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밀수' 제작자가 귀띔한 '조인성 살리기' 엔딩 뒷얘기
'밀수'가 (더) 알고 싶다 - 배우 편
류승완 감독의 영화에서 매력적인 지점을 하나 꼽으라면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캐릭터'다. '밀수'도 해양범죄활극에 어울리는 조춘자, 엄진숙, 권 상사, 장도리, 이장춘, 고옥분 등 매력적이고 강렬한 캐릭터가 129분을 꽉 채운다. 이러한 캐릭터에 빠져들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이 활자 속을 누비던 캐릭터를 스크린에 잘 구현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나 '밀수' 인터뷰에서 끊임없이 강조된 바 있는 '팀워크'는 현장을 더욱더 활기차게 만들었고, 배우들의 앙상블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배우들의 열연, 팀워크를 끌어낸 김혜수와 염정아의 노력 등이 어우러진 현장을 보며 외유내강 조성민 부사장은 남다른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밀수'를 완성한 배우들의 캐스팅 과정과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누구나 극찬하는 미모의 소유자 권 상사의 죽음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실제로 류승완 감독은 '밀수'로 조인성에 대한 빚을 다 갚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현장과 배우의 힘
▷ 개성 있는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인 만큼 각 역할을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캐릭터로 만들어 줄 배우들의 역량도 중요했을 거 같다. 우선 영화의 주인공인 김혜수 염정아를 두고 류승완 감독은 "그 어떤 계산도 이뤄지지 않고 본능적으로 김혜수 염정아가 떠올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나리오 개발 단계에서도, 심지어 류 감독님과 강혜정 대표님과 나는 류 감독님이 연출한다고 결정하기 전까지도 그냥 김혜수, 염정아 선배가 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프로젝트일 거라 생각했다. '모가디슈' 때도 그랬지만, 스타성 있는 배우도 중요하지만 묵직하게 끝까지 연기해 줄 배우가 누가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김혜수, 염정아 선배는 그냥 '부동의 1번'이었다.
▷ '모가디슈'에 이어 '밀수'에서도 조인성과 함께 작업한 이유가 있을까?
조인성 배우는 '모가디슈' 때 류 감독님과 처음 만나 아프리카에서 진짜 동고동락했다. 두 사람이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자꾸 여기저기서 나오는데, 좀 잘 맞긴 맞았다. 이전까지 류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안 주고 배우를 캐스팅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엔 우연히 차 한 잔 마시는 자리가 있어서 만났는데 조인성 배우가 "제가 뭐 할 거 없습니까? 그냥 편하게 갖다 쓰세요"라고 말해서 처음으로 시나리오를 주기도 전에 캐스팅하게 됐다. 사실 그래서 어떻게 갖다 써야 하지 싶어서 더 머리가 아팠다.(웃음)
▷ '모가디슈' 때 진 빚을 갚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밀수'에서 조인성의 전성기 못지않은 모습을 잘 보여준 것 같다.
사실 권 상사는 임팩트는 있지만 분량이 많지 않다. 그래서 사실 엄청 감사한 일이다. 배우가 어떤 감독을 믿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감독님의 글을 보지 않아도 '나를 잘 쓰겠구나' 혹은 '나를 잘 살려 주겠구나'라는 신뢰가 없으면 쉽지 않다. 감독님과 조인성 배우는 '모가디슈' 때 신뢰가 쌓였기에 감독님이 '밀수'를 이야기했을 때 조 배우도 흔쾌히 오케이 했던 거 같다.
▷ 장도리 역 박정민과 고옥분 역 고민시 역시 '밀수'를 통해 관객들 사이에서 엄청 화제가 되고 있다.
감독님이 장도리는 박정민과 하겠다고 하셨다. 워낙 좋아하는 배우다. 감독님의 단편 '유령'(2014)에서 박정민 배우와 함께하기도 했고, 박정민 배우에 대한 감독님의 애정이 되게 많다. 너무 좋아하신다. 어떤 프로젝트가 있든 박정민 배우와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계속하신다. 박정민 배우도 감독님과 작업하는 걸 워낙 좋아해서 성사됐다.
고민시 배우는 감독님도 그렇지만 나도 개인적으로 '마녀' 때 연기를 되게 좋아했다. 드라마 '오월의 청춘'을 봐도 사투리로 멜로를 한다는 게 진짜 쉽지 않은데 그걸 너무나 잘하는 거다. 감독님도 고민시 배우에 대해 매력을 느껴서 캐스팅하게 됐다.
권 상사 '권필삼'을 살려야 한다
▷ 애꾸 역을 연기한 배우 정도원에게 많이 놀랐다고 들었다.
애꾸 역을 두고 감독님이 정도원 배우를 불러서 몸을 한번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이제 배우가 몸을 얼마나 만들어 오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서너 달 만에 진짜 이소룡 몸을 만들어 왔다. 3개월 만에 그 몸을 만들기가 정말 쉽지 않다. 우리도 보면서 이게 가능한가 싶었다. 감독님이 그때 엄청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 엄청 열심히 했을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 호텔 액션 신에서 애꾸의 옷이 찢기면서 몸매가 드러난다. 몸을 만들어 오라고 해놓고 옷을 안 벗기면, 배우 입장에서 팔뚝만 보이면 애매한 거 아닌가. 감독님이 액션 안에 그런 디자인을 넣은 거다. 몇 개월 동안 열심히 만들어 온 걸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한 연출이다.
▷ 정도원뿐 아니라 박준면, 김재화, 박경혜, 주보비, 안세호 등 정말 많은 배우가 각자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준 것 같다.
사실 '밀수'처럼 배우들이 많이 나오면 현장이 쉽지 않은데, 다들 그냥 영화만 보고 달려와 줘서 너무 고맙다. 주연 배우보다 조연 배우가 관심을 덜 받을 수밖에 없고, 또 조연보다도 단역이 관심을 덜 받을 수밖에 없는데 카메라 프레임 끝에 걸려 있는 한 분까지도 최선을 다해줬다. 덕분에 영화를 제작하면서 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김혜수 염정아 선배가 배우들을 챙기니까 배우들도 그 힘을 받아서 다 했던 것 같다.
▷ 원래 조인성이 연기한 권 상사가 죽는 엔딩이었다고 들었다. 어떻게 살리는 엔딩으로 바뀌게 된 건지 궁금하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권 상사가 죽는 거였다. 그런데 찍다 보니 감독님도, 대표님도, 나도 '왜 권 상사를 죽이면 안 될 것 같지?' 이 생각을 한 거다. 현장에서도 다들 여기서 조인성을 죽이는 데 대한 걱정이 많았다. 시나리오 때는 이게 엄청난 반전이었다. 누가 봐도 '그 조인성'이 죽을 거라는 생각을 안 하고 보지 않나.
이 영화가 무슨 남자들의 누아르도 아니고, 진짜로 죽이면 안 될 것 같았다. 감독님도 '살릴까?' 강혜정 대표님 역시 '살려야 되나?' 한 거다. 배우들도 '권 상사는 죽이면 안 되지 않나?' 이런 얘기를 했다. 다들 '살려줘요' 이래서 일단 살려보기로 했다. 일단 살려보자 해서 그때 병원도 급하게 섭외했다. 그리고 권 상사가 칼 맞고 쓰러지는 장면에서 숨 쉬고 있는지도 확인했다. 권 상사 심장이 오른쪽에 있다고 치고, 칼이라는 게 빗겨 나갈 수도 있는 거고….
그리고 다들 권 상사로만 알고 있고 그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 에필로그에서 '권필삼'이라는 이름이 떴을 때 다들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 엔딩이 좋은 엔딩인 거 같다. 권 상사는 꼭 살렸어야 했다. 권 상사를 살린 게 '신의 한 수' 아닌가 하고 있다.(웃음)
▷ 영화에 등장하는 정말 많은 매력적인 캐릭터 중 최애라고 말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을까?
김혜수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 배우 등 모두가 너무나 즐겁고 유쾌하게 영화를 살려줬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밀수'를 지탱해 주신 분은 연기적으로 밸런스를 맞춰준 염정아 선배와 김종수 선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되게 심심한 연기일 수도 있는데, 두 분이 2시간 내내 차분하게 밑에서 잘 받쳐줘서 나머지 배우들이 더 잘 놀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속에는 두 분이 고마운 연기를 해준 배우로 남아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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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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