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왕조’ 젠지가 강한 이유?

조진호 기자 2023. 8. 2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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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 듀오’ 김수환·유환중 영입으로 ‘완전체’ 구축
고동빈 감독·노장 한왕호 ‘리더십’ 완벽한 팀 조율
지난해 서머 결승서 T1 잡으며 ‘우승 DNA’ 깨어나
젠지가 세 스플릿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새로운 왕조를 구축했다. 말 그대로 ‘거칠것 없는’ 우승행보였다.

젠지는 20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파이널에서 라이벌 T1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셧아웃 시키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22 서머’부터 연거푸 축배를 들며 ‘LCK 3연속 우승’이라는 의미 있는 기록도 세웠다.

■ T1만 세번 꺾고 ‘쓰리핏’ 달성


젠지의 결승전 상대는 또다시 T1이었다. ‘똑같은 팀이 네번 연속 결승’에서 맞붙는 초유의 기록도 세워졌다.

20일 ‘LCK 3연속 우승’을 달성한 젠지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고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LCK


이미 두번을 연속으로 패한 T1이 칼을 갈고 나온 만큼, 초접전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그만큼 젠지의 준비가 완벽했다.

젠지는 T1의 패턴을 잘 알고 있다는 듯 1세트부터 치고 나갔다. 초반에 라인전에 치중하며 잠잠하던 젠지는 ‘쵸비’ 정지훈의 탈리야가 발이 풀리면서 연달아 킬을 만들어냈고 15킬 이상 차이를 벌리면서 승리했다.

2세트에서도 비슷한 패턴으로 승리한 젠지는 3세트에서 T1의 저항에 휘말리면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중반까지 킬 격차를 벌리던 젠지는 T1의 ‘페이커’ 이상혁과 ‘구마유시’ 이민형의 노련한 플레이에 휘둘리며 동점을 허용했지만 후반 집중력에서 한 발 앞서면서 세 스플릿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젠지의 주장인 정글러 한왕호는 개인 통산 LCK 6회 우승을 달성했다. 현역 선수 가운데 이상혁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우승이다.

■ 눈부신 팀플 + 완벽한 전술


젠지는 2022년 ‘도란’ 최현준, ‘피넛’ 한왕호, ‘쵸비’ 정지훈, ‘리헨즈’ 손시우를 영입하면서 기존 멤버인 ‘룰러’ 박재혁과 스쿼드를 구성했다. 이중 경험많은 한왕호의 영입은 팀을 조율하는 리더십의 출발이었다.

2022년 강릉에서 열린 서머 결승전은 ‘젠지 왕조’의 출발이었다. 이전까지 결승에서 만나 번번히 패했던 T1을 3-0으로 잡아내면서 젠지의 ‘우승 DNA’가 잠에서 깨어났다.

2023년 젠지는 원거리 딜러 ‘룰러’ 박재혁이 중국의 징동 게이밍으로, 서포터 ‘리헨즈’ 손시우가 KT 롤스터로 이적하면서 하단 듀오를 모두 갈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젠지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하부 리그인 LCK CL에서 검증을 완료한 준비된 신인 ‘페이즈’ 김수환과 브리온에서 ‘딜라이트’ 유환중을 영입하면서 무리없이 빈틈을 메웠다. 유환중은 3년전 젠지 아카데미에서 발굴한 선수여서 의미를 더했다.

젠지의 새 하단듀오는 스프링 초반 삐걱거리기도 했지만, 2라운드부터 잠재력이 폭발했고 플레이오프에서 절정에 달했다. 이 때부터 젠지는 완전체가 됐다는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번 서머에서 젠지는 김수환의 후반 폭발력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승리 공식으로 만들었다. 김수환에게 초반에 킬을 만들어주면 중반(15분 이후)부터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주고, 만약 김수환이 성장하지 못하면 선배들이 버티면서 경기를 후반으로 끌고 가는 식이다. 덕분에 김수환은 데뷔 시즌임에도 500킬을 만들어 냈다. LCK 11년 역사에서 1년 동안 500킬을 달성한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스코어’ 고동빈 감독 영입도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선수 시절, 게임을 보는 눈이 좋아서 “무엇을 맡겨도 다 잘해낸다”라고 당시 KT 롤스터 이지훈 감독이 자랑했던 고동빈은 2022년 젠지의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온화한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었다.

고 감독의 장점은 상대방을 간파하는 능력. 이는 밴픽 과정에서 확연하게 알 수 있는데 개개인의 능력은 출중했던 젠지 선수들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챔피언을 최대한으로 살리면서, 상대 팀이 잘 다루는 챔피언들을 결정적인 순간에 금지함으로써 상대 전략을 무너뜨리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 “롤드컵 우승해야 진정한 왕조”


국내 최강을 재확인한 젠지의 목표는 당연히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이다. 젠지는 이번 우승을 통해 롤드컵에 LCK 1번 시드로 출전한다.

젠지는 최근 국내에서는 압도적인 성적을 올리고 있지만, 국제 무대에선 단 한번도 결승에 못 오를 정도로 경쟁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 갤럭시를 인수한 이후 2018년 롤드컵에선 8강조차 오르지 못했고, 이후 2020년 8강 그리고 2021~2022년 연속 4강에 머물렀다.

따라서 젠지가 명실상부한 레전드 팀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번 국내에서 열리는 롤드컵 우승이 절실하다.

T1은 지난해 서머부터 시작해 3개 시즌 연속으로 젠지의 벽을 넘지 못하며 또 다시 준우승에 그쳤다. 하지만 T1은 챔피언십 포인트 170점을 확보, 젠지에 이어 2번 시드로 롤드컵 무대에 서게 됐다.

나머지 롤드컵 진출권 2장의 주인공을 가리기 위한 한국 지역 대표 선발전은 오는 25~27일 열린다. 두 시즌 연속 3위를 차지한 KT가 25일 한화생명e스포츠를 꺾는다면 2018년에 이어 5년만에 다시 롤드컵에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다.

조진호 기자 ft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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