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ESG? 금융권 여성 사외이사 비율 13%… 지방은행 ‘0명’
여성 사외이사 비율 13.8%
5곳 지방은행은 여성 사외이사 ‘0명’
ESG 경영 강조하면서 이사회 다양성 외면
금융권 여성 사외이사 비율이 15%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행의 경우 사외이사를 포함해 여성 이사가 한 명도 없는 곳도 있었다. 이사회 다양성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을 반영하는 만큼 지배구조 강화에 필수 요건이다. 기업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조하며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은 ESG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지주)와 산하 4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3대 지방금융지주(BNK금융·JB금융·DGB금융지주)와 산하 5개 지방은행(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은행) 등 16개 금융지주와 은행의 이사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분기 기준 전체 94명의 사외이사 중 여성은 13명에 불과했다. 비율로는 13.8%다.
4대 금융지주별로 살펴보면 KB금융지주가 7명 사외이사 중 여성이 3명으로 가장 많은 여성 사외이사가 있었다. 이어 신한금융지주가 9명 중 2명의 여성 사외이사가 있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각각 8명, 6명 사외이사 중 여성 사외이사는 1명에 불과했다. 4대 은행의 경우 여성 사외이사 수는 최대 1명이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각각 5명, 6명, 6명 사외이사 중 1명의 여성 사외이사가 있었다. 우리은행은 4명의 사외이사 중 여성이 없었다.
지방금융지주와 지방은행의 경우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DGB금융지주는 각각 6명, 7명, 7명 사외이사 중 여성 사외이사가 1명씩 존재했다. 산하 5개 지방은행의 경우 총 23명의 사외이사 중 여성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방은행의 경우 여성 사내이사도 존재하지 않아, 전체 이사회 구성이 모두 남성으로 이뤄져 있었다.
다만 소수의 여성 사외이사마저도 다양한 분야의 여성 전문인력을 확보한다는 목적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상장법인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한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이후 금융사들은 법 개정 시기에 맞춰 기계적으로 성별 맞추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법은 주권 상장법인이 대상인 만큼 금융지주회사만 해당하고 계열사는 포함하지 않는다는 허점이 있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과 5곳 지방은행은 여성 사외이사를 한 명도 선임하지 않았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이사회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것에 대해 금융업계 안팎에서는 금융업계가 최근 강조하는 ESG 경영 기조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있어 이사회 다양성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을 반영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한다. 사외이사가 특정 성별로 편중될 경우 편향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유럽 등은 이사회 성별 다양성을 명문화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세계 주요국 여성 이사 비율을 살펴보면 영국이 34.3%, 미국이 28.2%, 프랑스와 노르웨이는 43% 수준이다. 아울러 국내 ESG 평가기관들도 이사회 내 여성 임원 여부를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고려하고 있다. 기업의 ESG를 평가하는 기관들은 실제 지배구조 평가 요소에 이사회 내 여성 임원 여부 등을 명시해 기업 이사회 구성에 다양성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몇 년간 금융권 여성 사외이사 비율이 10%대로 올라가는 등 점차 여성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전 세계 주요 ESG위원회는 기업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이 30%를 넘어야 한다고 정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국내 은행의 경우 여행원 비율이 높으나 임원 이상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거너번스의 다양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 이사 비율이 지금의 2배가량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성 사외이사 대부분이 법조계와 학계 출신이어서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해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늘리는 것은 기업 경영 다양성 차원에서 긍정적이다”라면서도 “다만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별을 떠나 사외이사는 기업 가치를 증대할 수 있는 기업경영 전문가를 선발하는 것이 중요하지, 특정 성별 맞추기에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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