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원 30명에서 1200명까지…‘열정’ 하나로 캐나다서 일궈낸 태권도 열풍 [SS인터뷰]

황혜정 2023. 8. 2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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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토론토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주영(왼쪽), 윤소라씨. 사진제공 | 윤소라씨.


[스포츠서울 | 토론토(캐나다)=황혜정기자] “야구에 흠뻑 빠졌던 우리, 이젠 캐나다에서 태권도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요.”

1200명이 넘는 외국 사람들이 일제히 태극기 앞에서 ‘차렷, 경례’를 한다. 그것도 한국말로 말이다.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이만큼 뿌듯한 순간은 없을 것이다.

절친한 친구 사이인 두 여성이 캐나다에서 ‘태권도’ 열풍을 이끌고 있다. 이주영(35)씨와 윤소라(40)씨는 한국에서 사회인 여자야구를 하며 인연을 맺었다.

소라 씨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지만, 15살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그로부터 15년 뒤 그의 나이 30세, 여름옷만 달랑 들고 2달간 한국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운명처럼 한국 사회인 여자야구팀 ‘양구 블랙펄스’와 만났다.

소라 씨는 “당시 동대문에 야구용품점이 많았는데, 무심코 들어간 가게 사장님께서 ‘한국에 여자야구팀이 많은데 한번 해보라’ 하시더라. 그래서 ‘블랙펄스’란 팀을 찾게 돼 들어가게 됐는데, 그때 가게 사장님이 이 팀의 단장님이더라”고 돌아봤다.

여성들끼리 팀을 이뤄 야구를 하는 ‘사회인 여자야구’의 매력에 흠뻑 빠진 소라 씨는 2달만 머물 계획이었던 한국행을 바로 수정했다. 소라 씨는 “그 즉시 한국에서 직장을 구했고, 캐나다에 계신 부모님께 ‘겨울옷도 다 보내달라’고 했다”며 웃었다.

윤소라 씨가 ‘양구 블랙펄스’에서 뛰던 시절. 사진제공 | 윤소라 씨.


그렇게 6년 간 소라 씨는 야구에 푹 빠져 살았다. 야구를 하는 것도 좋았지만, 야구로 만난 소중한 인연들도 소라 씨의 마음을 붙잡았다. 소라 씨는 “팀원들과 정말 가족처럼 지냈다. 그렇지 않았다면 캐나다로 빨리 돌아갔을 것이다. 명절 때 가족 모임도 같이 가고, 정말 가족처럼 지냈다”며 미소 지었다.

소라 씨는 “내가 ‘제1의 고향’이라는 ‘한국’에 돌아가서 ‘제2의 가족’이라는 ‘블랙펄스’ 팀원들을 만났기 때문에 긴 시간 외롭지 않게 야구에 몰두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다 드라마 같았다”고 돌아봤다.

소라 씨는 현재 캐나다로 돌아와 토론토에서 사회인 여자야구 팀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소라 씨는 “주변에서 그냥 소프트볼 팀에 들어가라고 하는데 나는 무조건 야구를 하고 싶다. 이곳에서 여자야구 팀을 만드는 게 인생의 숙원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소라 씨는 현재 이주영 씨를 도와 대한민국 전통 무술인 태권도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주영 씨가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다이나믹 태권도’ 도장에서 관원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제공 | 이주영 씨.


용인대학교 경호학과에서 태권도를 전공한 이주영 씨는 미국에서 단기 태권도 사범을 경험한 뒤로 ‘해외 태권도 사범’의 꿈을 키워갔다.

“나이를 불문하고 외국인들이 태권도를 대하는 태도와 열정에 감명 받았다. 한국에선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반했다.” 주영 씨가 졸업 직전 혈혈단신으로 캐나다 토론토로 와 태권도 사범이 된 계기다.

‘다이나믹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서현석 관장과 함께 열정 하나로 도장을 이끌어가다 보니 어느새 관원도 30명, 100명, 300명, 500명을 돌파해 1200명이 됐다. 꿈만 같던 일이 10년 뒤에 현실이 됐다. 주영 씨는 “성공하신 사범들이 많이 계시지만, 나 역시도 어디가서 ‘성공하는 길을 달려가고 있는 사범’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며 미소 지었다.

주영 씨의 직업 만족도는 최상이다. 그는 “외국 사람들이 운동 시작과 끝에 태극기에 경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낀다. 동양인으로서 외국에 살며 존경받을 수 있는 직업은 많지 않다”며 활짝 웃었다. 주영 씨는 “여성으로서, 여자 사범도 해외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편, 주영 씨는 용인대 재학 시절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센터에 다니던 와중, 그곳에 야구 선수들이 많이 찾아 재활을 받는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야구에 입문하게 됐다. 주영 씨 역시 여성들끼리 뭉쳐 공 하나에 울고 웃었던 진한 감정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 역시도 “캐나다는 널린 게 야구장인데, 여성 사회인 야구팀이 유독 없더라”며 아쉬워했다.

먼 이국 땅에서 태권도 열풍을 선도하고 있는 이들은 이제 여성 사회인 야구팀 창단이라는 또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준비는 다 돼 있고, 마음을 모아 함께할 단원을 모집 중이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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