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 5경기 3골 '복덩이' 활약 중인데...한국 팬 '인종차별'→미트윌란 곧바로 조치 '경기장 1년 금지+피해 관중 초대'
[포포투=오종헌]
조규성을 응원하기 위해 미트윌란 홈 경기장을 찾은 한국 팬들이 인종차별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트윌란은 이에 사과의 뜻을 전했고, 즉각 징계를 내렸다.
미트윌란은 20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주중에 열린 미트윌란과 오모니아의 맞대결을 앞두고 한국에서 온 팬들이 인종차별을 당했다. 이들은 덴마크 국적의 팬 2명으로부터 인종차별적인 행위를 당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미트윌란은 "구단은 경기 도중 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후속 조치를 위해 한국인 팬들에게 연락해 사과를 했고, 후속 조치를 취했다. 우리는 상황에 대한 개요를 파악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수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인종차별을 한 두 사람은 1년 동안 경기장 입장 금지 징계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의 홈 경기장 MCH 아레나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팬들은 덴마크식 환대를 받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규범을 깨는 어리석은 관중들이 존재한다. 한국인 팬들은 추가 사건을 진행할 뜻이 없다고 말했고, 그들은 21일에 열리는 브뢴비전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고 마무리했다.
조규성은 올여름 전북 현대를 떠나 미트윌란에 합류했다. 지난 2019년 FC안양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조규성은 첫 해 K리그2 33경기에 출전해 14골을 터뜨렸다.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며 일약스타덤에 올랐고, 얼마 뒤 전북으로 이적했다. 그리고 조규성은 2021시즌을 앞두고 김천 상무에 입대하며 군복무를 시작했다. 해당 기간 피지컬을 끌어올리며 더욱 위력을 갖춘 스트라이커로 변모했다.
특히, 조규성은 2022시즌 당시 김천과 전북(전역 복귀)에서 뛰며 K리그1 31경기 17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을 차지했다. 2016년 정조국 이후 4년 동안 외국인 선수들이 득점 1위를 차지한 뒤 2021년 주민규가 오랜만에 득점왕에 오르며 토종 공격수의 자존심을 살렸다. 그리고 곧바로 조규성이 뒤를 이었다.
소속팀에서의 좋은 활약은 자연스럽게 대표팀 발탁으로 이어졌다. 조규성은 2021년 9월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지난해 1월 아이슬란드와의 평가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꾸준하게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아 대표팀에 승선했다. 그리고 지난해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가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은 조규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경기였다.당시 조규성은 0-2로 끌려가던 후반 13분 이강인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놓치지 않고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3분 뒤에는 김진수의 크로스를 타점 높은 헤더로 마무리했다. 경기는 패했지만 의미 있는 기록이 탄생했다. 조규성은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멀티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월드컵이 끝나자 많은 팀들이 조규성에게 관심을 드러냈다. 셀틱, 마인츠 등 유럽 구단들이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끝내 이적은 없었다. 전북은 적어도 올여름까지는 조규성을 잡아두길 원했다. 조규성은 전북의 의사를 받아들였고, 잔류했다.
그러나 2023시즌 초반에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부상이 아쉬웠다. 조규성은 K리그1 2라운드 수원 삼성전에서 시즌 첫 골을 신고했지만, 한동안 골맛을 보지 못했다. 부상 여파로 리그 15라운드까지 6경기만 소화했고, 그 사이 1골을 넣는 데 그쳤다.
다행히 여름에 접어들며 경기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조규성은 16라운드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 후반 38분 헤더 골을 넣으며 리그 2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이후 꾸준하게 출전하며 3골을 더 추가했다. 지난 8일 FC서울과의 K리그1 21라운드에서도 후반 21분 선제골을 넣으며 팀의 2-1 승리에 보탬이 됐다.
이 경기는 조규성의 고별전이 됐다. 전북은 9일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조규성 선수가 전북과의 동행을 마무리합니다. 어디에서든 지금처럼 자신의 길을 오롯이 걸어가길 바라며 이곳에서 쌓은 경험과 추억으로 어떤 도전 앞에서도 늘 의연할 수 있기를. 고마웠어요"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트윌란 이적 소식이 전해졌다. 미트윌란은 지난달 11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전북으로부터 조규성을 영입했다. 계약 기간은 2028년 여름까지다"고 공식 발표했다. 등번호는 10번을 달고 뛰게 됐다.
당시 미트윌란의 스포츠 디렉터 스벤 그라베센은 "우리는 1년 넘게 조규성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는 완벽한 스트라이커다. 또한 우리는 같은 야망을 공유하고 있다. 조규성은 유럽에서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한다. 현재 우리의 목표는 조규성을 팀과 융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공격수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조규성은 미트윌란 입단 후 "유럽에 진출할 수 있는 다른 기회도 있었지만, 미트윌란에 온 게 가장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팀은 나를 영입하기 위해 매우 노력했다. 올바른 이적이라고 확신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조규성은 "K리그에서 뛰면서 많은 외국인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리고 그들과 늘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나는 해외 팀으로 이적했을 때 선수들과 잘 어우러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난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이다. 팀원들과 친해지는 걸 중요하게 여기고, 그들을 빨리 알아가고 싶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월드컵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이로 인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 월드컵은 끝났다. 나는 이제 매 훈련과 경기에서 날 증명해야 할 때다. 그것이 나의 동기부여이며 앞으로의 도전이 기대된다. 나는 유럽에서 나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해외 진출 첫 발을 들인 조규성은 빠르게 존재감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조규성은 지난달 22일 데뷔 기회를 잡았다. 2023-24시즌 덴마크 수페르리가 1라운드 개막전서 선발로 나섰다. 그리고 조규성은 후반 11분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터뜨렸다. 데뷔전 데뷔골로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조규성은 계속해서 득점포를 가동했다. 2라운드 실케보르전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으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3라운드 륑비와의 경기에서는 미트윌란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후반 추가시간 득점에 성공하며 영패를 면했다. 조규성은 지난 21일에 있었던 브뢴비전에서는 선발로 나섰지만 전반 20분 만에 햄스트링 부위에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 아웃됐다.
덴마크 수페르리가5경기 3골로 최고의 스타트를 보여주고 있는 조규성. 자연스럽게 미트윌란을 찾는 한국 팬들이 생겼다. 하지만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아쉬운 소식이 전해지고 말았다. 미트윌란 구단 측이 빠르게 대응했고, 1년 입장 정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졌긴 하지만, 여전히 유럽에서는 인종차별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가장 큰 화제가 됐던 건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비니시우스를 향한 인종차별이었다. 2022-23시즌이 막바지로 흘러가던 지난 5월에 이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레알과 발렌시아의 스페인 라리가 35라운드 경기 도중비니시우스가 관중석을 가리키며 분노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 과정에서 양 팀 선수들이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비니시우스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발렌시아 팬들의 인종차별 때문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비니시우스가 경기 후 "인종차별이 한 번도, 두 번도, 3번도 아니다. 이곳 라리가에서 인종차별은 흔한 일이다"고 분노했다.
비니시우스의 소속팀 레알은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레알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비니시우스에게 일어난 일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우리는 이런 것들이 증오 범죄라고 생각하며, 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해 사실을 조사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다"라며 공식 발표했다.
발렌시아도 후속 조치를 내놓았다. 발렌시아는 "우리는 구단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이런 행동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비니시우스에게 인종차별을 한 팬을 확인했으며, 이에 가담한 다른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번 일에 관련된 팬들에게 최대한의 징계를 적용하고, 평생 경기장에서 추방할 것이다"고 밝혔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스페인축구연맹 역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대회 위원회는 발렌시아의 홈 경기장 메스타야의 관중석 일부를 5경기 동안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발렌시아 측에 45,000유로(약 6,4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며 발렌시아 구단 측에 강력한 징계를 부과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출신이자 올 시즌 토트넘 훗스퍼의 주장인 손흥민 역시 인종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토트넘과 리버풀의 리그 34라운드에서 리그 10호골을 넣었다.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을 달성하며 축하 받을 자리였지만, 영국 '스카이 스포츠'에서 활동하는 해설가 마틴 타일러의 말 한 마디가 더 큰 후폭풍을 남겼다.
타일러는 손흥민이 코디 각포에게 파울을 범하는 장면을 두고 "무술에 가깝다(Martial arts)"는 표현을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이는 동양에서 무기를 쓰지 않는 무술등을 일컫는 말이었기 때문에 파울 장면을 두고 묘사한 건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라고 느껴질 수 있었다.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럽 내에서는 인종차별 문제가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오종헌 기자 ojong123@fourfourtwo.co.kr
ⓒ 포포투(http://www.fourfourtwo.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포포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