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바닥 끈적”…달콤한 탕후루, 거리는 씁쓸


나무꼬치 등 쓰레기 나뒹굴어
바닥에 흘린 시럽 ‘처치 곤란’
인근 상인들 ‘출입 금지’까지
21일 오후 2시30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 대로변에서 두세 블록 떨어진 골목 삼거리에 접어들자 과일 꼬치에 설탕을 입힌 중국 간식 ‘탕후루’를 먹으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문을 연 지 30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손님들은 기다렸다는 듯 상점으로 몰려들었다. 탕후루를 받아든 이들은 인근 옷가게 앞 그늘진 곳에서 과일을 입에 넣거나 꼬치를 든 손을 멀리 뻗어 사진을 찍었다.
약 3개월 전 이곳에 가게를 열었다는 A씨(35)는 “과일에 설탕을 더한 거라 맛있을 뿐 아니라 외관상으로도 예뻐서 손님들이 좋아한다”면서 “많을 때는 하루에 1500개 이상 팔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약 10m 떨어진 곳에서 양말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씨(63) 반응은 조금 달랐다. “한마디로…짜증나죠. 온 바닥이 찐득찐득해진다니까요.” 박씨가 가게 입구 대리석 문턱을 걸어 보이면서 말했다. 박씨가 바닥에서 발을 뗄 때마다 끈적끈적한 점성이 느껴졌다. 그는 “멀쩡히 장사하는 걸 내가 뭐라고 할 수도 없다”며 “손님들이 탕후루 꼬치를 들고 가게로 들어오려고 하면 못 들어오게 할 뿐”이라고 했다.
중국의 길거리 간식인 탕후루의 인기가 높아져 ‘탕후루 거리’까지 생기자 상인들 표정이 교차하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탕후루 가게 때문에 손님이 몰리지만 거리는 나무꼬치와 종이컵 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날 기자가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을 돌아보니 지하철역 반경 1㎞ 이내에서 탕후루를 판매하는 카페·전문점은 10곳이 훌쩍 넘었다.
최근에는 ‘노(NO) 탕후루존’까지 등장했다. 이재경씨(20)가 아르바이트하는 식당에는 얼마 전 가게 출입문 부근에 ‘탕후루 X’라고 적힌 종이 안내문을 붙었다.
탕후루를 든 손님들이 바닥에 설탕 시럽 등을 흘리는 탓에 청소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여름이라 시럽이 바닥에 잘 떨어지는데 치우기 번거롭고 나무꼬치를 쓰레기봉지에 넣어서 버리기도 어렵다”고 했다.
홍대 인근에서 무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B씨도 “우리 가게 우산꽂이에 나무꼬치를 끼워놓고 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탕후루 가게는 좁은 골목에 무인점포와 함께 늘어서 있는 경우가 많은데, 무인점포는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사람도 없어서 점주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탕후루 가게 점주들은 플라스틱 통을 상점 앞에 가져다두는 등 나름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A씨 가게 앞 50ℓ짜리 파란색 플라스틱 통에는 나무꼬치가 사람 키 높이만큼 수북하게 꽂혀 있었다. A씨는 “바닥이 끈적끈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물청소를 해주고 있다”고도 밝혔다. “나무꼬치는 매장에 두고 가세요”라는 안내문을 붙인 상인도 많다. A씨보다 몇 년 일찍 탕후루 가게를 열었다는 왕모씨(62)는 “아무리 신경써서 치우더라도 손님들이 이동하면서 먹고 버리는 쓰레기까지 어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배우자 외도 메시지 몰래 촬영한 사진···대법 “민사재판 증거로 인정”
- 6·3 지선 후보 ‘재산 1위’ 국힘 오세훈 73억…재보선 민주당 김용남 127억
- 목포 아파트서 고교생 2명 숨진 채 발견···경찰 ‘추락 추정’ 조사
- 현관문에 달걀·페인트칠…인천서 또 ‘보복 대행’ 추정 피해 신고
- [속보]법원 “(이진숙) 2인 체제 방통위의 KBS 감사 임명은 적법”
- [속보] 외교부 “나무호 타격 비행체 잔해 한국 도착…정밀 분석 예정”
- 삼성전자 노조, 결국 파업 강행하나…사측 ‘성과급 제도화’ 변화 없자 “파업 끝나고 협의”
- 유승민 이어 MB 만난 오세훈…청계천 걸으며 “제 마음속 스승”
- 인도 화물선, 호르무즈 인근서 공격받아 폭발 후 침몰···승무원 14명 전원 구조
- 노조 총파업 예고 속···삼성 반도체 수장 “지금 호황 마지막 골든타임” 임원 대상 설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