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드리운 IB시장…중소형 증권사, 실적 고민↑
중소형 증권사 타격 커…하반기 전망도 '캄캄'
[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가 올 상반기에도 증권사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하반기에도 부동산 경기 침체, 세계적인 금리 상승 기조, 선진국 오피스 임대 환경 변화 등으로 공실률이 상승하면서 기업금융(IB)부문 업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의 고심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대부분 전년 반기 대비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45개 증권사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올해 상반기 IB업무 수수료 수익은 1조7183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에 3조1397억원을 달성했던 것과 비교하면 45.27% 감소했다.
특히 작년 상반기 3445억원의 IB업무 수수료를 거둬 국내 증권사 중 1위에 올랐던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IB수수료 수익은 19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에 가까운 43.04%가 하락했다.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IB수수료 2위를 기록했던 메리츠증권은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31.76% 감소한 1746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3위에 올랐던 KB증권은 44.62% 하락한 1338억원으로 4위로 밀렸고 NH투자증권이 21.80%만이 감소한 1577억원으로 3위에 올라섰다.
대형 증권사의 수익 감소폭은 시장 전체와는 근소한 수치지만,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피해가 컸다.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91.14%가 줄었고 하이투자증권(-78.91%), 이베스트투자증권(-71.33%), 한화투자증권(-69.03%), 유안타증권(-62.45%) 등 변화율이 절반을 훨씬 웃돌았다.
IB업무 수수료 수익은 인수주선 수수료, 매수합병 수수료,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의 합으로 계산한 수치다. 인수주선 수수료는 기업공개(IPO)와 회사채발행, 매수합병은 인수합병(M&A), 채무보증은 부동산 PF,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관련성이 크다.
올해 조 단위 '대어급' 매물이 사라지면서 IPO 시장이 얼어붙었으나,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IPO 시장이 활성화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대형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이 주로 상장을 주관하면서 중소형 증권사에겐 영향이 미미했다. 신영증권,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이 세 곳의 상장을 주관했고 하이투자증권, 교보증권, DB금융투자, 현대차증권, IBK투자증권 등은 1개만 성사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IB수수료 수익에 큰 영향을 끼쳤다. 대형 증권사의 경우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로 손실을 방어했지만, 리테일 비중이 적고 IB에 사업이 편중된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피해가 두드러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의 경우 사업 방향이 다양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피해를 리테일 부문으로 완화할 수 있으나 중소형 증권사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편중돼 있어 전체 실적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IB부문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높아진 금리, 부동산 경기 위축 등으로 부동산PF 신규 딜 감소, 브릿지론·본PF대출 리파이낸싱 부담 상승 등의 영향으로 IB부문 이익 비중은 당분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 하반기도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중소형 증권사의 어려움이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 또한 "IB부문 등 일부 사업 부문의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사의 경우 산업환경에 대한 대응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며 "부동산금융에 집중해 사업 규모를 확장해 온 중소형사는 최근 부동산금융 시장 침체에 따른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IB부문 중 대부분의 수익이 부동산PF 관련 딜로 창출된 경우가 많았던 중소형사는 비교적 수익 감소폭이 클 전망"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동산PF 외에도 ECM, DCM 시장 진출·확대에 주력하고 있으나, 인력·영업 경쟁력 차이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2021년부터 부동산 관련 우발부채, 대출채권 인수 등 위험인수가 확대된 가운데 본PF 미전환시 위험도가 높은 사업초기대출, 브릿지론 등의 취급 비중이 높아 자산건전성 저하 부담도 작용하고 있는 중"이라고 짚었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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