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는 ‘워리어’라 불리는 사나이가 있다… 기상천외 56억 계약 성공, 은퇴는 롯데에서?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팀 주축 타자이자 팀의 주전 내야수인 안치홍(34‧롯데)을 두고 ‘워리어(Warrior)’라고 부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전사적인 기질을 가졌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야성미 넘치는 전사적 기질과는 그 결이 조금 다른 ‘워리어’다. 안치홍은 사실 말이 많은 선수는 아니다. 경기장에서도 감정 표현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라운드 바깥에서도 마찬가지다. 서튼 감독은 안치홍을 두고 내면적으로 강한 선수라고 말한다. 항상 묵묵하고 최선을 다한다. 그런 기질은 또 어떤 측면에서 전사라는 단어와 맞닿아 있다.
서튼 감독은 안치홍에 대해 “조용한 리더라고 말하고 싶다. 말이 많지는 않은 선수다. 쾌활하고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다. 그렇지만 행동으로 리더십을 보여주는 선수”라고 치켜세우면서 “훈련과 경기를 할 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뒤에서 묵묵하게 훈련하고 노력하는 선수다. 불평과 불만이 없는 선수이기도 하다. 아픈 곳이 있어도 물어보기 전에는 절대 내색하지 않는다. 몸 상태가 100%가 아니어도 매일 출근을 하면 자신이 경기를 나간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해준다”고 칭찬을 이어 나갔다.
이제 30대 중반에 이른 나이지만 안치홍의 영향력은 여전히 사직구장 곳곳에 있다. 팀을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여전히 팀 타선에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는다. 올해도 21일 현재 97경기에서 타율 0.296, 6홈런, 5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80을 기록 중이다. 팀 내 규정타석을 소화한 선수 중에서는 전준우와 더불어 가장 좋은 공격 생산력이다. 화려하지는 않을 수 있어도, 항상 있어야 할 곳에 있다.
8월 롯데 타선의 폭발의 중심에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베테랑이라 체력이 떨어질 법도 하지만 오히려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8월에 힘을 내며 팀의 약진을 이끌기도 했다. 안치홍은 8월 15경기에서 타율 0.389, 3홈런, 12타점을 기록 중이다. 6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10개의 4사구를 기록하기도 하는 등 차분하고 폭발적인 방망이로 팀 타선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임을 입증했다.
2020년 시즌을 앞두고 한 롯데와 2+2년 총액 56억 원 계약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당시 원 소속팀 KIA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던 안치홍은 롯데 측과 그간 보지 못했던 방식의 계약을 하면서 화제와 함께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기존 일반적인 형태였던 4년 계약이 아닌, 2+2년 계약으로 첫 2년 뒤 서로가 다시 한 번 생각할 시간을 갖기로 했다. KBO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 다양화를 이끈 첫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생각은 많이 하지 않았다. 첫 2년이 끝나기 전인 2021년 시즌 중반 나머지 2년을 실행하는 데 상호 합의했다. 롯데도 안치홍이 필요했고, 안치홍도 롯데 생활에 만족했다는 것을 상징하는 계약이다. 그렇게 안치홍은 4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총 472경기에 나가 타율 0.293, 38홈런, 247타점, 222득점, OPS 0.793을 기록하며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잔부상은 있었어도 큰 부상은 없었다.
이 기간, 그리고 올 시즌 안치홍은 아직 자신이 롯데에 필요한 존재임을 잘 증명했다. 2020년 이후 안치홍보다 더 많은 경기에 나간 롯데 선수는 전준우(505경기) 하나뿐이다. 안타‧득점에서도 전준우에 이어 2위고, 타점에서도 전준우 이대호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300경기 이상을 뛴 롯데 선수 중 삼진보다 4사구가 많은 선수는 안치홍이 유일하다. 게다가 안치홍은 수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2루에서 제법 많은 경기에 나갔다.
이제 안치홍은 올 시즌 뒤 다시 FA 자격을 얻는다. 생애 두 번째 FA다. 안치홍이 시장에서 어떤 가치를 평가받을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그때 상황을 봐야 하는 게 FA다. 다만 롯데 내부의 평가는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가 들어 수비 범위가 좁아지는 문제는 있다. 다만 공격 생산력 자체는 꾸준하게 유지 중이다. 이 곡선 자체는 특별히 꺾임이 없다. 지난해 2루에서 105경기, 올해도 2루에서 75경기에 나가는 등 수비 비중도 작지 않다.
무엇보다 팀 내부에서 안치홍을 밀어낼 만한 준비된 젊은 선수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안치홍이 있어 내야수를 외야로 돌린 사례도 있지만, 여전히 팀 2루와 내야에서 안치홍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과정을 버텨줄 선수로 다시 안치홍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둔다면 리더로서의 가치가 더해질 것도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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