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산 “박주미 앞에서 춤+노래 현타, 부담감에 가위눌려”(아씨두리안)[EN:인터뷰①]
[뉴스엔 김명미 기자]
'아씨두리안'에 출연한 배우 지영산이 화제를 모은 춤, 노래 신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지영산은 TV CHOSUN 주말미니시리즈 '아씨 두리안'(극본 피비(Phoebe, 임성한)/연출 신우철, 정여진/제작 바른손스튜디오, 하이그라운드)에서 재벌가 막내아들 단치정, 두리안(박주미 분)의 병약한 남편 박일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백도이(최명길 분)의 셋째 아들이자 골프클럽 대표인 단치정은 바람기가 철철 흐르고 잔망스럽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반면 박일수는 병색이 깊은 상태에서 두리안과 돌쇠(김민준 분) 사이를 질투하고 비아냥대는 인물이었다. 지영산은 이처럼 상반된 두 캐릭터를 완벽하게 그려내며 매 장면 남다른 존재감으로 극을 풍성하게 채웠다.
지영산은 지난 1997년 엠넷 4기 공채 VJ로 데뷔, 다수의 예능에서 활약하다 배우로 전향했다. 2014년 영화 '한 번도 안 해본 여자'를 끝으로 8년간 공백기를 가졌던 그는 이태곤이 하차한 TV CHOSUN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3'에 신유신 역으로 합류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지영산은 8월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모처에서 진행된 뉴스엔과 인터뷰를 통해 '아씨두리안'을 촬영하며 느낀 소회와 함께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하 지영산과 일문일답.
-촬영이 끝나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지금은 괜찮나.
▲갑자기 긴장이 풀렸는지 너무 아팠다. 독감이 와서 검사를 받았는데 코로나19에 걸렸다고 하더라. 그날이 종방연이었는데 참석을 못해서 아쉬웠다. 여기에 기관지까지 부어올라서 입원을 했다. 주사 맞고 링거 맞고 4일간 병원에 누워 있었다.
-촬영이 많이 힘들었나 보다.
▲처음에 준비할 때 75kg이었는데 총 8kg이 빠졌다. 단치정 캐릭터를 위해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박일수의 병약한 모습도 보여줘야 하지 않나. 스위트하고 멋있고 여자들에게 어필되는 막내 단치정, 어렸을 때부터 신경질적이고 병을 몸에 달고 사는 박일수. 상반된 캐릭터를 1인 2역으로 표현해야 된다는 점에서 타협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4kg을 빼려고 했는데 준비 과정에서 스트레스와 고민으로 총 8kg이 빠졌다. 촬영 내내 체력 유지가 힘들어서 마지막에 몸살이 온 것 같다.
-'결사곡3' 당시 연기력으로 비판을 얻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칼을 갈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멋진 연기를 보여줬는데 준비를 얼마나 했나.
▲누구보다 극단적으로 1인 2역을 그려내야 했다.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신우철 감독님과 지난해 10월부터 사무실을 출퇴근하며 대본을 한 줄 한 줄 읽고 찍어갔다. 신에 대한 연구를 계속 했다. 단순히 한두 시간 맞춰보는 게 아니라, 정말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했다. 감독님도 준비하실 부분이 많은데, 저에게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셨다. 첫 촬영이 정확히 2월 2일이었는데, 그렇게 준비가 많이 돼있다 보니 모든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시청자들이) 캐릭터를 욕해주는 것이 너무 좋더라. 제가 두리안에게 추파를 던지는 신을 보며 '쟤 밤 되니까 또 내려왔다' '너무 싫다'고 반응하는데, 단치정이 잘 표현됐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결사곡3'에 이어 박주미 씨와 또 한번 호흡을 맞췄는데.
▲'결사곡3' 때 정말 박주미 선배님을 힘들게 하는 역할이었다. 이번에 주미 선배님과 함께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잘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대본을 봤더니 더 괴롭히는 역할이더라. 잘해드리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촬영 내내 주미 선배님도 저를 불편해 했다.(웃음) 정을 줄 수 없는 게 사실이니까. 저 또한 주미 선배님께 그냥 '안녕하세요, 선배님'이라는 인사 외에는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슛 들어가면 괴롭히고 그랬다.
-박주미 씨 앞에서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장면이 화제가 됐는데 비화가 궁금하다.
▲친구들이 역대급 짤이 나왔다며 아직까지도 놀리고 있다.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제가 춤과 노래를 잘하는 사람도 아닌데. 먼저 11회에서 나온 춤은 '아비정전'에 나오는 맘보춤을 오마주한 것이었다. 조금 더 고급스럽고 진지하고 섹시해 보였다면 좋았을 텐데, 제가 준비한 대로 고스란히 나오지 못했다. 나중에 편집본을 보니까 두리안이 굉장히 저를 혐오스럽게 바라보더라.(웃음)
노래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15회가 정말 중요했다. 무려 8장 반의 대사를 나불거리다가 갑자기 속마음을 노래로 표현하는 장면이었다. 서문탁의 '사슬'이라는 곡은 굉장히 유명한 록 발라드인데, 이걸 보사노바풍으로 편곡을 하고 거기에 맞춰 춤까지 춰야 했다. 가사는 비장한데 어떻게 춤을 추고 노래를 해야 될지, 솔직히 '현타'가 되게 많이 왔다.
11회도 마찬가지였지만, 그 신 역시 주미 선배님의 에너지가 컸다. 저는 주미 선배님 눈만 봤다. 그 눈을 바라보지 않으면 '현타'가 와서 찍을 수 없겠더라. 그만큼 자신이 없었던 신이었다. '결사곡3' 때 '나에게 말해줘' 잘못 불렀다가 국민 욕받이 되지 않았나. 또 욕먹기는 싫은데 두려움이 많았다. 제가 가위에 잘 눌리는 편인데, 실제로 장국영이 춤을 추며 서문탁의 '사슬'을 부르는 꿈까지 꿨다. '잘못했어요' 이러면서 깨어났다. 부담감 때문에 가위가 눌릴 정도였다. 현장에서 주미 선배님 눈만 바라봤는데, 너무 저를 싫어하는 에너지가 느껴져서 그것만 따라갔다.
-결말은 어떻게 봤나.
▲단치정의 결말은 예상이 됐다. 하지만 백도이의 엔딩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임성한 작가님의 시그니처 같은 결말이 만들어진 것 같다. 대본에는 '두리안이 우물가로 들어간다. 주남이 서있다. 치감이 다가온다. 서로 눈빛을 주고받는다. 점점 일식이 이뤄진다. 눈빛이 오간다' 이 정도가 끝이었다.
그리고 각자 배우들에게 엔딩 대본이 주어졌는데, 저는 백도이의 엔딩이 정말 궁금했다. 막내아들로서 백도이의 엔딩을 함께 하지 않았나. 너무 여운이 남아 글을 올릴 정도였다. 슬프고 외롭고 충격적이었다. 현장에서 정말 초집중을 했고 많이 울었다. 최명길 선배님의 눈을 바라보는데 통곡을 하게 되더라. 제가 너무 많이 울어서 NG가 2~3번 났다. 원래 대본은 눈물이 그렁그렁 정도였다. 감독님께서 대본대로 가길 원하셨고, 결국 방송에는 꺼이꺼이 우는 모습 대신 대본대로의 모습으로 나왔고, 그게 반응이 더 좋았던 것 같다.
-고부 동성애, 30살 연하남과의 사랑 등 파격적인 소재가 많았다. 배우들끼리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초반에 가장 이슈가 된 건 고부 동성애 코드였다. 1부 처음에 '어머님 사랑해요. 여자로서'라는 유명한 대사가 나오지 않나. 그 신 자체가 길었고, 초반 극을 이끌어 나가는 중요한 장면이었다. 촬영 하루 전날 신우철 감독님이 모든 배우들, 스태프들을 불러놓고 리허설을 할 정도였다. 대본 리딩을 할 때도 '이게 방송이 되냐'고 할 만큼 걱정이 많았는데, 방송이 진행되는 순간 너무 재미있게 풀린 것 같다.
물론 초반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고부간의 동성애라는 코드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나. 오죽하면 단체에서 반대 시위까지 했겠나. 하지만 임성한 작가님께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그게 다는 아니었다. 사람으로서 존경에서 비롯한 사랑이었는데, 초반에 너무 단순하게 이슈화가 된 것 같다.
(사진=바른손스튜디오, 하이그라운드 제공/인터뷰②에서 계속)
뉴스엔 김명미 mm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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