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절체절명 독일전 직전 조소현이 소녀들에게 던진 메시지

전영지 2023. 8. 2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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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 기브 업!(Never give up!)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마세요."

지난 1일 국제축구연맹(FIFA) 2023년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독일과의 최종전을 앞두고 호주 시드니 팀 호텔서 만난 조소현은 언제나처럼 씩씩했다. 16강 넘어 8강 이상, 역대 최고 성적을 다짐하며 나선 세 번째 월드컵. 1차전 콜롬비아에 0대2, 2차전 모로코에 0대1로 2연패한 최악의 상황에서 'FIFA 2위' 독일과의 최종전을 앞뒀다. 5골 차 이상으로 이기면 기적이 일어난다고도 했다. 인간의 진면목은 '바닥'일 때 나온다. 분위기가 심연까지 가라앉은 상황에서도 '철녀' 조소현은 냉정한 투사였다. 스스로를 향한 냉철한 시선을 유지하되, 포기를 모르는 근성으로 끝까지 도전할 뜻을 분명히 했다. 여자월드컵 결제 서비스 부문 독점 파트너사인 비자(Visa)가 왜 그녀를 대한민국 최초의 '팀 비자(Team Visa)' 선수로 택했는지를 보여줬다. 인생도 축구도 늘 맘같이 흘러가진 않는다. 이 글은 예기치 않은 절망의 순간, 그녀가 보여준 용기와 도전의 기록이다.

토트넘 홋스퍼 FC 위민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자축구 국가대표 선수 조소현이 인천 서구 왕길동 한 풋살 경기장에서 광고 촬영을 했다. 포즈를 취하고 있는 조소현.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06.14/

모두가 패배를 예상한 '최강' 독일전을 앞두고 그녀는 "난 솔직히 상대가 누구든 신경 안쓴다. 첫 경기든 마지막 경기든 어차피 월드컵에서 쉬운 상대는 하나도 없다. 전력도, 랭킹도 중요치 않다. 그냥 경기장에서 이기는 애가 이기는 거다. 승자가 모든 걸 가져가는 것"이라고 했다. 긴장감, 부담감 때문에 제 실력을 못 보여줬다는 평가에 대해 그녀는 "그게 우리 실력"이라고 잘라 말했다. "부담감을 못 이겨낸다면 실력이 없는 거다. 경기장에서 보여줘야 실력이다. 진짜 잘하는 선수라면 이겨내야 한다"고 했다. "아직은 한국 여자축구가 도전할 수 있단 걸 알려주고 싶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단 걸 증명하고 싶다. 결코 호락호락하게 지진 않을 것이다. 가슴에 새긴 호랑이마크처럼 끝까지 붙어 늘어지고 괴롭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2023년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독일전 선제골 후 환호하는 조소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환호하는 조소현과 추효주<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독일전 전반 6분 만에 터져나온 한국의 선제골, 주인공은 조소현이었다. 뒷공간을 파고든 조소현이 침착한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유럽챔피언스리그 최우수 골키퍼 메를레 프롬스와의 1대1 대결에서 승리했다. 대한민국 축구사에 기록될 여자 월드컵 사상 7번째 골이자, 이번 대회 대한민구그이 유일한 골. 조소현은 2015년 캐나다 대회 16강을 이끈 스페인전(2대1승) 골 이후 유일하게 월드컵에서 2골을 기록한 한국선수가 됐다. 전반 6분(5분 2초) 골은 대한민국 남녀 월드컵사를 통틀어 최단시간 득점, 35세 40일의 골은 아시아 여자축구 최고령 골이자, 대한민국 남녀축구 최고령 골, 여자월드컵 사상 8번째 최고령 골로 기록됐다. 한국은 이 위대한 골에 힘입어 '최강' 독일과 1대1로 비기며 값진 승점 1점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조소현은 독일전서 대한민국 여자축구 선수 최초 월드컵 10경기 출전 역사도 썼다. 캐나다(4경기), 프랑스(3경기) 대회에선 캡틴 완장을 차고 전경기에 출전했고, 콜린 벨 감독 부임 이후 세 번째 월드켑에서도 3경기를 모두 뛰었다. 강인한 멘탈과 피지컬로, 매순간 죽을 힘을 다해 자신의 200%를 쏟아내는 선수, 가장 오래, 가장 잘하는 선수만이 오를 수 있는 고지다.

조소현은 "숫자에 신경 쓰는 스타일은 아니"라면서도 "감독님들께서 큰 무대에서 믿고 써주시는 것이 감사하다. 기회를 받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3번의 월드컵 전경기에 나선 비결에 대해 그녀는 "항상 열심히 했다. 결과가 어떻든 열심히 안뛰어서 후회하면 안된다. 매경기 모든 걸 쏟아낸다. 다른 선수들이 힘들어하면 그 부분까지 채워주려 했다. 동료들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아니까 그 선수들에게 힘이 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토트넘 홋스퍼 FC 위민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자축구 국가대표 선수 조소현이 인천 서구 왕길동 한 풋살 경기장에서 광고 촬영을 했다. 포즈를 취하고 있는 조소현.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06.14/

강철 멘탈의 소유자, 조소현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으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녀만의 방법을 물었다.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건 축구니까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계속해야 하니까"라며 웃었다. 그러더니 축구를 향한 순정을 고백했다. "축구는 남자친구같다. 대판 싸우고 금세 화해하고, 결과 때문에 상처받고 슬퍼하다가도 결국에도 너무 좋아하다 보니 다시 손잡고 또 해보고 또 해보고 결국 계속 하는 것밖엔 답이 없더라"며 웃었다. 월드컵을 꿈꾸는 어린 선수들을 향해 "우리 다음 대회, 같이 뛸까?"라고 제안했다. 4년 후 그녀는 서른아홉 살이 된다. 일본, 노르웨이, 잉글랜드 리그에 거침없이 도전한 철녀는 후배들을 향해 자신 있게 말했다. "해외 무대, 더 큰 무대에 거침없이 도전했으면 한다. 나 또한 나보다 더 강한 상대를 만나서 깨져보고 싶었고 시험해보고 싶었고 발전하고 싶었다. 당장 큰 돈을 못번다 해도 모든 건 미래를 위한 도전이다. 언어, 문화 부분에서도 분명 배우고 성장한다. 돈보다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다."

세 번째 월드컵을 통해 배운 점을 묻는 질문에 그녀는 "세계 여자축구가 정말 발전했다. 많은 국가들이 성장했다. FIFA 랭킹과 무관하게 강팀을 잡는 상황도 많았고, 남자축구에 비해 예기치 않은 이변이 많아 재미있었다"고 했다. "다음 월드컵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힘들지만 재미있는 모험이 될 것"이라며 눈을 빛냈다.

축구를 하며 가장 힘들었을 순간, 소녀들을 향한 메시지에 그녀의 진면목이 담겼다. 거침없이 써내린 메시지는 "네버 기브 업!(Never give up!)"이었다. 한글로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마세요"라고 쓴 후 '팀 비자, 대한민국 넘버8 조소현'이라는 사인을 함께 새겼다. 절망의 끝에서 그녀가 보여준, 꺾이지 않는 투혼이야말로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오롯한 정신이자 희망이다.

*이 기사는 Visa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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