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잔치 '잼버리' 망친 못난 어른들[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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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못난 어른들이 순수해야 할 아이들 잔치를 망쳐놓은 셈이 됐다.
200여개 잼버리 프로그램은 겨우 1~3일 진행하다 중단됐다.
어떤 경우엔 아이들을 위한 게 아니고 그 어른들을 위한 결과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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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잼버리는 북미 인디언 말로 '유쾌한 잔치', '재미있는 놀이'란 뜻이다. 1907년 영국 브라운시섬에서의 첫 야영이 스카우트의 첫 공식 활동으로 기록될 정도로 '야영'이 스카우트의 본질이다.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이하 잼버리)는 4년마다 전 세계 대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큰 야영 잔치다. 최근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린 '2023 잼버리'에도 대원 3만6000여명이 '유쾌한 야영 놀이'를 하려고 모였다.
하지만 이런 잼버리를 순수하지 않은 성인들이 망쳤다. 좋은 '정치적' 먹잇감으로 노린 정치판의 못난 어른들이 특히 그랬다. 아이들 잔치를 훼방놓는 조짐은 지난 2일 밤 개영식부터 보였다. '보안상' 사전에 공지되지 않았겠지만 대통령 참석행사란 점은 쉽게 예상 가능했다.
낮 더위를 피해 오후 8시에 열렸지만 하필 '열대야'였다. 이 때부터 삐걱대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는 그 삐걱대는 소리를 증폭시켜 잼버리를 망치고 싶어했던 것 같다.
수신료 이슈가 있는 주관방송사는 누워서 편하게 관람 중인 아이들을 일으켜 세웠다 앉히며 권위적인 행사 진행으로 현장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었다는 전언이 흘러나왔다. 소방은 덥고 피곤해 누워있는 대원들을 실어나른 뒤 '사상자'로 전파했다. '사망자'가 없는데 '사상자'로 전한 건 명백한 실수다. 일부 언론은 이를 받아 '사망자 발생'이란 오보까지 냈다. 누군가는 지나친 걱정에 허둥댔고 누군간 일부러 안 해야 할 짓을 했다.
새만금을 일찍 떠난 잼버리 행사가 큰 사고없이 끝나 '다행'이란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평가는 직접 현장을 보지 않은 채 요란스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언론보도만 접한 탓이 크다. 잼버리를 재미있게 즐기고 새만금에 더 머물길 원했던 대원들도 분명히 있다. 그걸 어른들이 말렸고 야영을 그만두게 만들었다. 아이들끼리 재밌게 놀고 있는데 어른이 와서 '그만 놀고 나가'라고 고함치는 만평을 인용한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화장실 등 위생문제가 불거지게 만든 담당자들과 과도한 걱정으로 잼버리를 당장 중지해야한다고 언론에 제보하던 학부형들, 전 정부 혹은 현 정부를 욕하고 싶어 잼버리 부실 운영에 대한 책임을 두고 서로 삿대질 하던 정치꾼들, 호남을 욕하고 싶었던 지역주의자들. 그 못난 어른들이 순수해야 할 아이들 잔치를 망쳐놓은 셈이 됐다. 행사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개입은 적절했다. 하지만 지원에 그쳤어야 했다. 철수 결정은 과했고 지나치게 빨랐다.
200여개 잼버리 프로그램은 겨우 1~3일 진행하다 중단됐다. 몇년간 준비했지만 순간 물거품이 됐다. 폭염이 걱정된 어른들이 말리면서 제대로 된 야영활동도 못했다. 폭염과 무관한 활동들도 제대로 된 검토없이 일괄적으로 중지됐다. 활동을 못하니 오히려 아이들은 '시원한' 활동장으로 가지 못했다. 아이들을 위한 어른들의 결정이 항상 현명한 건 아니다. 어떤 경우엔 아이들을 위한 게 아니고 그 어른들을 위한 결과일 때가 많다. 이번 잼버리에선 대부분이 그랬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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