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컷] 배 속에 낚시줄·케이블타이… 거북이 죽인 해양쓰레기들
“저도 낚시를 하지만 죄책감이 듭니다, 이제 끊어야겠어요”
지난 3일 바다거북 부검을 하던 진세림 수의사(국립생태원 동물복지부 계장)가 2021년 7월 1일에 강원도 고성에서 발견된 붉은바다거북의 몸 속에서 나온 바늘이 달린 낚시줄을 들고 탄식했다.
2일과 3일 이틀간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내 복원생태관에서 ‘바다거북 협력연구단과 함께하는 바다거북 종보전 연구’에 참여한 국립생태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KIOST(한국해양과학기술원) 직원들이 바다거북의 부검을 진행했다.
바다거북은 잡식성으로 어류, 갑각류, 해파리나 해초 등을 가리지 않고 먹는다. 많은 바다거북이 플라스틱 쓰레기나 비닐봉지를 해파리나 해초 등 먹이로 착각해 섭취하곤 한다. 바다거북은 이가 없고 식도에는 뾰족한 돌기가 한 방향으로 나있는데, 이 돌기 때문 에 한 번 식도로 넘어온 것은 뱉거나 토하기가 어렵다.
배가 고픈 바다거북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해초로 알고 먹고, 한 번 삼킨 쓰레기를 다시 뱉어낼 수 없어 그대로 장으로 이동한다. 이날 부검한 붉은바다거북의 식도에서도 케이블타이(Cable tie)와 노끈 등이 나왔다.
이틀간 진행된 바다거북 5마리(푸른바다거북 3개체, 붉은바다거북 2개체)의 몸속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식도, 위장, 소장, 대장 등에서 계속해서 나왔다. 김일훈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전임연구원는 “지난 2일 부검을 한 푸른바다거북 어린 개체에서는 엄청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됐다”고 했다. 어린 거북이다 보니 유독 플라스틱 쓰레기를 구분하지 못한 듯 하다. 그리고 3일 부검한 붉은바다거북과 푸른바다거북 성체에서도 낚시바늘과 줄, 플라스틱으로 된 노끈, 고무 등 플라스틱 쓰레기가 검출됐다.
해양 쓰레기를 먹거나, 얽혀 피해를 보는 생물이 500종에 이른다고 한다. 그중 15%는 멸종위기종이다. 피해가 가장 많이 보고되는 종은 6종으로 북방물개, 캘리포니아 바다사자, 풀마슴새, 북대서양참고래, 붉은바다거북, 푸른바다거북이다. 이 6종 중 바다거북은 2종이나 포함되어 있다.
연구팀은 지난 2017년부터 2022년 12월까지 국내 바다를 찾는 5종의 거북(붉은바다거북, 푸른바다거북, 장수거북, 올리브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총 71마리의 부검을 진행했는데 총 45마리의 장내에서 육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크기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검출되었다고 밝혔다.
이물질 섭식에 의한 직접 사인이 11건(충출혈 1, 장천공 3, 장유착 3, 장중첩 및 폐색 1, 십이지장 폐색 1, 장 병변과 관련 복막염 2)이 발견되었고 익사로 죽은 사례가 19건, 선박충돌이나 직접폐사한 경우가 3건이었다.
플라스틱 등 일회용 쓰레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도 심각성을 알지만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조금씩 노력을 하고 있다. 무심코 쓰고 버린 쓰레기는 지구 곳곳으로 퍼져 다른 생명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얼마 전 내린 비로 바다로 나온 쓰레기들이 바다위를 떠다니고 있다. 태풍이 지나고 난 뒤 쓰레기는 더 많이 보인다. 특히 바다에서 떠밀려온 쓰레기들은 플라스틱이 대부분이다.
최근 기업들과 환경 단체 등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캠페인을 펼치며 환경에 대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다. 언젠가는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우리에게, 우리 후손들에게 돌아온다.
이제는 환경을 생각해 볼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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