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상주 약속→원격 지휘 논란' 앞뒤 다른 클린스만 감독, 해명 기자회견→배신감 더 키웠다
[OSEN=노진주 기자] 한국에 막 왔을 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59)은 '한국 상주'를 약속했지만 현재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직접 해명했지만, 이미 배신감을 느낀 축구팬들의 마음을 진정시키기엔 부족해 보인다.
한국 성인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7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잦은 해외출장 논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스스로를 ‘워커홀릭’이라고 칭하며 겉으로 보이지 않는 수많은 일들을 해외에서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럴듯한 이유를 말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원격 지휘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 것이었다.
지난 3월 부임한 클린스만 감독은 6월 A매치 기간 직후 한 달간의 해외 휴가를 떠나면서 팬들의 비난을 자초했다. 이달 1일에 자신의 생일과 자선 행사 참석 등을 이유로 또 해외로 출국, 그는 한국을 거치지 않고 오는 9월 8일 한국과 웨일스의 평가전이 열리는 웨일스의 카디프로 바로 건너갈 예정이다.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때 클린스만 감독은 국내 상주를 약속했다. 그러나 부임 후 5개월 동안 실제 한국에 머문 시간은 70일이 되지 않는다. 그에게 ‘재택 근무’, ‘원격 지휘’ 논란이 일어난 배경이다. 지난 네 차례 A매치(2무 2패)에서 '첫승'을 따내지 못한 상황이기에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해외에 있는 클린스만 감독 대신 국내에서 차두리 어드바이저와 마이클 김(김영민) 코치가 바쁘게 경기장을 돌아다니고 있다. K리그 선수들이 대표팀에 선발되기 위해선 클린스만 감독이 아닌 이 두 명의 눈에 들어야 한다는 말이 흘러나올 정도다.
감독이 코치와 협업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장 내 감독의 부재 속 오가는 대화의 질이 과연 높을지에 대해선 의문 부호가 붙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선수 선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화라면 더욱이 그렇다.
클린스만 감독은 몸은 멀리 있지만 우려를 살 정도로 한국 국가대표 감독직에 소홀하게 임하고 있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심지어 ‘워커홀릭’이란 단어를 꺼내기도 했다.
그는 국내에 있는 코치들과 자주 논의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고, 또 틈만 나면 해외파 선수들을 점검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국내에 머무를 땐 대학 경기부터 K리그 경기까지 관전했다고 설명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에 있을 때) 상당히 많은 경기를 봤다. K리그1 뿐만 아니라 K리그2 경기도 관전했다. 대학 U리그 경기, 18세 이하 경기 등도 직접 봤다”면서 “(제가 해외에 있을 땐) 국내에서 차두리 어드바이저와 마이클 김 코치가 지속적으로 국내 경기를 보고 있다. 또 유럽에서는 저뿐만 아니라 쾨프케-헤어초크-스트링가라 코치진이 해외파 선수, 그리고 구단들과 많은 소통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름’에서 오는 오해들이나 이해를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왜 감독님이 한국에 안 계시나’, ‘이 경기에 왜 나타나지 않으시지’ 이렇게 의문을 가지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데 있어서 누구의 탓을 하고 싶지 않다. 충분히 팬들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더 넓은 시야로 한국 축구 발전을 도모하고 싶다는 말을 곁들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국제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내・외부적으로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현대 축구 트렌드, 또는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심지어 다른 스포츠는 어떤 트렌트를 가지고 있는지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이를 한국 축구 발전에 어떻게 접목시키면 좋을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120%를 쏟아내며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 자신을 '워커홀릭'이라고 자칭했다.
그럴싸해 보이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중요한 9월 원정 A매치를 코앞에 두고 개인적인 자선 사업 회의, 분데스리가 앰버서더 활동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이에 대해 그는 “7~8월 (개인일정) 경우는 대한축구협회(KFA)와 계약을 맺기 전부터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린스만 감독 말대로라면 한국 대표팀 감독 지휘봉을 잡기 전부터 그의 한국 상주는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KFA도 인지한 부분이란 걸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부임할 때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감독이기에 한국에 상주하는 건 당연하다”며 국내에 머물 것을 공언했다.
약속을 새까맣게 잊은 듯 그는 ‘원격 지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비난 일색의 여론을 의식했는지 클린스만 감독은 온라인 기자회견을 자청했지만 국내에 머물며 한국 축구에만 집중했으면 하는 팬들의 바람에 시원한 답은 내놓지 않고 그저 자신이 해외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유만 나열했다. 축구 팬들이 느낀 배신감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jinju21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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