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방시대, 세수 보릿고개를 어떻게 넘을 것인가
곳간은 온 식구가 한 해 동안 먹을 곡식과 다음 해 봄에 뿌릴 씨앗을 보관하는 곳이다. 이 곳간의 크기로 집주인의 위세를 알 수 있다. 곳간을 지키고 살림살이와 대소사를 도맡아 집안을 화목하게 이끄는 것은 '종부'(宗婦)의 몫이다. '종손은 없어도 종부는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세수 부족으로 올해뿐 아니라 정부의 내년 나라 살림에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6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세 수입은 178조5000억원으로 전년도와 견줘 39조7000억원(18.2%)이 감소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감소 기록이다. 국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법인세가 기업 영업이익 감소 등으로 크게 줄었고 그 밖에 양도소득세, 부가가치세, 소득세가 부동산 거래 감소와 종합소득세 기저효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방세 여건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파악한 올해 6월까지 지방세수는 52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조8000억원(9.9%)이 줄었다. 부동산 거래 위축에 따른 취득세가 20% 안팎 감소하고, 국세인 소득세 법인세와 연계된 지방소득세가 감소한 영향으로 보인다. 게다가 국세의 감소는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등 지방자치단체 이전수입 축소로도 이어진다.
중앙정부 이전재원 의존성이 높은 지역일수록 더욱 재정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이렇게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자체의 재정 지출은 더욱 늘어난다는 것이다. 사회취약계층 지원을 늘려야 하고, 물가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민생경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필수 사업에 대해서는 재정지출을 감당해야만 한다. 저출산·고령화 심화에 따른 복지비 급등, 자연재해 관련 지출 폭증, 경기침체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지원 확대 등도 지자체가 직면한 현실이다. 당장 지방교부세, 지방세 감소로 인한 세입 부족분에 대해서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과 같은 타 회계·기금 전입금 등 여유 재원을 활용하고는 있지만 이는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 없다.
결국 세입 감소와 세출 확대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선 지방재정 운용상 자율성을 더욱 넓혀주는 실질적인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지자체는 헌법 제59조의 조세법률주의로 인해 지방세 세목 및 세율 결정권이 없다. 즉 지방재정을 지방세 중심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중앙정부의 이전재원에 의존해 재정 자주권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다. 지자체가 조례 등으로 직접 과세할 수 있도록 재량적 권한을 확대하고, 현재보다 과세권을 넓게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또 지방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앙재정은 지방의 입장을 우선 반영해야 한다. 지방세의 핵심 세목인 지방소득세는 국세인 소득세, 법인세와 동일한 과표를 적용받고 있으며, 세율도 소득세와 법인세 세율에 10%를 덧붙이는 부가세방식을 따른다. 지방소비세 세수는 국세인 부가가치세 세수의 25.4%이다. 하지만 그간 지방의 근간 세목인 취득세를 조정하는 조치조차도 중앙이 결정하고 지방은 따라야 하는 실정이다.
아울러 자주재원 확충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중앙정부의 세원을 지방으로 이양해야 한다.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 지자체에 대해서는 지방소비세율 인상 등을 통해 지방세 기반의 튼실한 재정구조를 마련하고, 중소도시 농어촌 지역 지자체 대해서는 지방교부세 지원으로 안정적인 자주재원을 보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자체는 공공부문 경직성 경비 억제 등을 통해 재정지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노력해야 한다.
세수 감소로 지자체 재정 위기가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방시대는 30년 지방자치 역사에 기반한 국가 및 지역 생존전략이자 핵심 국정과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떠올릴 필요가 있다. 중앙과 지방이 세수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힘을 모을 때다.
강성조 한국지방세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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