인 주요 대책, 현재 처리 상황은
국회는 교육활동 보호 법안 심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아동학대 면책을 부여하는 법안은 여야 이견이 적어 이달 안에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17일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여·야·정·시도교육감 4자 협의체를 열고 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 개정안 등 교육활동 보호 관련 입법 처리를 논의했다. 교육위 여야 의원들은 교육위 법안 가운데 교육활동 보호 관련 법안을 최우선으로 처리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현재 발의된 법안 가운데 가장 처리에 가까운 것은 교원의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각각 발의했을 정도로 여야 이견이 적어 곧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9. 여야 간, 교원단체 간 가장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다만 교권 침해의 학생부 기재를 추진하는 법안을 두고는 여야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려 처리가 쉽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원지위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여야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학생부 기재가 필요하다는 정부·여당과 달리 야당에서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며 부정적이다. 국민의힘은 “교권 보호를 위해선 개정안에 ‘학생부 기재’ 등의 강경책이 담겨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오히려 학생, 학부모와 교사 간 갈등이 심화되고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교원단체들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찬성 입장이지만 교사노동조합연맹,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교조, 좋은교사운동은 소송 남발 등을 이유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10. 기존에 나왔던 대책 재탕 논란도
교육부는 해마다 비슷한 방안을 발표한 바 있어 재탕 논란도 나온다. 교육계에 따르면 피해 교원 요청 시 ‘교권보호위’를 개최한다는 대책은 2021년 방안과 2022년 방안에도 있었다. 또한 악성 민원, 폭언 등을 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통화연결음’ 설정 추진 역시 2021·2022년 방안에 이미 있었던 것인데 이번 현안 보고에도 담겼다. 정의당은 “현 정부가 2022년에 발표한 방안을 제대로 시행했다면 오히려 현행 대처 시스템은 다를 수 있었다”며 “지금 교육부와 장관이 해야 할 것은 단지 시안을 내놓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미 3년 동안 발표됐던 대책이 왜 시행되지 않았는지, 방안이 있었음에도 왜 현장이 개선되지 않았는지 대답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인지현·권도경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與, 방통위 상임위원에 이진숙 전 MBC 사장 추천...野, 김성수 전 의원 거론
- 백두산 호랑이 민가 내려와 ‘어흥’… 올 들어 벌써 181번째
- 北 김정은이 콕 짚어 맹비난한 이 사람, “살아남을 수 있을까”
- 김지민 “아이 때문이라도 김준호와 결혼하고 싶어”
- “신혼인데”...외국인 아내에게 강간죄 고소당한 새신랑
- 태국 여성과 유사 성행위 생방송하고 후원금 1130만 원 챙긴 20대 유튜버
- 고민정 “이재명 체포안 표결 거부?… 약속 번복하잔 말인가”
- 관악구 실종 여고생, 5일 만에 발견…“신변 이상 없어”
- 노래방서 성관계 거부한 남친 맥주병으로 폭행한 30대女
- 금태섭 신당 당명 ‘새로운 선택’…9월 19일 창당 발기인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