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 환자 대상 신속 모니터링 중요하다
■대한부정맥학회, 정책 전환 촉구
인공 심장박동기·이식형 심율동 전환 제세동기 같은 의료기기를 심장에 이식한 부정맥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신속) 모니터링’을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대한부정맥학회가 촉구했다.
학회는 21일 “의료인이 환자와 떨어진 곳에서 환자의 심장에 이식한 의료기기가 보내오는 데이터와 신호를 조기에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내리면 생명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신속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회는 지난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현행 의료법의 한계로 아직 국내에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심장 내 삽입장치(CIED) 이식 부정맥 환자에 대한 원격 모니터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장에 의료기기를 삽입한 환자라면 평생 병원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의료기기에 저장된 부정맥 관련 데이터를 확인해야만 한다. 학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심장 내 삽입장치를 이식한 부정맥 환자 수는 총 10만~15만 명 가량(연간 7000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원격 모니터링이 도입되면 의료인이 시공간의 제약 없이 환자의 상태를 데이터로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조기에 의사결정을 내려 신속한 대처가 가능해진다.
노태호 가톨릭 의대 명예교수(부정맥연구회 전 회장)는 “환자들이 몇 개월치 이력을 모아 한꺼번에 진단받는 구조다 보니 제때 심장의 이상신호들을 알아차리기 어렵다”면서 “만일 원격 모니터링으로 가칭 A라는 환자에서 사망 전날 저녁 발생해 10분 간 지속된 심한 서맥(심장이 느리게 뛰는 것)을 경고로 받아들이고 일찍 조치에 나섰다면 환자의 생사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심장 내 삽입장치 이식 부정맥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 모니터링이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 환자의 심장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은 충분하지만, 의료인과 환자 간 원격진료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과 정부의 유권해석 때문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부정맥 원격 모니터링은 환자가 내원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가 건강 상태와 관련된 데이터를 확인하고 의료적 상담을 제공하는 행위로 의료법이 정의하는 의료인과 환자 간 ‘원격진료’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학회는 “원격 모니터링은 원격 진료(비대면 진료)와 결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명용 대한부정맥학회 회장(단국대병원장)은 “원격 진료를 허용해 달라는 얘기가 아니다”면서 “심장에 의료기기를 이식한 부정맥 환자들에 대한 모니터링 데이터를 확인할 수만 있다면 환자들을 더 많이 살릴 수 있으니 법적 제한을 풀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니터링은 환자의 심장에 이식된 의료기기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확인하는 진료 과정 중 하나일 뿐이고, 진료행위는 모두 병원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원격 진료로 볼 수 없다는 게 학회의 입장이다. 김성환 대한부정맥학회 보험이사(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도 “부정맥 환자의 심장에 심어진 기계에 모여진 데이터를 좀 더 빨리 온라인으로 받겠다는 개념으로 원격 진료와는 다르다”면서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부정맥 원격 모니터링은 부정맥 환자의 생존의 기회를 확대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시스템”이라면서 “우수성을 인정받아 해외에서 보편화됐고, 이미 의료진들도 기술적으로 준비가 돼 있는 만큼 하루 빨리 국내에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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