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의 센터서클]대한축구협회는 언제까지 헛발질만 계속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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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잘 날이 없다.
그러나 지금의 KFA는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다.
어떤 조직이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예비일'이라는 것을 둔다.
합의가 안 될 경우에는 원안을 유지하는 것이 권위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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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4개월여 전 KFA는 '기습 사면' 논란으로 스스로 화를 초래했다. 결국 사면은 철회됐고, 정몽규 축구협회장을 제외하고 이사진 전원이 사퇴하는 내홍을 겪었다. 쇄신책으로 축구인이 맡아왔던 전무직이 폐지되고 상근 부회장 제도가 도입됐다. 김정배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부회장에 선임됐다. 이사진도 새롭게 구성했다. 그러나 지금의 KFA는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다. '뒷북 행정'만 요동칠 뿐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A대표팀 감독의 '국내 상주'는 애초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다. 실무에서 교통정리를 해야할 미하엘 뮐러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존재감이 없다. '동문서답'만 안하면 오히려 다행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대표팀은 음주운전으로 자격없는 선수를 최종엔트리에 발탁해 도마에 올랐다. 음주운전 등과 관련한 행위로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선고되고, 그 형이 확정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선수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운영 규정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 선수는 이미 이 기간에 U-22(22세 이하)를 비롯해 연령대별 대표팀에 뽑힌 적이 있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됐든, 지원스태프가 됐든 조금만 신경쓰면 쉽게 걸러낼 수 있는 1차원적인 문제지만 방기했다. 대체 발탁에 실패할 경우 전력 공백이 불가피하다.
최근에는 FA컵으로 또 한 차례 거센 '태풍'이 불었다. FA컵은 KFA가 주최하는 가장 큰 대회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총망라해 명실공히 한국 축구의 왕중왕을 가리는 무대다. 그래서 우승팀에는 1장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 티켓이 돌아간다.
7년 전인 2016년이었다. KFA는 2007년 단 한 차례 실시했던 결승전의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을 부활했다. 당시 단판승부가 1, 2차전으로 변경되자 K리그 팀들의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2016년 FA컵 결승전이 기류를 또 돌려놓았다. 사상 최초로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 결승전'이 성사되면서 '흥행 폭풍'을 일으켰다. KFA는 행복한 비명을 질렀고, 홈 앤드 어웨이도 호기롭게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그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는 팬들의 볼멘 목소리가 진동하고 있다. 잼버리, 태풍 등 의외의 변수가 4강전을 가로막았지만 약속된 틀이 흔들려선 안된다. 어떤 조직이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예비일'이라는 것을 둔다. KFA는 가장 쉬운 길을 선택했다. 홈 앤드 어웨이 대신 결승 1차전이 열리는 날 4강, 2차전이 열리는 날 단판승부로 결승전을 치르기로 변경해버렸다. 규정을 잘 지키지도 못하면서 이럴 때는 규정을 강력하게 들이민다.
결정 과정도 아프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 그라운드는 1년 내내 땀으로 흠뻑 젖는다. 존중돼야 한다. 더구나 올해 FA컵은 4개팀 밖에 살아남지 않았다. 팀들의 이해관계는 다를 수밖에 없다. 변경하더라도 협의가 아닌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합의가 안 될 경우에는 원안을 유지하는 것이 권위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다. 그러나 팀들에는 '슈퍼 갑'인 KFA에 이를 기대하는 건 사치였다.
2021년 3선에 성공한 정 회장의 임기는 2025년 1월까지다. 17개월 정도 남았다. KFA에 묻고 싶다. 언제까지 헛발질만 계속 할 것인가.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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