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 1인자’ 인사 조처되나···김정은 “해이하다” 총리 맹비난

박광연 기자 2023. 8. 22.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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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석지 침수피해 복구 현장방문
김덕훈 내각 총리 강하게 질타
“무책임한 사업 태도와 사상”
관계자들 엄격한 문책·처벌 지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안석간석지 피해복구 현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간석지 침수 피해에 대해 “나라의 경제사령부를 이끄는 총리답지 않다”며 김덕훈 내각 총리를 이례적으로 맹비난했다. 북한 최고지도부 일원이자 김 위원장의 전적인 신임을 받아온 ‘경제 1인자’ 김 총리가 인사조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경제난 책임을 내각에 전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이 지난 21일 남포시 온천군 석치리 안석간석지 피해 복구 현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2일 밝혔다. 신문에 따르면 ‘평안남도 간석지 건설 종합기업소’가 안석간석지 제방 배수시설 설치 공사를 부실하게 한 결과 제방이 파괴돼 농경지 포함 총 560여정보의 간석지가 침수됐다. 1정보는 3000평으로 약 9917㎡에 해당한다.

침수 피해를 “인재”로 규정한 김 위원장은 복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김 총리를 강하게 질책했다. 김 위원장은 “내각 총리는 관조적인 태도로 현장을 한두 번 돌아보고 가서는 부총리를 내보내는 것으로 그치고 현장에 나온 부총리라는 사람은 연유 공급원 노릇이나 하였다”며 “정말 틀려먹은 것들”이라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또 “전 국가적으로 농작물 피해방지 대책을 철저히 세울 데 대하여 특별히 강조하는 시점에조차 일군들의 무책임성과 무규율성이 난무하게 된 데는 내각 총리의 무맥한 사업 태도와 비뚤어진 관점에도 단단히 문제가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내각 총리가 관련 보고서에서 안석간석지의 논 면적이 올해 국가 알곡 생산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해당 지역 군부대의 토지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책답지 못한 대책을 보고해놓고는 복구 사업을 군대에 거의 맡겨놓다시피 하고 그나마 너절하게 조직한 사업마저도 료해해보면 피해 상황을 대하는 그의 해이성과 비적극성을 잘 알 수가 있다”고 질타했다.

경제 정책을 추진하는 내각 전반에 대한 책임 추궁으로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지금 내각에 사업체계가 옳바로(올바로) 세워져 있지 않으며 실속 없는 일군들이 등용되여 유명무실하게 틀고 앉아 산하 단위들에 대한 지도도 제바로(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몇년어간에 김덕훈 내각의 행정경제 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고 그 결과 건달뱅이들이 무책임한 일본새(업무태도)로 국가경제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안석간석지 피해복구 현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며 김 위원장 다음가는 최고 실세로 평가받아온 김 총리가 실각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김 위원장은 “내각 총리의 무책임한 사업 태도와 사상 관점을 당적으로 똑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노동당 차원의 징계 등 인사조치를 시사했다.

김 총리가 김 위원장의 이번 현지지도에 불참하며 이러한 관측에 힘이 실린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워낙 비난 강도가 높기에 어떤 형태로든지 인사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 총리는 북한 최고지도부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김 총리는 그간 북한 공식매체에서 정치국 상무위원들 중 가장 먼저 호명되는 등 김 위원장 신임을 받아왔다. 김 위원장은 그간 내각을 “나라의 경제사령부”로 지칭하며 김 총리에게 경제 정책을 전적으로 맡겨왔다.

내각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주요 통제기관들에 “정치적 미숙아” “지적 저능아” “관료배”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명령했다.

김 위원장이 김 총리를 이례적으로 강력히 질책하고 이를 공개한 것은 해이해진 체제 내 규율을 다잡으려는 의도가 강하다. 김 위원장은 “나라에 재난이 닥치든 말든 자기 소관이 아니면 외면해버리는 준비되지 못한 일부 일군들의 안온하고 게으른 일본새에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린다”고 밝혔다.

앞서 김 위원장은 최근 태풍 피해를 본 강원도 안변군 현장을 두 차례 방문해 “전 국가적인 피해방지 대책” 수립을 강조한 바 있다. 안변군 현지지도에는 매번 김 총리가 동행했다.

수해에 따른 식량 생산 피해와 경제난 책임을 내각에 돌리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알곡 생산은 올해 북한 경제의 최우선 과제다. 통일부 당국자는 “핵 개발로 인한 대북제재와 국경봉쇄 조치 등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초래된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한 책임을 내각에 전가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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