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인터뷰]겸손한 토트넘 주장 손흥민 "팬 기대감 알아…큰 선물 드리려 노력"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달라지고 싶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아요."
토트넘 홋스퍼는 점진적 변화 중이다. 팀의 큰 대들보였던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다. 유럽 리그 경험이 적은 안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속도 빠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생존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의문도 붙었다.
격랑의 시기에 2015년 여름부터 토트넘에서 활약했던 손흥민은 주장을 맡았다. 비유럽권, 아시아 선수로 '빅6'로 분류되는 토트넘 주장 완장을 찼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내년 여름까지 계약한 위고 요리스 골키퍼는 2012년 여름 토트넘과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팀을 떠날 것이 유력하다. 2014년 여름 입단한 벤 데이비스, 에릭 다이어가 그다음으로 오래 뛰었다. 이중 다이어는 2라운드까지 출전 명단에서 빠져 이적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데이비스의 주장이 유력했던 것을 깬 것이 바로 손흥민이었다는 점에서 놀라움 그 자체다. 브렌트포드와의 개막전을 앞두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결정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다.
포스테코글루는 호주 연령별 대표팀과 A대표팀, A리그 브리즈번 로어, 멜버른을 거쳐 요코하마 F. 마리노스를 통해 아시아 축구를 깊이 경험했다. 손흥민에 대한 이해가 충분했던 감독이라는 점에서 주장 선임은 이해되는 부분이다.
다만, 2021년 여름 스코틀랜드 셀틱을 통해 유럽에 입문해 경쟁력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이어지고 있다. 스스로 지도력을 보여야 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 입장에서는 아시아 출신이지만, 2021-22 시즌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의 경험과 손을 잡고 시즌을 끌고 가는 강수를 던졌다.
감독의 선택에 부응해야 하는 손흥민이다. 지난 시즌 10골로 체면은 세웠지만, 안와 골절에 탈장까지 몸 상태가 100%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올 시즌은 손흥민에게도 정말 중요하다.
브렌트포드전에서는 원정 응원을 온 토트넘 팬 앞에 모아 의기투합하며 출발해 감동을 안겼다. 페널티킥을 허용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2-2로 비겼고 2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조력자 역할을 해내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축구 도사라는 수식어가 붙은, 경험과 희생으로 동료들을 돋보이게 해줬다.
경기 중 일도 많다. 동료가 경고받거나 판정에 대한 시비가 생기면 가장 먼저 가서 문의하고 따졌다. 영어 구사가 원활하니 더 치열하게 항의하고 이해를 구한다. 경기 후에는 동료들을 모두 챙기는 리더십도 보여준다. 케인이 없으니 더 일이 많아졌다. 그런 손흥민을 본 토트넘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최근 스포티비 '스포타임'과 독점 인터뷰에 응한 손흥민은 "토트넘의 주장을 맡아 영광스럽다. 한국 대표팀에서도 주장을 맡고 있지만, (토트넘에서도) 좋은 선수가 옆에서 도와줘서 편안함을 갖고 시작했다. 축구 선수, 주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강한 의지를 다졌다.
토트넘과 A대표팀의 주장 역할은 다르면서도 같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이 한국 대표팀 경험도 있고 충분히 잘 해내리라 생각한다"라며 강력한 신뢰에 바탕을 둔 리더십이 나오기를 기대했다.
일반적인 인터뷰보다는 조금 편안한 질문을 던졌다. 주장 선임 기념으로 한국 방식인 먹을 것을 쏘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학교로 치면 반장 또는 회장에 선임, 요즘 경향대로 맛있는 것을 돌리며 함께 가자는 것을 음식물 나눔으로 보였는가에 대한 것이다.
웃은 손흥민은 "뭘 돌리지는 않았고 생각 중이다. 음식을 쏜다기보다 함께 저녁을 먹으려고 생각 중이다"라며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저녁 식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소위 은어로 '짬바(=노련함)'로 불리는, 토트넘에서 오랜 시간 뛰었던 손흥민이다. 노래는 부르는 등 '주장 신고식'이 있었느냐고 하자 여유 넘치는 말로 "저는 구단에 너무 오래 있는 선수고 (신고식은) 새로운 선수들이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제가 할 것은 없다"라며 단호함과 여유를 보였다. 여름 이적 시장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제임스 매디슨, 마노르 솔로몬, 미키 판 더 펜, 굴리엘모 비카리오 등이 할 일이라며 선을 그은 것이다.
동료들의 신뢰를 알 수 있는 손흥민의 주장 선임 과정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팀 미팅에서 갑자기 발표했지만, 모두가 축하해 줬다. 손흥민도 얼떨떨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동료들에게는 잘해보자는 의사 표현은 명료하게 했다.
그는 "(주장 선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발표 당시에 감독님이 말해줘서 당황하고 긴장했다"라면서도 "동료들이 축하해줬다 저를 좋아하는 선수들이 앞으로 더 좋은 환경에서 훈련하고 좋게 해줄 수 있을까를 되돌아봤다"라며 마냥 좋아하기보다는 지난해 8위였던 성적을 잊고 반등해서 자존심을 세우는 방법 찾기에 더 골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주장 완장을 달면 무게감이 생기게 마련이다. 어지간하면 선발 출전도 보장된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시즌 맨유 주장이었던 해리 매과이어다. 급격한 기량 저하로 경기에서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완장을 차고 나오는 일이 더 많았다. 결국 올 시즌 주장은 페르난데스로 정해졌고 매과이어는 이적 위기에 내몰렸다.
손흥민은 "달라지고 싶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다. 동료들이나 코칭스태프가 장난으로 '오! 주장이다. 주장'이라 하더라. 저는 똑같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늘 같이하는 것 말이다. 모두가 프로 선수다. 자기 자리에서 최대한 해야 할 것들을 하면 된다"라며 특별한 신분이 됐어도 그저 보통의 선수일 뿐이라며 겸손을 노래했다.
토트넘에서 오래 뛰었지만, 새로운 선수들이 빨리 적응해 하나의 팀 문화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손흥민이다. 2018-19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준우승 당시 선발진 중 맨유전에 선발로 나선 인물은 손흥민이 유일하다. 대부분이 지난 3시즌 사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선수들과 빠르게 친해져 팬들을 놀라게 하는 손흥민이다. 토트넘 구단이 올리는 훈련이나 생활 영상에서는 그 누구와도 벽이 없이 지내는 손흥민을 볼 수 있다. 특히 맨유전에서 골을 넣었던 세네갈 국가대표 출신 2002년생 미드필더 파페 사르가 근육 이완을 위해 얼음이 가득 든 통에 들어가자, 손흥민이 가슴에 끼얹으며 재밌게 장난치는 모습은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그런 사르를 손흥민은 "제가 사르 담당 일진은 아니다"라면서도 "(장난에) 귀엽고 반응도 잘해준다. 애착 인형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제 말도 잘 안 듣고 장난으로 소리도 치지만, 운동장 밖에서는 장난기도 있고 같이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선수다"라며 격하게 아끼고 있음을 강조했다. 덧붙여 "파피, 잘하자"라며 강렬한 메시지를 던졌다.
단합과 반전, 자존심 회복은 올 시즌 토트넘을 관통하는 중요한 코드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많이 기대된다. 팬들의 기대감도 충분히 안다. 만족을 위해 노력하겠다. 응원을 받는 만큼 보답하겠다. 웃음을 선사하려 노력하겠다. 새 감독 아래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큰 선물을 드리려 노력하겠다"라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약속했다.
손흥민과 스포타임의 더 자세한 대화는 OTT 스포티비 나우(SPOTV NOW)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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