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보수 가치 훼손하는 디샌티스의 트럼프주의

여론독자부 2023. 8.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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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공화 대선주자 디샌티스의 反이민법
이민자 적대시로 노동인력 썰물
교인수도 감소, 플로리다에 타격
되레 보수주의자 표심 갉아먹어
[서울경제]

“도널드 트럼프의 정책 의제를 그대로 가져오되 극적인 요소를 걷어내고 효율적인 집행을 강조한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주자들이 예비선거 유권자들에게 제시하는 정책 및 행동 강령이다. 한마디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따라 하되 감정 과잉과 준법정신 결여 성향을 배제함으로써 생명 존중, 헌법 준수, 작은 정부와 지출 억제, 종교의 자유를 중시하는 전통적 보수주의자들의 표심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스타일에 변화를 준다고 해도 트럼프식 의제에 매달리는 한 전통적 보수주의자들이 존중하는 원칙을 충족시킬 수 없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밀어붙이고 있는 어젠다가 좋은 사례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월등한 정책 실행력을 보유했다. 따라서 그가 독성이 높은 트럼프 어젠다를 능률적으로 추진할 경우 전임 대통령의 무능 덕에 간신히 목숨을 보존한 보수주의적 가치는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효력이 발생한 디샌티스 주지사의 새 반이민법을 보자. 그의 극단적인 반이민법은 이전 트럼프 행정부보다 유능한 공화당 정권이 들어선다면 전임 대통령이 미처 끝내지 못한 경제적·문화적 어젠다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제까지 나온 증거로 볼 때 이번 반이민법은 보수주의자들이 옹호하는 핵심 가치를 오히려 약화시킨다.

새 반이민법의 여러 극단적인 내용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병원 측이 모든 외래 환자의 법적 체류 신분을 확인해 주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물론 이 조항은 이민자들과 그들의 가족이 잠재적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는 치료마저 꺼리게 만드는 냉각 효과를 가져온다.

플로리다이민자연합의 레나타 보제토 부국장은 반이민법 시행 이후 병원 진료를 받아도 괜찮은지 묻는 이민자들의 핫라인 상담 전화가 쇄도했다고 전했다. 보제토 부국장은 새로 시행된 법이 서류 미비 환자들의 진료를 허용하는지 확실치 않다는 이유로 의료 서비스 제공자가 최소한 두 건의 예약을 취소한 최근 사례를 소개했다. 분명히 말하건대 서류 미비 환자도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반이민법이 무엇을 허용하고 무엇을 금지하는지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판치고 있고 이들 대부분이 고의적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보제토 부국장은 주장한다.

그는 불법 이민자들을 위축시키는 냉각 효과가 반이민법 지지자들이 추구하는 목표라고 지적한다. 보제토 부국장은 “플로리다 반이민법은 연방정부가 관리해야 할 법을 주 정부가 집행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사실 연방대법원은 이민법은 주 정부가 아닌 연방정부의 소관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새 이민법은 플로리다주의 경제적 이점을 갉아먹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플로리다주의 고용주들은 정치 지도자들이 주 전체 노동 인력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이민자들을 적대시하는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한다. 고용주들은 주 의회가 이민법을 통과시킨 후 일부 외국 태생 직원들이 출근을 하지 않거나 아예 플로리다주를 등졌다고 푸념한다. 직장에서 혹은 그들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불법 이민자로 체포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새 이민법이 특정 주에서 발급받은 운전면허증의 효력을 정지시켰기 때문에 발이 묶인 근로자들도 적지 않다. 플로리다주의 일부 공화당 정치인들조차 노동 인력의 엑소더스로 건설과 곡물 수확에 큰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우려했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단지 플로리다주의 기업들에만 해를 끼친 게 아니다. 공화당 정치인들이 늘 최고의 우선순위를 부여한다고 주장해온 종교인들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멜버른나사렛예수제일교회의 조엘 툴리 목사는 지난주 열린 플로리다 중부 지역 구역회의에서 여러 명의 목사들로부터 반이민법 시행 이후 교인 수가 급감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농촌 지역의 한 교회는 최근 수개월 사이에 신도의 95%가량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은 특정 상황에서 서류 미비자에게 교통 편의를 제공하는 행위를 중범죄로 다스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툴리 목사는 다른 많은 목사와 마찬가지로 신도들에게 차가 없는 다른 교인들이 식료품점이나 학교를 오갈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당부한다. 차량 서비스는 대부분 주일 예배 참석자들에게 제공되고 이들 중 상당수가 서류 미비자, 즉 불법 이민자들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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