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림 감독 “‘악귀’ 호불호? 이해하지만 아쉬웠다”[MK★인터뷰②]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물’로 신선한 재미를 더했던 SBS 드라마 ‘악귀’는 최종회 시청률 11.2%를 나타내며 자체 최고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물 ‘악귀’는 조상들이 믿고 있던 민속학, 전설, 설화 등을 담아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만의 차별화를 뒀다.
Q. ‘악귀’가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결과에 만족하는지, 소감 부탁드린다.
이정림 감독: 부족한 부분이 많았겠지만 작가님, 배우들 그리고 훌륭한 스태프를 믿고 촬영에 임했다. 시청자들이 추리하는 내용들도 흥미롭게 봤고, 지인들로부터 연락도 많이 받았다. ‘진짜 비밀로 할 테니 나한테만 몰래 말해줘’라는 문자만 여러 개 받았다.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Q. ‘악귀’를 연출할 때 어떤 점에 주안점을 뒀는지 궁금하다.
이정림 감독: 모든 드라마가 그렇겠지만, 악귀 역시 주인공 구산영, 염해상의 행동과 감정을 이해하고 따라가지 못하면 끝까지 쫓아갈 수 없는 작품이었다. 촬영 전부터 작가님과 배우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시청자가 둘을 응원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인물들의 첫 등장이나 공간 구현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또 악귀를 비롯한 귀신들, 상황을 묘사할 때 지나치게 화려한 VFX를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익숙하면서도 무섭고 기묘한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했다.
이정림 감독: 김태리, 오정세, 홍경 배우와는 대화를 정말 많이 나눴다. 셋 다 질문이 엄청났다. 촬영 막바지쯤 배우들에게 고백했는데 주연들이 내 꿈에서까지 나타나 질문을 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고, 거기서 또 다른 생각들이 파생되고, 그것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막막했던 순간들이 해결되기도 했다.
김태리 배우는 열정적으로 현장을 이끌면서도 디테일한 부분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네” 한마디도 수십 번 뱉어 보며 좀 더 좋은 것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배우고 그 결과물은 말할 필요도 없다. 내 것만 보는 게 아니라 숲 전체를 보고 있는 배우라 함께 작업하며 많이 의지하고 배웠다.
오정세 배우는 고요하지만 단단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이다. 고독, 외로움, 외골수 등 염해상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들을 다 소화하고 표현해줬다. 홍경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성숙하고 진중하며, 태도만으로도 본받을 점이 많다. 극 중 서문춘 형사가 죽은 뒤 시청자들이 더 슬퍼할 수 있게 만들어준 일등공신이 홍경이라고 생각한다.
김원해 배우는 현장에서 등불 같은 존재로 후배로서 많은 것을 배웠다. 김해숙 배우는 화면 속에선 정말 무서워 보이지만 컷, 하면 호호하고 웃는 소녀 같은 배우로 스태프들이 존경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배우였다. 진선규 배우는 좀 과장해서 첫 만남에 이미 알고 있던 옆집 형님 같은 느낌을 받았다. 부드럽고 우아한 말투로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을 웃게 해주는 사람이다. 제 나이보다 12살이나 많은 인물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주셨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엄마처럼 늘 보듬어 주시고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이해해 주신 박지영 선배님께도 감사드린다.
이정림 감독: 누군가는 오컬트라 하기엔 밍밍하고 아쉽고, 누군가는 무서운 게 싫어서 보기가 어렵다고 한다. 두 반응을 모두 이해한다. 중간 지점을 잘 찾아가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있었다. 동시에 중간 유입이 힘들다는 평가가 많았고 역시 동의한다. 그러나 그만큼 이야기 구조가 잘 짜여 있고 ‘빌드업’이 잘 된 작품이라고도 생각한다. 일명 “콘크리트 시청층”이 있었는데 1부를 재미있게 봐주신 분들이 끝까지 잘 봐주신 것 같아 감사한 마음뿐이다.
[손진아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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