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침수현장 찾아 "틀려먹은 것들"…고강도 간부 검열 지시(종합)

양은하 기자 2023. 8. 2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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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남도 간석지에 560여 정보 침수 피해…현장 찾아 문책 및 처벌 지시
김덕훈 내각총리 직격 "국가 경제 말아먹었다"…'사상관점 검토' 지시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김정은 동지께서 8월21일 평안남도간석지 건설종합기업소 안석 간석지 피해복구 현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대규모 농작물 침수 피해가 발생한 평안남도 간석지를 찾아 내각총리를 비롯한 관련 일꾼들의 무책임을 강하게 질타했다. 원색적인 언급으로 '비난 말폭탄'을 가하고 고강도 검열까지 지시하며 조만간 내각에 대한 대대적 인선이 예상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김정은 동지께서 8월21일 평안남도간석지 건설종합기업소 안석 간석지 피해복구 현장을 현지지도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바닷물의 영향으로 제방이 파괴되면서 논벼를 심은 270여 정보를 포함해 총 560여 정보의 간석지 구역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신문은 "평안남도간석지 건설종합기업소에서 남포시 온천군 석치리 지역에 위치한 안석간석지 제방에 배수 구조물 설치 공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질적으로 진행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김 총비서는 현장에서 "피해가 발생하게 된 동기와 원인을 구체적으로 료해(파악) 분석하고 일꾼들의 매우 무책임한 직무태만 행위를 심각히 지적했다"라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그는 "김덕훈 내각의 행정경제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다"라며 김덕훈 내각총리를 비롯해 북한의 경제사령부인 내각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간석지논 침수 보고 이후 당 비서들에게 군을 동원한 복구사업을 지휘하도록 했는데 "내각과 성, 중앙기관의 책임 일꾼들은 현장에 얼굴도 내밀지 않았다"며 "내각총리는 관조적인 태도로 현장을 한두 번 돌아보고 가서는 부총리를 내보내는 것으로 그치고 현장에 나온 부총리라는 사람은 연유(기름) 공급원 노릇이나 했다"라고 비난했다.

간석지건설국장의 경우 배수문 공사용으로 국가로부터 공급받은 많은 연유를 떼내여 몰래 은닉까지 한 사실이 적발됐다고 한다. 또 배수 구조물 설치 공사를 할 때 국가건설 허가를 받지 않고 '날림식'으로 진행했으며 물이 새는 것을 발견하고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 총비서는 이러한 문제를 일으킨 간부들을 향해 "정말 틀려먹은 것들"이라며 "뻔뻔스럽고 불손하기 그지없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같은 문제 발생의 핵심 원인을 내각에 돌리며 "지금 내각에 사업체계가 올바로 세워져 있지 않으며 실속 없는 일꾼들이 등용돼 유명무실하게 틀고 앉아 산하 단위들에 대한 지도도 똑바로 하지 못하고 있다", "건달뱅이들이 무책임한 일본새로 국가경제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라고 내각을 '내리지령밖에 할 줄 모르는 지령부서, 통보부서'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와 규율조사부, 국가검열위원회와 중앙검찰소로 하여금 책임자를 색출해 "당적, 법적으로 단단히 문책하고 엄격히 처벌할 것"을 직접 명령하기도 했다.

김 총비서는 특히 "내각총리의 무책임한 사업태도와 사상관점을 당적으로 똑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고강도 '감사'를 지시했고 "직무태만 행위를 한 간석지건설국장은 당 규율심의위원회에서 출당문제를 심의할 것"을 지시하는 등 구체적인 처벌 방안을 계속 지시했다.

그는 "이번 피해는 결코 자연재해 현상으로 인한 악재가 아니라 철두철미 건달꾼들의 무책임성과 무규율에 의한 인재"라며 "당 중앙의 호소에 호흡을 맞출 줄 모르는 정치적 미숙아들, 경종을 경종으로 받아들일 줄 모르는 지적저능아들, 인민의 생명재산안전을 외면하는 관료배들, 당과 혁명 앞에 지닌 책무에 불성실한 자들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라고 간부들에게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가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신문은 김 총비서의 명령에 따라 간석지건설국, 국가건설감독성, 평안남도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남포시국토환경보호관리국, 남포시건설감독국 등 내각 산하 조직에 대한 집중검열사업이 시작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김덕훈 총리를 비롯해 경제 담당 일꾼들에 대한 고강도 검열과 이에 따른 대대적 인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덕훈은 지난 2020년 8월 내각총리 자리에 올라 3년간 북한의 경제를 총괄해 온 인물로, 그간 김 총비서의 많은 신뢰를 받는 인물로 평가 돼왔다.

북한은 올해 경제 분야 과업 중 첫 번째로 제시된 '알곡 고지 점령'을 위해 농업 생산에 힘을 쏟고 있다. 태풍으로 대규모 농작물 침수 피해가 연이어 발생하자 고위급 간부들 기강 잡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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