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학교 떠나는 영재들’, 왜?…최근 5년간 87명 떠나

영재학교 출신, 의대 진학 경우 불이익 주는 영향
조기 입학생, 학교 부적응 문제도 한 요인

게티이미지뱅크

뛰어난 머리로 조기에 학교에 입학하는 영재 학생들이 영재학교를 떠나고 있다. 최근 만 10세에 서울과학고에 입학했다가 자퇴한 백강현 군 사태를 계기로 조기 입학생을 포함한 영재 학생들의 학교 적응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학교 정보 공시 사이트인 ‘학교알리미’와 종로학원에 따르면 올해(공시 연도 기준) 7개 영재학교(한국과학영재학교 제외)에서 다른 학교로 전학 가거나 학업을 중단하는 등 중도 이탈한 학생은 18명으로 집계됐다.

영재학교 중도 이탈 학생 수는 지난해(15명)보다 3명 늘었고, 2021년(17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체 학생 대비 중도 이탈률은 0.9%로 전체 고등학교 평균(3.3%)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5년을 놓고 보면 영재학교 중도 이탈이 갈수록 심화하는 추세다.

영재학교 중도 이탈 학생은 2015년 3명에서 2016년 2명, 2017년 7명으로 한 자릿수에 그쳤다. 그러나 2018년 11명으로 늘어나더니 2019년 19명, 2020년 18명 등 두 자릿수로 늘었다. 2019년∼2023년 사이 중도 이탈한 학생만 87명이다.

중도 이탈 학생의 상당수는 1학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영재학교 중도 이탈 학생 가운데 1학년 학생은 절반인 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40%인 6명이었고, 2021년에는 52.9%인 9명이었다. 2019년에는 57.9%, 2020년에는 66.7%가 1학년이었다.

영재학교 중도 이탈이 증가하는 이유는 최근 의대 쏠림으로 영재학교 출신이 의대로 진학할 경우 불이익을 받게 된 여파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 학교는 학생들이 의약학 계열로 진학을 희망할 경우 교육비·장학금을 반납하고 교육·연구 활동을 기재하지 않은 학교생활기록부를 제공하는 등 불이익을 강화해왔다.

그러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조기 입학생의 경우 학교 부적응 문제에 더욱 취약하다고 교육계는 지적한다.

영재학교는 입학 전형에서 별다른 연령 제한을 두지 않는다. 실제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영재학교·과학고 입학생 가운데 백군과 같은 중학교 조기 졸업생은 7.3%로 집계됐다. 조기 입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절대적인 학습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학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게 교육계 시각이다.

여기에 또래 관계 때문에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른 학생들보다 많은 것으로 보인다. 학교생활에서는 학업 능력뿐 아니라 또래 집단과 교류나 소통하기 위한 정서적·신체적 성숙도 필요한데, 조기 입학생은 이를 갖추지 못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영재학교가 단체 팀워크를 요구하는 커리큘럼이 많아 학생들의 부적응이 생각보다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영재학교·과학고 사회통합 전형 입학자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입학 전 수학·과학 학습을 지원하고, 입학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학생 멘토링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고도 영재 지원과 관련한 정책연구도 추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임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